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 불꽃(5)
(1403) 불꽃-9
조철봉이 지금 정현주를 데리고 노닥거리는 것은 좀 험하게 말한다면 잡은 쥐를 어르는
고양이 입장과도 비슷할 것이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사탕을 쥐게 된 아이가 아끼다가 먹으려는 본능과도 통할지 모른다.
가슴이 뛰고 머리에는 적당히 열이 오른 상황. 가끔 하반신에 기분좋은 충동이 왔다가 사라진다.
자신이 듣기에도 제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렸으며 분위기는 감미롭다.
평소에 눈길도 주지 않았던 TV 탤런트가 화면에 나와도 꽤 오래 바라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건성이니까. 봐도 보는 것이 아니다.
마음은 딴 데 가 있으니 백날 봐도 헛것이다.
밤은 길다.
또한 호텔 방은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다.
여자는 방안에서 지지배배, 다 되었다.
그때 현주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재킷을 벗었다.
흠칫 눈을 치켜뜬 조철봉을 향해 현주가 웃어 보였다.
“더워서요.”
그러더니 냉장고 옆 선반 쪽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한잔하시겠어요?”
“그러지요.”
조철봉이 선뜻 대답했다.
적당한 술기운은 섹스에도 도움이 된다.
더 강해지고 더 빨리 오른다.
“양주 드실래요?”
현주가 뒷모습을 보이며 또 물었다.
셔츠 차림이 되어서 어깨와 등,
그리고 엉덩이의 곡선이 다 드러났고 종아리는 맨살이다.
저절로 고인 침을 삼킨 조철봉이 대답했다.
“그러지요, 얼음 타서.”
그동안 수백의 여자와 섹스를 했지만 처음 하기 직전이 가장 벅찼다.
기대감, 흥분 등이 섞인 이 감동은 그 어떤 것도 비교가 되지 못할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이 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도 이만큼은 안 될 것이다.
로또 6자리가 다 맞았을 때도 그렇다.
그때는 가슴만 뛰고 눈알이나 뒤집혀지지 이렇게 온몸이 골고루 뜨거워지지는 않는다.
좌우간 지금처럼 행복한 순간은 없는 것이다.
조철봉은 술을 따르는 현주의 종아리를 쏘아 보았다.
발 뒤꿈치가 날씬했다.
저 다리가 위로 번쩍 치켜 들리면서 아우성을 치는 것이다.
그때 현주가 몸을 돌렸으므로 조철봉은 시선을 돌렸다.
“선생님은 이런 경험이 많으신 것 같아요.”
조철봉에게 술잔을 건네주면서 현주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옆쪽에 앉은 현주도 온더록스 잔을 들고 있었다.
“아니, 왜요?”
뻔한 수작이었지만 조철봉이 묻자 현주는 술을 한 모금 삼키고 대답했다.
“여유가 만만하고, 또.”
“또?”
“여자에 대해서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아니.”
정색한 조철봉이 천천히 머리를 저었다.
“난 그저 섹스만 좋아할 뿐입니다.”
제가 말을 뱉고도 조철봉의 가슴은 뛰었다.
의도적이었다.
잘못하면 분위기를 깰 수도 있는 대사다.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조철봉은 말을 이었다.
“여자하고 섹스할 때야말로 저는 행복하니까요.”
괜히 거창하게 존재의 확인 따위 같은 이유를 주절주절 붙여서
미화하고 합리화할 필요가 뭐 있는가?
그냥 넣을 때 좋고 여자가 좋아 죽겠다고 할 때 만족해온 것이다.
그때 현주가 조철봉을 똑바로 보았다.
“섹스 잘 하세요?”
“여자를 만족시킬 줄은 압니다.”
“선생님은요?”
조철봉은 긴장했다.
대답하기 쉬운 질문 같지만 아니다.
(1404) 불꽃-10
“난 언제나 절정을 즐깁니다.”
조철봉이 그렇게 대답했다.
절정을 맛본다는 것이 아니라 즐긴다고 표현했지만 현주는
그 차이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머리를 끄덕인 현주가 다시 한모금 술을 삼키더니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전 잘 몰라요.”
“뭘 말입니끼?”
조철봉이 묻자 현주는 탁자 위에 술잔을 내려놓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씻고 와야겠죠?”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현주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기가 번졌다.
“누가 그러데요. 같이 호텔방에 들어왔을 때 여자가 씻고 오겠다고 하면
직업여성같은 느낌이 든다고.”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으므로 조철봉은 눈만 껌벅였고 현주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제가 지금 겪어보니까 아니에요. 아까부터 씻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어요.”
“같이 씻을까요?”
그러자 주춤 움직임을 멈췄다.
현주가 3초쯤 지났을 때 입을 열었다.
“맘대로 하세요.”
“내키지 않으면 놔 두시고.”
“아녜요, 어차피.”
다시 잠깐 말을 끊었던 현주가 여전히 굳은 얼굴로 조철봉을 보았다.
“다 볼건데요, 뭘.”
“그런가요?”
자리에서 일어선 조철봉이 문득 현주와는 입도 맞추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택시 안에서 손은 잡아 보았다.
그것도 의례적으로, 아주 점잖게.
“제가 먼저 들어가서 욕조에 물 받아 놓을테니까.”
현주가 말했으므로 조철봉은 몸을 돌렸다.
바지를 벗고 있었던 참이었다.
“조금 있다가 들어오세요.”
“그러지요.”
선선히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바지를 벗어 놓고는 팬티 차림으로 다시 소파에 앉았다.
이런 기다림은 가장 즐겁다.
시간이 지날수록 철봉 기운이 떨어지는 놈자들한테는 조바심이 일어나겠지만 조철봉에게는
감미로운 순간일 뿐이다.
소파에 늘어져 앉은 조철봉은 어느덧 팬티를 텐트로 만들어 놓은 철봉을 내려다 보았다.
이놈은 곧 호강을 하게 될 것이다.
뜨거운 샘 안에 들어가 전신 마사지를 받는다.
조철봉은 손을 뻗어 팬티를 벗어던져 버렸다.
그러자 검붉은 철봉이 건들거리며 섰다.
머리가 탐스러웠고 힘줄이 불거진 기둥은 시멘트 벽도 뚫을 것 같은 기세였다.
그때 욕실 문이 열리더니 현주가 머리만 내놓고 불렀다.
“들어오세요.”
그 순간 철봉이 벌떡이면서 가장 먼저 반응을 했다.
‘들어오세요’라는 말을 놈은 오해한 것 같았다.
조철봉이 욕실 안으로 들어섰을 때 현주는 옆모습을 보인 채 서 있었는데
손에는 치약을 묻힌 칫솔을 들었다.
“여기요.”
하고 조금 몸을 돌려 조철봉에게 칫솔을 내밀었는데 시선은 여전히 앞쪽 거울을 향해 있다.
칫솔을 받은 조철봉은 현주의 알몸을 훑어보고는 고인 침을 삼켰다.
현주의 피부는 희었다.
희지만 탄력이 느껴졌고 젖가슴과 엉덩이는 단단했다.
“으음.”
조철봉의 입에서 탄성이 뱉어졌다.
성욕이 소리가 되어 입 밖으로 뿜어져 나온 것이다.
현주에게 다가간 조철봉이 손을 뻗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참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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