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 불꽃(7)
(1407) 불꽃-13
그때 정현주가 말했다.
“아녜요, 저도 좋았어요.”
시선을 든 현주가 조철봉을 보았다.
“이렇게 좋았을 때는 첨이에요.”
“그럼 왜 밉니까?”
“그건.”
침을 삼킨 현주가 말을 이었다.
“버릇이 되었나 봐요. 저도 모르게 그냥.”
“섹스할 때 말입니까?”
“네?”
“섹스할 때 미는 버릇이 있어요?”
“잘 고쳐지지 않네요.”
다시 침을 삼킨 현주가 이번에는 길게 숨까지 뱉었다.
“전 남편하고 살 때 그런 버릇이 들었거든요.”
“하기 싫어서?”
“그런 셈이죠.”
“그 이유를 물어도 됩니까?”
“더러워서요.”
“더럽다.”
혼잣소리처럼 말한 조철봉이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숨을 뱉었다.
문득 시선을 내리자 물 속에서 철봉은 늘어져 쉬고 있었다.
섹스를 더럽게만 생각하는 군상도 많다.
눈에 불을 켜고 꾸짖는 군상들은 과연 어떤 자세로 섹스를 할 것인가를
연상하는 것으로 조철봉은 자위하고 잊는다.
그때 현주가 말을 이었다.
“제 전남편은 호모였거든요.”
퍼뜩 시선을 든 조철봉을 향해 현주가 입술 끝만 비틀면서 웃었다.
“동성애자요.”
조철봉은 잠자코 기다렸고 현주의 말이 이어졌다.
“결혼 반년쯤 후엔가 알게 되었죠. 그땐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땐데….”
“그래서.”
물이 좀 차가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조철봉이 현주에게 물었다.
“그때부터 그런 버릇이.”
“그런 것 같아요.”
“남자는 양성애자였던 모양이군요.”
“그런 것 같아요. 남자 애인도 자주 만났으니까요.”
“그걸 이유로 이혼을 하신건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묻자 현주는 머리를 저었다.
“증거가 잡히지 않아서 그렇게 안되었어요.
이혼을 해주지 않길래 결국 제가 사건을 만들었죠.”
“…….”
“그 주제에 자존심은 대단한 인간이었으니까요.”
“…….”
“제 와이프의 간통 현장을 보았는데 그냥 넘어갈 인간이 어딨어요?”
“저런.”
박경택의 보고 내용과 딱 맞는 사연이었고 그것은 곧 현주가 사실을 꾸밈없이 말한다는 의미였다.
이제는 현주가 더이상 말을 안해도 사연이 다 이어진다.
그 빌어먹을 남편놈이 이혼을 안해주니까
옛 남친과 여관에 들어가는 현장을 일부러 발각되도록 만든 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빼앗기는 아픔을 무릅쓰고 이혼을 했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시선을 내려 물 속을 보았다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왜일까? 성적 충동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어느새 철봉이 곤두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놈 속셈은 알 수가 없다.
그때 현주가 잠깐 동안의 정적을 깨고 말했다.
“저기요.”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현주가 말을 이었다.
“우리 다시 해보면 안될까요?”
그 순간 물 속에서 철봉이 솟아올랐고 현주의 말이 이어졌다.
“아까는 정말 좋았거든요. 그러니까.”
(1408) 불꽃-14
조철봉에게는 이만한 복음(福音)이 없다.
그 어떤 소리보다도 값지고 생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대사였다.
이때는 만사가 다 잊어진다.
돈도 명예도 그리고 고난이나 불안도 다 싫다.
다 필요없다.
“으음.”
낮은 신음이 저절로 뱉어진 순간 조철봉은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갑시다.”
조철봉이 현주에게 손을 뻗었다.
“침대로.”
그러고는 덧붙였다.
“섹스의 진가를 보여드리지.”
“그러실 필요 없어요.”
조철봉의 손을 잡고 욕실을 나오면서 현주가 말했다.
“그냥 하시면 돼요.”
그러더니 조철봉의 시선을 받고는 다시 희미하게 웃었다.
“제가 맞출게요.”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기 전의 모습처럼 둘은 깨끗한 알몸인 채 침실로 나왔다.
현주가 먼저 침대로 올라가 눕더니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온몸이 번들거리고 있는 것은 욕조에서 빠져 나와 그대로 침대 위에 누웠기 때문이다.
조철봉은 현주의 온몸을 내려다 보았다.
바짝 붙으면 다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침대 끝에서 본 것이다.
“아이.”
3초쯤 지났을 때 현주가 다리를 오므리는 시늉을 하면서 눈에 덮여진 손가락을 조금 펴고 말했다.
“빨리요.”
“하고 싶어요?”
조철봉이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시간끌기 작전이다.
이 상황에서는 별놈의 말을 다 해도 달아오른다.
물론 신경을 건드리는 말은 제외해야 될 것이다.
체중관계, 또는 성격따위, 그때 현주가 콧소리까지 섞어서 대답했다.
“흐응.”
조철봉은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현주의 몸은 무르익었다.
젖가슴은 탱탱했으며 하체가 특히 튼실했다.
짙은 숲에 덮인 붉은색 골짜기는 최상의 건강 상태임을 드러내었고 샘 뚜껑은 발딱 곤두서 있었다.
조철봉은 현주의 몸 위에 엎드렸다.
그러고는 먼저 현주의 이마에 입술을 붙였다.
이것은 조철봉식의 존경을 표시하는 방법이었다.
존중함을 나타내는 인사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때 현주가 조철봉의 목을 두팔로 감았다.
이미 현주는 다시 두 눈을 감고 있었는데 숨결은 거칠었고 뜨거웠다.
조철봉의 입술이 감은 두 눈과 콧등, 그리고 윗입술에 차례로 찍히고 났을 때였다.
현주의 입이 반쯤 벌려졌다.
다음 차례인 입술의 키스를 받겠다는 표시였다.
조철봉의 입술이 덮여졌을 때 현주의 혀가 당장 뻗어 나왔다.
그러고는 조철봉의 입 안으로 들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조철봉은 현주와 몸을 붙였다.
그러자 철봉이 허벅지 사이에 끼워졌고 현주가 두 무릎을 세우는 바람에 단단하게 갇혀졌다.
“아아, 좋아.”
잠깐 입술을 떼었을 때 현주가 헐떡이며 말했다.
“섹스를 안한 지 4년도 넘었어요.”
“그 거짓말, 정말이요?”
조철봉이 손을 뻗어 현주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물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엉덩이에 자극을 주면 효과가 있다.
바로 앞쪽에서 철봉이 자극을 주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때 현주가 눈을 떴다.
“그래요, 4년. 그동안 한번도 안했어요.”
“대단하군.”
“여자는 참을 수 있어요.”
그건 조철봉도 안다.
그런 면에서 여자는 남자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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