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17장 중국손님 (3)

오늘의 쉼터 2014. 8. 31. 20:52

제17장 중국손님 (3)

 

 

 

 

 양자가 한동안 감격의 상봉을 하고 나서야 용춘이 비로소 구칠과 같이 온 사람을 의식하고서,

“누구신가?”

하며 물으니 구칠이 중국에서 작반해온 사람이라고만 소개한 뒤에,

“안으로 드시면 다 말씀을 올리겠소.”

하였다.

 

용춘이 손들을 이끌고 내당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앉자

구칠이 제일 먼저 자신의 막냇누이 지혜(智惠)의 소식을 묻고서,

“제가 나리를 만나 할말도 있지만, 이참에 지혜도 중국으로 데려가야겠습니다.”

하였다.

 

용춘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글쎄, 지혜가 자네를 따라갈는지 모르겠네.”

하고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지혜는 낭지 선사의 가르침을 얻고 출가해 비구니가 되었는데,

세속과 생사의 경계를 훌쩍 넘어 전미개오(轉迷開悟)의 경지에 든 지가 하마 오래일세.

가히 신선 같은 사람으로 변했다네.”

하니 구칠이 지혜가 있는 곳을 가르쳐달라고 하였다.

용춘은 지혜가 안흥사(安興寺)라는 절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또 지혜의 어진 행실이 많아 선도산의 신모)가 현신하여 황금 160냥을 시주했을 정도라며 찬탄했다.

구칠이 얼른 용춘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해,

“선도산 신모라면 선계에 사는 전설 속의 사람인데 그런 황당무계한 일이 어디 있단 말씀입니까?”

하고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러기에 지혜가 신선 같은 사람으로 변했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절문에 있는 사람치고 지혜의 일을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네.”

용춘은 수년 전에 지혜에게 일어났던 일을 소상히 설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몽암을 떠나 안흥사에 머물던 지혜가 불전을 새로 수리하고자 했으나 재물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데,

하루는 꿈에 예쁜 주옥으로 머리를 장식한 여선(女仙)이 나타나서,

“나는 선도산의 신모로 평소 너의 어진 행실과 지극한 불심을 보고 금을 시주하여 돕고자 한다.

그러니 내가 앉은 자리 밑에서 황금을 가져다가 주존 3상(主尊三像)을 장식하고,

벽에는 53불(佛)과 여러 천신(天神)들 및 5악 신군(神君)을 그려 매년 봄과 가을의 열흘간

선남선녀를 모으고 일체중생을 위하여 점찰법회를 베푸는 것을 항규(恒規)로 삼으라.”

하고 일러주었다.

지혜가 놀라 꿈에서 깨어나 도반들과 함께 선도산의 신사로 가서 사당 아래를 파보니

과연 황금 160냥이 나와 그것으로 안흥사 불전을 말끔히 수리하고 신모가 일러준 대로 하였다.

이 일이 있고 지혜가 용춘을 찾아와서,

“저는 비로소 고요함을 얻었거니와 전날 한 약속을 지키려고 들렀습니다.”

성불하면 제일 먼저 용춘을 찾아보겠다고 한 과거의 일을 말하여 용춘이 크게 기뻐하였는데,

그 후로 출렵을 나가면 이따금 안흥사에를 들러 지혜도 보고 중창한 불전에 엎드려 가슴에 품은

자신만의 포부를 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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