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1]

<228>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1]

 

 

 

(451)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1>

 

 

 

 

 

신의주 장관은 자치령 수반이나 같다.

신의주에도 내각이 있으며 남북한과 중국 측의 추천을 받아서 장관이 임명한 임명직 입법위원은 25명,

또한 치안과 방위를 맡은 경찰도 존재한다.

모두 남북한, 중국과의 협의에 의하여 배분되고 권한을 행사해 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갈등이 일어났다. 모두 예상했던 일이기는 했다.

남북한의 체제, 경제수준 차이가 컸을 뿐만 아니라 사고(思考)의 벽이 굳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자치령 6개월이 지났을 때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것은 밀입국자 처리였다.

특구 초기부터 하나둘씩 넘어왔다가 돌려보내지거나 흡수시켰던 북한 측 밀입국자가 요즘은

하루에 50∼60명씩 국경 경비경찰에 체포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신의주의 경찰력은 3000명, 자치령법상 최고지휘관은 장관이며 책임자는

북한의 군사령관 출신 이경주가 경찰총감이다.

부총감은 한국의 경기경찰청장 출신의 박재성, 오늘 장관실에서 셋이 둘러앉았다.

오후 2시 반, 배석자는 장관 비서실장 유병선까지 넷이다.

이경주가 말했다.

“현재 수감된 밀입국자가 755명입니다.

그중 중국에서 넘어온 놈들이 87명인데 남한 국적자가 12명, 조선족이 34명, 중국인이 41명입니다.”

이경주는 대장 출신으로 65세다.

북한은 70대 장군들도 많아서 아직 팔팔한 축에 들었고 붉은 얼굴에 체격도 당당했다.

이경주가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는데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신의주 경찰은 흰밥에 고깃국을 주고 중국 국적이라고 거짓말을 하면 확인도 안 하고

중국으로 보내준다는 소문이 나서 놈들이 마구 들어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50대 중반의 박재성도 강골이다.

두 경찰 총수가 부딪히자 유병선이 말렸다.

“진정들 하시지요.”

“총살이 보기 흉하면 교수형도 좋습니다. 그래야 밀입국자가 줄어듭니다.”

이경주가 말했을 때 서동수가 머리를 들었다.

“밀입국자가 많다는 건 그만큼 신의주가 동경의 대상이란 선전효과도 있으니까

사형은 당분간 보류합시다.”

당분간이란 표현으로 이경주를 달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형제도를 폐지하자는 건 아니오. 국가 기강을 흔드는 난동범은 예외요.”



숨을 고른 이경주가 말을 이었다.

“시범적으로 열 명쯤 공개 총살을 하도록 해주십시오. 내일 즉시 집행하겠습니다. 장관님.”

서동수의 시선이 박재성에게로 옮겨졌다.

시선을 받은 박재성이 어깨를 내리면서 소리 죽여 숨을 뱉는 것이 드러났다.

한국에서는 사형집행이 보류된 지 10년이 지났다고 한다.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가 10년이 지나도록 살 수 있게 하는 나라다.

그런데 이경주는 체포된 밀입국자를 바로 다음 날 사형집행을 한다는 것이다.

다시 이경주가 말했다.

“장관님께서 범법자의 직결처분권을 갖고 계십니다. 명령만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사형은 안 됩니다.”

마침내 박재성이 나섰다. 부총감이 총감의 의견을 반대한 셈이다.

“당치도 않습니다. 신의주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행동입니다. 저는 반대합니다.”

“먹칠을 하다니?”

이경주가 눈을 치켜떴다.

“그럼 불법 데모를 해도 놔두고 나중에는 술 취한 자가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려도

쩔쩔매는 남조선식으로 놔두겠단 말인가? 그런 건 국가도 아니요.”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럼 걸핏하면 총살하고 대공포로 쏴 죽이고

박격포로 쏴 죽여야 제대로 된 국가란 말입니까?”

 

 

 

 

(452)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2>

 

 

 

“감찰비서관을 부르겠습니다.”

경찰 총수들이 돌아간 후에 비서실장 유병선이 말했다.

유병선은 장관 비서실장이지만 한국의 청와대 비서실장 역할을 한다.

신의주가 자치령으로 국가체제와 비슷한 터라 자연스럽게 비서실도 맞춰서 구성된 것이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자 유병선이 벨을 눌렀고 곧 집무실 안으로 사내 하나가 들어섰다.

감찰비서관 조기택이다.

한국 출신, 48세,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후에 3년 동안 실직자가 되었다가

신의주 장관 비서실에 채용이 되었다.

짧은 머리, 단단한 체구에 각진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져 있다.

다가선 조기택이 머리를 숙여 보이더니 보고서를 서동수 앞에 내려놓고 말했다.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서동수가 잠자코 보고서를 보았다.

한 달 전 건설부의 제2과장 유백상은 신의주 개발지역 요지인 A-7지구의 유흥가 부지를

한국의 투자기업 성호상사에게 분양했다.

대지 1만㎡였고 용도는 호텔과 상업시설, 분양가는 신의주 정부에서 고지한 대로였다.

적법한 절차를 밟아 분양을 받았지만 원체 요지여서 경쟁자가 4곳이나 있었던 것이다.

분양은 경쟁입찰이 아니라 5명으로 구성된 선정위원에 의하여 결정된다.

선정위원은 건설부장과 경제, 행정, 문화, 경찰부에서 각각 1명씩이 선출된 5명인 것이다.

보고서에서 시선을 뗀 서동수가 긴 숨을 뱉었다.

선정위원 5명 중 건설부장을 포함한 3명이 한국계, 2명은 북한계다.

그중 건설부장 장주식만 빼놓고 4명이 모두 뇌물 10만 불씩을 먹은 것이다.

물론 2과장 유백상도 먹었으니 성호상사는 5명에게 뇌물을 먹였다.

조기택이 말했다.

“행정부와 경찰부의 북한계 선정위원은 배경이 좋습니다.

둘 다 호위총국 제1경비단 소속 중화 출신입니다.”

호위총국 제1경비단이 어디인가? 김동일 장군의 직속 경호대인 것이다.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은 얼굴로 조기택을 보았다.

“다섯 명을 장관 직권으로 긴급 체포할 수 있겠지요?”

“예, 그럴 권한이 있으십니다.”

신의주는 그렇다. 장관에게 그럴 권한이 있는 것이다.

신생 자치령의 초기 혼란 수습을 위하여 남북한이 합의한 법이다.

서동수의 시선이 유병선과 조기택을 차례로 멈춰졌다.

“먼저 그 후유증에 대한 대비를 해두는 게 낫겠군, 그렇지요?”

“알겠습니다.”

긴장한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이것을 부정부패에 대한 정부당국의 강력한 경고로 활용해야 될 것입니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난 한국계만 부패에 익숙한 줄 알았더니 같은 민족이어서인지 북한계도 뒤지지 않는구만.”

유병선과 조기택은 가볍게 말을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입을 다문 채 시선만 주었다.

사건 비중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신의주 정부의 탄생 이후 처음 고위급 남북한 관리들의

전격 체포가 될 것이다.

 

그때 조기택이 말했다.

“장관님, 부정부패 사범으로 기소장을 작성토록 하겠습니다.”

“아니.”

정색한 서동수가 조기택을 보았다.

“반역 혐의로 하세요.”

놀란 둘이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자치령 고위 공무원이 부정한 뇌물을 수수한 건 자치령을 붕괴시키려는 반역행위와 같아요.

반역행위로 처형되어야 합니다.”

서동수는 처형이란 단어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