소설방/강안남자

424. 황혼의 무도(2)

오늘의 쉼터 2014. 9. 3. 23:41

424. 황혼의 무도(2)

 

 

 

(1442) 황혼의 무도-3 

 

 

 

  

 식당 안으로 들어선 김학술은 먼저 와 기다리는 이용근을 보았다.

“형님, 괜찮던데요.”

이용근이 웃지도 않고 말하더니 식탁 위로 상반신을 굽혔다.

“지점장 마누라라면서요?”

“퇴직했어.”

“어쨌든 지점장까지 했으니 좀 모아 놓았을 거 아닙니까?”

“그래서?”

눈을 치켜뜬 김학술이 이용근을 보았다.

“내가 네놈처럼 들어갔다가 나오란 말이냐?”

“아따, 형님도.”

이맛살을 찌푸린 이용근이 의자에 등을 붙였다.

 

이용근은 전과 2범이다.

 

두번 다 사기였는데 그것도 여자 등을 쳐먹다가 들어갔다.

 

그래서 윤태권은 이용근을 사람 취급도 않는다.

 

이용근이 3년째 출입을 하는 터라

 

무료 입장을 시켜줄 만한데도 꼬박꼬박 입장료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어?”

김학술이 정색하고 묻자 이용근은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말이냐고 되묻는 표정을 짓다가 상반신을 세웠다.

“아유, 무지 힘이 들었어요.”

그러더니 얼굴까지 찡그렸다.

“보은군에 주유소가 하나 둘이어야 말이죠. 아마 백개도 더 돌아다녔을 겁니다, 형님.”

김학술의 시선을 받은 이용근이 말을 이었다.

“형님한테서 받은 교통비로는 어림도 없어서 제 돈 삼십만원을 더 썼습니다.

 

거기에다 기름값이 얼마나 나왔느냐 하면.”

“찾은 거야, 못 찾은 거야.”

악 문 잇새로 김학술이 물었다.

“그것부터 말해.”

“아따, 형님도.”

“말하라니까.”

“아, 내가 누굽니까? 내가 못 찾았을 것 같습니까?”

“어디야?”

“아따, 형님.”

이제는 이용근도 눈을 치켜뜨고 김학술을 마주보았다.

 

이용근은 사흘전에 김학술의 부탁을 받고 충청도 보은군으로 떠났던 것이다.

 

오금주가 도망간 곳은 보은군이다.

 

천신만고 끝에 오금주가 놀던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알아낸 사실이다.

 

신입회원으로 가입하여 검색한 결과 오금주의 닉은 달님이었고

 

그놈의 닉은 대빵이었으며 둘은 오금주가 도망간 다음날 카페를 탈퇴한 것도 알게 되었다.

 

회원 2백명 정도의 친목카페였는데 둘이 친하다는 것은 소문이 나 있었고

 

갑자기 둘이 동시에 탈퇴하자 씹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김학술은 대빵이 보은군에서 주유소를 한다는 것까지 알 수 있었다.

 

이용근과는 이곳 무도장에서 3년째 사귄 사이지만 형님 동생 하면서 무난하게 지냈다.

 

김학술이 마흔일곱인 이용근보다 딱 10년 연상인 데다 교습소의 선생으로

 

꽤 영향력이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용근은 별 볼일이 없는 상대면 열살이 아니라 열다섯살 손위라도 막말을 하는 놈이다.

 

그때 김학술이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얼마를 주랴?”

김학술이 묻자 이용근이 멋쩍게 웃었다.

“아따 형님, 너무 딱딱하시네.”

“확실하게 알아 온 거지?”

“예. 사진까지 찍어 왔다니까요. 지금 같이 살고 있습니다.”

이용근이 정색하고 말하더니 손으로 제 가슴을 두드렸다.

“둘이 시장 보러 가는 사진도 찍었습니다.”

“얼마 주랴?”

다시 김학술이 묻자 이용근이 대답했다.

“삼백만 주십시오, 형님.” 

