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422. 솔롱고스(11)

오늘의 쉼터 2014. 9. 2. 17:53

422. 솔롱고스(11)

 

 

 

(1438) 솔롱고스-21 

 

 

 

  

 다음날 오전,

 

울란바토르에 돌아온 조철봉은 최갑중과 둘이서 한국식당을 찾아가 점심을 먹었다.

 

요기와 갑중의 파트너는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오늘밤 비행기로 몽골을 떠나게 된다.

“아유, 잘 쉬었습니다.”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갑중이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르게 말했다.

 

갑중의 파트너는 떠난다는 말을 듣더니 훌쩍이면서 울었다고 했다.

“그런데 형님.”

갑중이 긴장한 듯 얼굴을 굳히고 조철봉을 보았다.

“저쪽 고비사막이나 흡수굴 쪽은 관광지로 개발해도 좋지 않겠습니까?

 

투자를 좀 해 두시는 것이.”

“생각 중이다.”

가볍게 말을 자른 조철봉이 수저를 내려놓았다.

 

김치찌개는 맛이 있었지만 식욕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는 세계 어느 곳에 가도 한국 음식을 먹을 수가 있어서

 

식성이 까다로운 사람들도 해외여행에 지장이 없다.

 

조철봉이 머리를 돌려 식당을 훑어보았다.

 

점심시간이어서 식당의 테이블은 반쯤 찼는데 손님은 모두 한국인이다.

몽골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있고 관광객도 있다.

 

비율은 반반 정도로 관광객 대부분은 젊다.

 

배낭 여행객들이었다.

 

조철봉은 시선을 카운터 쪽으로 옮겼다.

 

카운터에 앉아있는 주인여자는 몽골인이었다.

 

그런데 한국어를 썩 잘했다.

 

식당에 들어올 때 만난 주인남자는 한국인으로 여행사를 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식당 앞에 주차된 두 대의 랜드로버를 지금 밥을 먹고 있는 배낭 여행자들에게

 

임대해주는 것 같았다.

“한국 여행자들이 쏟아져 온다고 합니다.”

 

조철봉의 시선을 쫓던 갑중이 말했다.

 

“머지않아서 몽땅 한국식이 될 것 같은데요. 거리의 차 좀 보세요.”

그때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난 먼저 요기한테 한국을 배우게 할 작정이다.”

“예?”

놀란 갑중이 정색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어떻게 말입니까?”

“공부를 하도록 해야지.”

“공부를.”

“한국어도 배우고.”

이제는 눈만 껌벅이는 갑중을 향해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무지개 뜨는 나라란 가면 금방 부자가 된다는 뜻은 아닐 거다.

 

꿈을 이룰 수 있는 곳. 그 꿈이 뭐가 되건 말야.”

그러고는 조철봉이 눈을 가늘게 뜨고 갑중을 보았다.

“임마, 니 꿈은 뭐냐?”

“예? 저요?”

했다가 갑중도 눈을 좁혀 뜨고 눈살까지 찌푸렸다.

 

그렇게 똥 싸는 표정으로 한참이나 있더니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머리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없네. 아니, 잊었나? 옛날에는 있었는데.”

“뭐가 있었는데?”

조철봉이 다그치듯 묻자 갑중은 입맛을 다셨다.

“있었던 것 같아요. 돈을 많이 번다든가,

 

예쁜 여자를 꼬신다든가, 또 차를 좋은 걸로 바꾼다든가….”

“그게 꿈이냐? 이 빙신아?”

“그럼 형님은 뭡니까?”

갑중이 되받아서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머리부터 끄덕였다.

“바로 그거야. 나도 꿈을 잊고 살아왔다.

 

욕심만 내면서 살아온 거지. 나는 요기의 꿈을 돕겠다.

 

덩달아서 나도 지금부터라도 꿈을 만들어 보겠어. 요기를 보면서 말야.”

조철봉의 두 눈이 다시 가늘어졌다. 

 

 

 

 

 

 

(1439) 솔롱고스-22 

 

 

 

 

  

 “내가 초청장을 보낼테니까 넌 서울로 유학을 오도록 해.”

조철봉이 말하자 요기가 머리를 들었다.

 

아직 무슨 말인지 머릿속에서 다 이해가 안된 것 같았다.

 

한국어를 잘했지만 긴 말의 해석은 좀 시간이 걸린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알겠니? 유학을 오란 말야.”

“유학.”

단정하게 앉은 요기가 조철봉을 정색하고 보면서 복창했다.

 

호텔방 안이다.

“유학을 서울로.”

“그래. 대학에 편입하는 프로그램이 있을거다. 한국어부터 배우는 코스가 있다든가?”

“네. 있어요.”

이제야 감을 잡은 요기가 머리를 끄덕였다.

 

눈에 생기가 돌았고 표정이 밝아졌다.

“관악여대에서 우리 대학 학생을 받아줘요.

 

물론 학교 추천을 받아야 하지만 그건 받을 수 있어요.”

“그럼 됐군.”

“하지만.”

“경비 문제 말이냐?”

조철봉이 묻자 요기가 시선을 내렸다가 들었다.

 

표정이 조금 굳어져 있다.

“제가 모은 돈이 조금 있어요. 그러니까 몇달은.”

“얼마나 모았는데?”

“2천5백불.”

“2백50만원이군.”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요기를 보았다.

“비행기 요금을 빼면 2백만원 남겠다.”

“…….”

“이것저것 경비도 나갈 것이고.”

“……”

“기숙사에 들어가나?”

“그건 알아봐야 돼요. 방이 없으면.”

“방을 얻어야겠지.”

다시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어 요기 앞의 탁자에 놓았다.

 

오후에 은행에서 바꿔온 달러 현찰이다.

“여기 만불이다. 받아.”

놀란 요기가 눈만 크게 떴을 때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내가 서울에서도 네 공부를 도와주마. 돈 걱정않고 공부하도록 해줄테니까.”

“…….”

“네 꿈을 이루도록 해. 아직 꿈을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도 늦지 않다. 꿈을 세워라.”

“꿈을.”

요기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꿈을 말이죠?”

“그래. 꿈.”

그러고는 조철봉이 손목시계를 보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공항으로 갈 시간이 된 것이다.

“저도 공항까지 갈게요.”

요기가 따라 일어서며 말했다.

 

그러나 탁자 위에 놓인 봉투는 두려운 듯 시선만 줄 뿐 손을 대지 않는다.

 

조철봉이 봉투를 집어 요기의 가방에 넣어 주었다.

 

그러자 요기가 시선을 내린 채 말했다.

“고맙습니다.”

“네 덕분에 나도 지난날을 뒤돌아 볼 수 있었다. 나도 고맙다.”

“꼭 성공할게요.”

“꿈을 이룬다고 해.”

“그렇게 할게요.”

둘이 방을 나왔을 때 마침 복도를 걸어오는 갑중과 파트너를 만났다.

“형님, 제가 얘를 한국으로 초청한다고 했습니다.”

갑중이 옆을 따르는 파트너를 눈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직장도 잡아준다고 했어요.

 

나 같은 한국놈도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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