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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21장 욕정 [10]

오늘의 쉼터 2014. 8. 23. 12:57

<227> 21장 욕정 [10]

 

 

(449) 21장 욕정 <19>

 

 

 

오늘은 박재은 회장이 서동수를 장충동 영빈관에서 맞는다.

 

오후 8시, 영빈관이라고 했지만 시내 별장 쯤의 용도로 사용되는 곳이다.

 

한식 주택으로 사랑채, 행랑채, 대청이 딸린 안채가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서동수와 유병선이 안내된 곳은 안채 대청이다.

 

커다란 마룻방을 응접실로 꾸며 놓아서 아늑한 분위기다.

 

박재은 회장은 기조실 사장 유영수만 참석시켰으니 넷이 마주 보고 앉았다.

 

인사를 마치고 각자 앞에 놓인 음료수 병을 쥐었을 때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어제 제가 북한에서 온 만경봉 악극단장을 만났습니다.”

박재은과 유영수는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북한은 악극단원 수천 명을 국가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임수영이 말한 대로 설명해준 서동수가 박재은을 보았다.

“악극단 단장이 저한테 사업 제의를 했습니다. 동성한테 말씀입니다.”

서동수가 임수영이 제의한 내용을 그대로 전해주고 나서 박재은을 보았다.



“저는 동성의 사주지만 신의주 장관입니다.

 

이권사업에 손을 뻗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사업을 광일그룹이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박재은이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시선을 떼지 않고 눈도 깜박이지 않았다.

 

응접실 안에 한동안 정적이 덮였다.

 

이것은 유흥사업의 남북한 합작을 말한다.

 

거대한 사업이다.

 

라스베이거스는 관광도시, 또는 유흥도시인 것이다.

 

신의주가 번성하려면 관광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이윽고 박재은이 입을 열었다.



“호의 감사합니다, 장관님.”



심호흡을 한 박재은이 말을 이었다.

“내일까지 심사숙고한 후에 장관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박재은의 눈이 반짝였고 다시 서동수의 시선을 잡은 채 한동안 떼지 않았다.

 

별장을 나왔을 때는 9시가 조금 지났을 때다.

 

차가 대문을 빠져 나왔을 때 유병선이 머리를 돌려 서동수를 보았다.

“박 회장이 감동했을 것입니다.”

“내가 못하면 그분이 해야 돼.”

의자에 등을 붙이고 앉으면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광일이 신의주를 본거지로 삼게 될 테니까.”

한국 제1의 대기업이 신의주에 전력투구를 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었다.

 

관광 유흥산업은 현금 회전율이 빠르고 이윤이 많은 알짜 산업이다.

서동수는 북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한 이 사업을 광일그룹에 넘긴 것이다.

 

그때 핸드폰을 꺼내본 유병선이 말했다.

“최 변호사가 미혜 어머니를 만나 일을 다 끝냈다고 보고해 왔습니다.”

서동수는 잠자코 머리만 끄덕였다.

 

박서현은 마침내 두 달 전에 두 번째 남편이었던 정영철과 이혼을 한 것이다.

 

박서현은 며칠 전에 미현이 전화를 했을 때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나

 

정영철하고 사이에서 난 두 딸도 넘겨주고 나왔다.

 

겉으로는 성격 차이로 합의이혼을 했다지만 실제는 생활고 때문이다.

 

정영철이 몇 년째 실업자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에 서동수가 정영철에게 중국에서 사업을 해보라고 조언을 했지만 듣지 않았다.

 

그전에도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자존심도 상했을 것이었다.

 

그때 유병선이 다시 말을 이었다.

 

 

“미혜 어머니가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다는군요.”

최 변호사는 박서현에게 일자리를 주선해준 것이다.

 

서동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450) 21장 욕정 <20>

 

 

 

다음 날 오후,

 

서동수가 영등포역 근처의 설렁탕 식당에서 점심을 마치고 나왔을 때 박재은 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장관님, 저희 광일이 신의주를 세계 제1의 관광도시로 만들겠습니다.”

박재은이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라스베이거스, 홍콩, 싱가포르 등 각국의 장단점을 비교해서 신의주에 전력투구하겠습니다.”

“저도 적극 도와드리지요.”

서동수도 화답했다.

“북한 측도 환영할 것입니다.

 

곧 광일과 북한의 합자회사를 설립하도록 제가 중개 역할을 하겠습니다.”

박재은과 통화를 마친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옆자리의 유병선을 보았다.

“동성이 했다면 세계 제1의 재벌 그룹이 되었을 거야.”

“잘하신 겁니다.”

유병선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

“장관님은 물욕이 없으십니다. 제가 존경하는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또 있나?”

“그건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여자관계는 어때?”

그때 유병선의 시선이 앞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승용차 앞 좌석에는 운전사와 수행비서 최성갑이 앉아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유병선이 심호흡을 했다.

“제 주관적인 소견입니다만 저는 그것으로 회장님을 더 인간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때로는 색욕이야. 욕정이라구.”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다만 상대방에게 비난을 받지 않을 뿐이지 자랑할 만한 일은 못 되네.”

그때 서동수의 핸드폰이 진동을 했으므로 대화가 끊겼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본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장치였기 때문이다.

 

서동수가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응, 나, 서울인데, 웬일이야?”

“여보, 우리 안 만난 지 열흘쯤 되었지?”

불쑥 장치가 묻더니 제 말에 제가 대답했다.

“맞아, 열흘째야, 그런데 언제 돌아와?”

“오늘 오후에 중국으로 출발해.”

“그럼 내일 오후에 내가 칭다오로 갈게, 시간 있지?”

“당연히 저녁 시간은 우리 몫이지.”

서동수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고보니 장치와 안 만난 지 열흘이 된 것이다.

 

통화를 끝낸 서동수가 유병선에게 말했다.

“장치는 제 역할을 잘 알고 있는 여자야. 나하고 거래관계라는 의식이 강해.”

유병선은 숨을 죽였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내놓을 것이 없어지면 자신의 존재성을 낮추게 될 거야.

 

삭막하게 느껴지겠지만 사업 동반자로서는 둘도 없는 짝이지.”

“그런 성격이신지는 몰랐습니다.”

“자립심과 자존심이 강한 여자지.”

그러고는 서동수가 입을 다물었다. 차 안에 정적이 덮여졌다.

 

서동수는 옆에 앉은 유병선도 지금 박서현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을 하다 보니까 어제 오후에 최 변호사를 보내 처리해 준 박서현과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박서현은 동성 계열사 중 한 곳의 매장 관리인으로 채용이 된 것이다.

 

혼자 생활하는 데는 충분한 보수를 받게 되었고 숙소도 사내 간부사원에게 배정된 아파트에

 

입주할 것이었다.

 

이윽고 생각에서 깨어난 서동수가 말했다.

 

“지금까지는 무난하게 전개되었다.

 

각자 기대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지.

 

하지만 앞으로는 많이 부딪히게 될 거야.”

사업뿐만이 아니라 인간사도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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