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 솔롱고스(10)
(1436) 솔롱고스-19
다음날은 초원에서 말을 탔다.
말은 처음 타보는터라 탈 때 조금 겁이 났지만 몽골말은 제주도에서 보았던 조랑말만 했고 순했다.
어렸을 때부터 말을 탔다는 요기는 말을 다루는데 능숙해서 조철봉에게 말타기를 가르쳤다.
“잘 타시네요.”
30분쯤이 지났을 때 요기가 말했다.
그들은 말을 타고 겔에서 1킬로쯤 떨어진 초원위에 서 있었다.
이제는 자신감이 붙은 조철봉이 말을 속보로 달리게도 했다.
요기가 겔 주인에게 부탁해서 나무 안장 대신 고급 가죽 안장으로 바꿔준 다음부터는
엉덩이도 아프지 않았다.
“우리 멀리 가요.”
말을 몰아 다가온 요기가 손으로 앞쪽의 초원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요기는 야구 모자에 선글라스를 끼었고 점퍼에다 진 바지를 입었다.
바닥이 단단한 등산화까지 신어서 초원에서 뒹굴기 알맞은 차림이었다.
“저쪽으로 10킬로쯤 가면 아무도 없는 초원이 나와요.”
요기가 말하더니 힐끗 뒤쪽을 보았다.
뒤쪽 백미터쯤 떨어진 곳에 갑중이 말을 탄 채 빙빙 돌고 있었는데 고삐를 파트너가 잡았다.
갑중은 말을 무서워해서 말이 갖고 놀았다. 좀처럼 말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걸음마 연습중이다.
“좋아, 가자.”
조철봉이 말하자 요기는 말머리를 돌리더니 겔을 향해 달렸다.
그 뒤를 조철봉이 따른다.
그것을 갑중이 부러운 시선으로 보았다.
요기는 겔 주인에게 몽골어로 말하더니
곧 자루에 담긴 음식과 물 그리고 양털 깔개까지 얻어 제말과 조철봉의 말 안장 뒤에다 묶었다.
“저녁 때 돌아온다고 했어요.”
요기는 앞장을 서서 달려나갔다.
이제는 아직도 뺑뺑이를 도는 갑중한테다,
“야, 나, 저기 다녀 올테니까.”
갑중에게는 끝없이 이어진 초원을 손으로 가리키며 조철봉이 말했다.
그것은 농경지를 가꾸는 송나라 사람한테 몽골기마군이 말하는것 같았다.
“넌 여기서 계속 농사나 지어라.”
그러고는 요기의 뒤를 따라 말을 달렸다.
갑중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말에 속력을 더 내었다가 하마터면 떨어질뻔 했다.
끝없는 초원이다. 밋밋한 언덕을 넘으면 다시 끝없이 초원이 펼쳐졌다.
멀리서 보면 그저 둥근 언덕이며 굴곡 하나 없는 평평한 초원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쪼개진 틈도 많고 잔 돌도 많다.
그러나 몽골말은 거침없이 잘 달렸다.
이제는 조철봉도 말에 속력을 내어 요기와 나란히 달렸다.
머리를 돌린 요기가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순간 조철봉은 요기의 얼굴에서 야구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기고 어젯밤 입었던 가운을 입혔다.
그러자 요기는 칭기즈칸 시대의 몽골녀가 되었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푸르렀으며 대기는 맑고 시원했다.
스치는 바람결에 초원의 풀 냄새가 맡아졌다.
코끝이 아릴 정도로 맵고 시린 냄새였다.
언덕을 몇개나 넘었는지 모른다.
이윽고 말들이 지친듯 거친 숨을 뱉을 때 요기가 고삐를 당겨 말을 걸렸다.
조철봉이 옆으로 붙자 요기가 채찍을 쥔 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좋지요?”
과연 그렇다.
이곳도 사방이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었지만 낮고 둥근 언덕이 이어져 있다.
그림에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다. 넓고도 아늑하다.
이런곳이 세상에 있다니,
주위에는 인적도 짐승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독수리가 한마리 떠있다.
