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장군의 아들

제3부 黑龍의 失墜-자각 40 <종결>

오늘의 쉼터 2014. 8. 28. 08:01

제3부 黑龍의 失墜-자각 40  

 

 

“너 죽었다, 알지? 네 칼에 내가 죽지 않았으니까 이번에는 네가 죽을 차례야.”

잠시 비틀거렸을 뿐, 김무옥은 성난 멧돼지처럼 달려들었다.

단게는 힘으로는 도저히 김무옥에게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남았다.

(붙잡히면 죽는다.)

어두운 그림자가 번갯불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죽고 싶지 않은 것 또한 그의 본능이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반대로 그를 죽이든가, 항복을 받아내든가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여의치 않은 것을 그는 또한 알았다.

그렇다면, 튀는 것이 상책이었다.

삼십육계(三十六計)도 줄행랑이 상책이라지 않았는가.

그는 뛰었다. 뛰는 데에도 그는 바람이었다.

“너 찌라시(도망친다는 뜻의 속어) 놓냐? 하지만 글렀어!

저승 끝까지 쫓아가 죽이고 말 테니까…….”

어둠 속을 향하여 쥐어짜듯 중얼거린 김무옥은

단게가 사라져간 쪽을 한참 동안 노려보고 섰다가,

새삼 생각해 내기라도 한 것처럼 걷기 시작했다.

등에 뻐근한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그러나 어느 만큼 찔렸는지 알지 못했다.

아직껏 단검이 그대로 찔린 상태로 있는 것도 알지 못했다.

 칼이 찔린 채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라면,

상당히 깊이 찔린 것이 분명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비틀거림이 없는 확실한 걸음으로 방금 전까지

술을 마셨던 술집으로 되돌아 들어갔다.

술집에는 아직까지도 몇몇의 주먹패 친구들이 남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들은 김무옥이 되돌아 들어섰어도 전혀 영문을 알지 못했다.

얼굴이 다소 창백해 보이기는 했지만 칼은 등뒤에 꽂혀 있었고,

피도 등뒤에서 흐르고 있었으니까.

“단게에게 당했어!”

김무옥은 동료 친구들의 얼굴을 보자 공연히 눈물이라도

왈칵 쏟을 것 같은 비통한 기분이 되어,

바로 문 앞에 서서 뒤돌아 칼에 찔린 뒷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등뒤에는 표적판에 꽂힌 화살처럼,

아직도 단검이 꽂힌 채로 있었고,

그 주변에 피가 흥건하게 묻어 있었다.

“오호…….”

“이게, 이게 무슨 짓이지?”

피를 보면 대체로 누구나 흥분하는 법이다.

술잔을 내던지다시피 하고 친구들이 우르르 김무옥의 주변으로 달려들었다.

누군가가 등에 꽂힌 채로 있는 칼을 뽑으려는 듯 허둥거리면서 다가들었다.

그러나 침착함을 잃지 않은 것은 오히려 김무옥이었다.

“그냥 놔둬! 이대로 날 병원으로 데려가.”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던 것이다.

함부로 칼을 뽑는 것이 해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길로 많은 동료들에 에워싸여 병원으로 급행했음은 물론이었다.

“무옥이가 당했어! 단게가 비겁하게 등뒤에서 찔렀다.”

소문은 삽시간에 봉천의 조선 주먹패 사이에 퍼져갔고,

그 말이 단게의 귀에까지 전달됐음은 물론이었다.

 

이날 밤, 김무옥은 정말 잘 잤다.

수술 후의 마취 기운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이지만 고통을 모르고 잘 잔 것이다.

그러나 단게는 이와는 정반대였다.

원래 맞은 자는 다리를 뻗고 자지만 때린 자는 다리를 웅크리고 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우선 단게는 후회가 되었다.

김무옥의 기를 꺾기 위해, 그리고 그를 봉천 바닥에서 내몰기 위해 찔렀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등뒤에서 찔렀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비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상대가 나쁘다.

김무옥 자신이 칼이 등에 꽂힌 채 악마처럼 중얼거리지 않았는가.

‘너, 죽었다! 알지? 네 칼에 내가 죽지 않았으니까 이번에는 네가 죽을 차례야!’

피를 토하듯 내뱉은 말이 아직껏 쟁쟁하게 들리는 듯싶었다.

생각만 해도 등이 오싹해지는 일이었다. 김무옥이라는 사람 됨됨이만 보아도

그것이 빈말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틀림없이 복수를 할 것이다.

아마도 그는 복수를 하지 않고는 봉천 땅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고향 인천으로 도망을 갈까?

하지만 그는 필시 인천으로 뒤쫓아올 것이다.

만주는 고사하고, 중국 땅으로 피신을 한다 해도 그는 기어이 뒤쫓아올 것이다.

그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집요한 놈 같으니라구!)

그는 마치 당장 쫓기고 있는 몸이 되기나 한 것처럼 투덜거렸다.

그러니 잠을 이루려야 이룰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어쩔 것인가.

다시 도전장을 내어 정식으로 대결을 한다?

가망이 없는 일이었다. 칼을 쓰고도 그를 굴복시키지 못했는데,

무슨 힘으로 그를 쓰러뜨릴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봉천 바닥에서 도망칠 수도 없고,

언제까지 어디로 피해 다닌단 말인가.

(그렇다면?)

길은 한 가지밖에 없을 듯싶었다.

떳떳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화해의 길을 찾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단게는 심복 부하 몇을 거느리고 김무옥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찾아갔다.

김무옥은 마취 기운이 풀려 신음을 하고 있었다.

상처 부위가 등뒤여서 바로 눕지도 못하고 엎드려 있었다.

때문에 그는 단게가 부하들을 거느리고 나타난 것을 모르고 있었다.

“무옥 형, 내가 잘못했소! 정말 미안하게 됐소!”

단게의 사과는 진정이었다.

그러나 그 사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김무옥이 아니었다.

단게의 목소리를 듣고 흠칫 놀라며,

자벌레처럼 고개를 치켜들며 돌아다보았다.

“흥, 미안하긴! 내가 살아 있어서 미안하군.

다음은 네가 죽을 차례야! 그게 싫으면 어때, 다시 한 번 찔러보지?”

그는 칼 받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치켜든 고개를 베개 위로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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