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418. 솔롱고스(7)

오늘의 쉼터 2014. 9. 2. 17:44

418. 솔롱고스(7)

 

 

 

(1430) 솔롱고스-13

 

 

 

  

 지금까지 조철봉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여자와 섹스를 했다.

 

별 여자를 다 만났다. 반응도 모두 제각각이어서 얼굴이 다른 것처럼 다 달랐다.

 

반응뿐만이 아니다.

 

냄새와 촉감, 혀로 느끼는 맛, 분위기, 그리고 소리까지.

 

그래서 할 때마다 신비스러웠고 하기 전에는 언제나 가슴이 뛰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여기 작은 몽골 아가씨가 있다.

 

아주 자연스럽게 가운 위로 철봉을 쥐고 있는 이 여자.

 

조철봉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심호흡을 했다.

“요기.”

조철봉이 부르자 요기가 시선을 들었다.

 

눈이 맑다.

 

그리고 정색한 표정이다.

“네.”

“너 지금 하고 싶어?”

“이거.”

요기가 대답 대신 먼저 두 손으로 움켜쥔 철봉을 흔들어 보였다.

“이거 하고 싶지요?”

그렇게 되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제 멋대로 선 거야.”

조철봉이 말했지만 요기는 이해를 못한 것 같았다.

 

아직도 두 손으로 쥔 채 조철봉을 본다.

“놔라.”

눈으로 요기의 손을 가리키며 조철봉이 말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으므로 조철봉도 조금 어색해졌다.

 

그러나 요기는 고분고분 손을 뗐다.

 

조금 전까지 번들거리던 눈빛도 가라앉아 있었다.

“그건 제 멋대로 선 것이고 난 지금은 생각이 없어.”

조철봉이 말하자 대충 말을 알아들은 듯 요기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양고기를 먹고 밤에….”

요기가 확인하듯 또박또박 말했다.

“밤에 별을 보고 나서. 오케이?”

“그래.”

“그럼 제가 나가보고 올게요.”

다시 얼굴이 밝아진 요기가 옷 매무새를 다듬더니 게르 밖으로 나갔다.

 

조철봉은 팔베개를 하고 나무 침상에 누웠다.

 

그러고는 천장의 뚫린 구멍으로 하늘을 보다가 금방 잠이 들었다.

 

요기가 어깨를 흔들어 깨웠을 때는 그로부터 한시간쯤 지난 후였다.

“양고기가 다 익었어요.”

몸을 일으킨 조철봉은 온몸이 가뿐해진 것을 느꼈다.

 

요기와 함께 게르를 나왔을 때 앞쪽 초원 위에서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았다.

 

모닥불 주위에는 이미 최갑중과 바트가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고기가 먹을 만합니다.”

갑중이 들뜬 목소리로 말하더니 조철봉에게 잔을 건네주었다.

“마유주 한잔 하십시오.”

조철봉이 잔을 받았을 때 게르 주인과 여자들이 앞에 양고기를 내려놓았다.

 

커다란 접시에 담긴 양고기에서 김이 올랐고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음, 좋구나.”

마유주는 신맛이 좀 났지만 마실 만했다.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은 조철봉과 갑중은 양고기에 쌀밥을 먹었다.

 

 바트가 고추장과 김치까지 가져왔으므로 한국음식과 똑같았다.

“보드카를 드릴까요?”

고기에 마유주까지 먹다 보니까 배가 불렀는지 갑중이 물었다.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이자 갑중은 곧 보드카 병을 들더니 술을 따랐다.

“좋구나.”

저절로 조철봉의 입에서 탄성이 울려나왔다.

 

날씨는 적당히 서늘했고 음식은 맛이 있었다.

 

술기운과 함께 흥이 솟구쳤으므로 조철봉은 숨을 들이켰다.

 

어느덧 하늘이 어두워져 있었다. 

 

 

 

 

 

 

(1431) 솔롱고스-14

 

  

 “아아, 별.”

하고 조갑중이 소리쳤지만 조철봉도 보았다.

 

몽골 초원에서 보는 별이 주먹덩이만 하다는 말을 들었던 조철봉이다.

머리를 젖히고 하늘을 보자 주먹덩이는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때

 

천장에 매단 작은 전등만 했다.

“으으음.”

조철봉의 입에서도 탄성이 나왔다.

“누우세요.”

요기가 말하더니 풀밭 위에 양털 모포를 깔고 나무 베개까지 놓았다.

 

미리 준비를 해놓은 것이다.

“누워서 보세요.”

“으음.”

손에 쥐고 있던 보드카를 한 모금에 삼킨 조철봉이 옆쪽 모포에 누웠다.

 

발치의 모닥불은 타올랐고 밤하늘은 더욱 어두워지면서 별빛은 더 반짝였다.

“아유 좋다.”

반대쪽에 누운 갑중이 또 탄성을 질렀다.

 

갑중도 반대편 풀밭 위에 누운 것이다.

 

조철봉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밤 공기는 폐가 시리도록 맑았고 풀 숲 냄새는 매울 정도로 신선했다.

 

이 들판 위를 몽골 기마군이 달려나갔을 것이다.

 

8백년전 칭기즈칸의 기마군 말굽도 찍혀졌다가 지워졌으리라.

 

몽골은 겨울이 길다. 10월부터 시작되어 5월이 되어야 추위가 풀린다.

 

그래서 게르를 접고 자주 이동을 한다. 밤이 깊어지면서

 

하늘의 별은 아래로 떨어져 내릴 듯이 밝게 빛났다.

 

별빛의 반사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주위는 조용했다.

 

이미 바트는 제 게르로 사라졌고 모닥불 주위에는 누워 있는 조철봉과 갑중,

 

그리고 옆에 앉은 두 몽골여자뿐이다.

“이 세상 같지가 않네요.”

하도 말이 없어서 자는 줄 알았던 갑중이 혼잣소리처럼 하늘에 대고 말했다.

낮게 말했지만 초원은 조용해서 분명하게 들렸다.

“지금까지 악착같이 살아온 것이 그저 꿈만 같고.”

다시 갑중이 중얼거렸을 때 조철봉은 슬며시 웃었다.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욕심 버리고 이곳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살면 좋겠습니다.”

말은 그랬지만 몸만 일으키면 그 생각은 바뀔 것이다.

 

그때 조철봉이 하늘에 대고 말했다.

“난 초원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예?”

하고 갑중이 물었지만 조철봉은 말을 이었다.

“이 초원을 밟고 지나간 사람들 말이야. 수천년 동안 지나간 사람들.”

갑중은 입을 다물었고 조철봉의 목소리가 밤의 대기를 울렸다.

“도시에서는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이곳에 누우니까 떠오르는군.

 

네 말대로 낳고 죽는 인생 말이다.”

“저는 먹고 자고 그랬는데.”

“춥다.”

몸을 일으킨 조철봉이 가만 앉아 있는 요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요기, 춥겠구나.”

밤의 대기는 서늘했다.

“아뇨, 전 괜찮아요.”

요기가 또렷하게 말하더니 어둠속에서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저도 이렇게 있으니까 좋아요.”

“그럼 30분만 더.”

그러고는 조철봉이 요기의 어깨를 안고 나란히 누웠다.

 

요기가 조철봉의 몸에 딱 붙더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아, 좋구나.”

조철봉의 입에서 다시 탄성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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