(1437) 솔롱고스-20
말에서 내린 요기가 풀밭 위에다 양털 모포를 깔더니 자루에서 꺼낸 음식을 내려놓았다.
어젯밤 삶은 양고기와 마유주가 든 플라스틱 병 두 개, 그리고 양념과 말린 말고기, 빵이 전부였다.
그러나 한 시간 가깝게 말을 달린데다 이미 한낮이다.
배가 고팠으므로 조철봉은 양고기를 칼로 베어 씹었다.
맛이 있었다.
어젯밤에 금방 익혀 먹었던 맛보다도 더 나은 것 같다.
“맛있다.”
조철봉이 만족한 얼굴로 말했다.
옆에 앉은 요기도 양다리에 붙은 고기를 칼로 베어 입에 넣으면서 웃었다.
“좋으세요?”
“그래,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그러고는 조철봉이 심호흡을 했다.
양고기를 1㎏은 먹었을 것이다.
1ℓ짜리 병에 든 마유주도 거의 혼자서 다 마신 조철봉은 노곤해졌다.
그러나 소리쳐 노래라도 부르고 싶을 정도로 기운이 났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주무세요.”
하고 음식을 치우면서 요기가 말했을 때였다.
시선을 든 조철봉이 요기를 보았다.
“요기.”
“예, 아저씨.”
“옷을 벗어라.”
그러자 요기가 몸을 돌려 조철봉을 보았다.
그러고는 조철봉의 정색한 표정을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요기는 먼저 진바지를 벗더니 차분하게 세 부분으로 개어 모포 밑쪽에 놓았다.
그러고는 앉아서 양말을 벗는다.
그동안 조철봉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요기의 일거수 일투족을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주시했다.
그때 요기가 점퍼를 벗었다.
점퍼도 반듯하게 개어 바지 위에 놓았다.
다음은 두꺼운 면 셔츠를 벗는다.
셔츠를 벗자 브래지어도 차지 않은 맨몸이 드러났으므로
조철봉도 이미 고인 침을 삼켰다.
셔츠를 개어 놓은 요기가 마지막으로 팬티를 벗었다.
이제는 알몸이다.
요기가 알몸이 되어 조철봉의 바로 앞에 섰다.
바로 50㎝쯤 앞이라 샘이 눈앞의 직선위치에 있다.
“아저씨도.”
요기가 맑은 목소리로 말했으므로 조철봉은 꿈에서 깨어난 듯이 눈의 초점을 잡았다.
“아아.”
조철봉도 서둘러 옷을 벗었다.
점퍼가 풀숲 위로 던져졌고 바지는 음식 자루 위에 덮여졌다.
셔츠와 팬티, 양말까지 벗어던진 조철봉도 순식간에 알몸이 되었다.
한낮이다.
푸른 하늘에 태양은 중천에 떠 있었고 주위는 조용했다.
조철봉은 요기의 허리를 당겨안고는 모포 위에 눕혔다.
요기의 얼굴은 이미 달아 올랐고 기대에 찬 두 눈이 번들거렸다.
“좋아요.”
다시 요기가 헛소리처럼 말했을 때 조철봉의 입이 요기의 젖가슴을 물었다.
입안에 가득 젖가슴을 문 것이다.
“아아.”
요기가 오늘 낮에는 힘차게 소리쳤다.
들판 위로 요기의 목소리가 덮여졌지만 조철봉도 개의치 않았다.
조철봉의 입술이 요기의 젖가슴을 물었다가 차츰 아래로 내려왔다.
어젯밤 게르 안에서도 요기를 안았지만 오늘 낮은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되었다.
조철봉의 입이 요기의 샘에 닿았을 때였다.
“아아앗.”
요기가 몸을 떨며 소리치더니 조철봉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조철봉은 요기의 샘을 빨았다.
세상에 이런 날도 있다.
백주 대낮이라고 하는가, 지금을?
거기에다 사방 수십리 인적 없는 평원 위였고 다만 말 두 마리만 옆에서 풀을 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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