 

 

 

 

 

 

(1443) 황혼의 무도-4

 

 

 

  

 이용근과 2백2십으로 합의를 본 김학술은 사진을 받아 들었다.

 

사진은 10여장이나 되었는데 잘 찍혔다.

“잘 찍혔지요?”

어쩌구 하면서 나서려는 이용근을 눈짓으로 제지한 김학술이 한 장씩 사진을 보았다.

 

오금주가 주유소 건물 이층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이층이 살림집인 모양이었다.

 

계단은 건물 밖으로 나 있었는데 손에 장바구니를 들었다.

 

영락없는 살림하는 마누라다.

 

단 남편놈이 다를 뿐이다.

 

다음 사진은 둘이 외출하는 장면이다.

 

이용근이 작심하고 기다렸다가 찍은 흔적이 났다.

 

둘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는데 오금주가 밝게 웃는다.

 

개같은 년 같으니.

 

김학술의 표정이 변한 것을 본 이용근이 끼어들었다.

“부부나 다름없던데요. 머, 그 다음에는 식당에서 같이 밥먹는 사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같이 집에 들어가는 장면까지 다 찍혀져 있다.

 

이윽고 김학술이 머리를 들었을 때 이용근이 얼른 말했다.

“같이 가실까요? 애들 두 명만 데리고 가면 충분할 겁니다.”

“…….”

“그놈은 주유소 건물도 제 소유로 되어 있고 좀 알아 보았더니

 

읍내에 2층 건물도 하나 갖고 있어요.

 

임야도 있고, 재산이 한 30억 됩니다.

 

그만하면 시골에서 부자 행세를 하고 살 수 있습니다.”

“…….”

“형님, 5억만 긁어냅시다.

 

그래서 형님하고 저하고 반씩, 작업은 모두 제가 할테니까

 

형님은 이름만 빌려주시면 됩니다.”

그러나 김학술이 그 와중에도 풀썩 웃어 버렸다.

“시발놈아, 내가 유명인사냐? 이름만 빌리게?”

“이만한 작업이 없습니다.

 

그놈은 꼼짝 못한다고요.

 

남의 마누라를 데려가 살다니.

 

놈은 걸리게 되어 있어요.”

그러나 김학술은 의자에 등을 붙인채 대답하지 않았다.

 

오금주가 집을 나간 것은 일년반 전이다.

 

동기야 왜 없겠는가?

 

회사 끝나고 교습소에서 노닥거리다가 일주일에 한번꼴로 야근 핑계를 대고

 

제자들과 밤을 세웠으니 그냥 견디는 마누라가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주변에서 그런 일들을 숱하게 겪었으면서 막상 일년반 전에 그 일을 제가 당하게 되었을 때

 

김학술은 절반쯤 정신이 나갔다.

 

오금주는 이른바 현모양처형이었다.

 

너무 보수적이고 고지식해서 불륜이 나오는 TV 드라마도 역겹다면서 보지 않을 정도의

 

여자였던 것이다.

 

오금주의 낙이라면 작은 문학 카페에 가입해서 시를 올리고 댓글을 다는 정도였는데

 

카페의 오프라인 모임에도 부끄럽다면서 나가지 않은 성격이었다.

 

그런 오금주가 남편, 자식 팽개치고 도주를 하다니,

 

통장도 김학술 이름으로 된 것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가져갔다.

 

적금통장까지. 딸 둘을 다 시집 보낸 터라 털고 나가기도 수월했으리라.

“형님.”

이용근이 불렀으므로 김학술은 시선을 들었다.

 

이용근이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실랍니까?”

“장소나 알려줘.”

정색한 김학술이 이용근을 보았다.

“쓸데없는 짓 말고 말야.”

“형님, 하지만.”

“너 자꾸 그따위짓 하면 아예 이 동네 발을 못붙이게 할 테니까.”

눈을 치켜뜬 김학술이 덧붙였다.

“너 강 사장이 요즘 얼마나 예민한지 알고는 있지?”

지난달에 이곳 무도장에서 제비 하나가 공갈혐의로 잡혀갔다.

 

무도장 이름까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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