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17장 중국손님 (35)

오늘의 쉼터 2014. 9. 3. 17:44

제17장 중국손님 (35)

 

 

 

 

유신이 난승을 따라 대강의 무술을 익히고 났을 때였다.

“됐다. 이제 그만하면 내가 가르칠 것은 다 가르친 듯하구나.”

난승이 무기를 손에서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내게서 배운 비법은 삼가 써야지 망령되게 함부로 전하지 말아라.

또한 만약 이를 불의에 쓰게 되면 도리어 큰 재앙을 받을 것이다.”

이에 유신이 깜짝 놀라며,

“이제야 간신히 스승님의 말뜻 정도를 깨쳤을 뿐입니다.

어찌 그만두려 하십니까?”

하자 난승이 웃으며,

“내 할 일은 끝났고 나머지는 앞으로 네가 할 일이다.”

하고서 문득 허리를 굽히더니 자신의 바랑을 뒤져 두툼한 서책 한 권과 푸른 빛이 감도는

보검 한 자루를 내놓았다.

“네게 가르친 것들이 모다 이 서책에 있으니 가져가서 틈틈이 읽고 몸에 익히도록 해라.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할 일이 있다.

네가 여기 있는 것들을 다 익히고 나거든 반드시 이 책을 불에 태워 없애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니 그리 알라.”

유신은 예를 표한 뒤 마지못해 서책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이 백련철로 만든 청룡검은 특별히 주는 선물이다.

큰 싸움이 있을 때 지니고 나가면 반드시 영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칼을 보고 음부의 사병들이 나타나 도와줄 수도 있으니

잘 보관했다가 유익하게 쓰도록 하라.”

말을 마치자 난승은 휘파람을 불었고 그 소리를 들은 백마 두 마리가 나란히 쏜살같이 달려왔다.

한 마리는 잡색이 섞이지 않은 새하얀 부루말이었고, 다른 하나는 흰털에 주둥이 부위만 검은

백설총이로 초원에 와서부터 유신이 줄곧 탔던 말이었다.

난승은 자신의 흑색 바랑을 짊어진 채 훌쩍 부루말 등에 뛰어오르더니 유신을 내려다보고 말했다.

“그 백설총이도 네가 데려가라. 시장에 내다 팔면 천 냥쯤은 족히 받을 명마니라.”

“스승님……”

난승이 떠날 기미를 보이자 유신은 황급히 팔을 휘저었다.

“이렇게 헤어지면 어디에서 스승님을 다시 만날 수 있습니까?

가시는 데라도 일러주고 가십시오!”

유신의 말에 난승이 빙긋 웃었다.

“너와 나의 인연은 이로써 끝났느니,

모르지, 또 남은 연이 있다면 만겁 후에나 한번쯤 더 만날는지.”

그리고 난승은 서둘러 말머리를 돌렸다.

유신이 그런 난승을 쫓아가며 소리쳤다.

“스승님, 저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요? 이곳이 대관절 어디옵니까?”

그러자 난승은 말을 타고 가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운무가 자욱한 어느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마도 그곳이 난승을 따라 들어온 장소인 듯했다.

유신은 그렇게 헤어지는 것이 아쉽고 안타까워 말을 타고 뒤를 쫓아가보았으나

난승은 어디로 갔는지 종적이 묘연하고 다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오색 광채가

난승이 자취를 감춘 곳 주변을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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