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5. 이런인생(12)
(1364) 이런인생-23
“김기중이 조철봉을 찾아온 것은 그 다음날 오전 11시경이다.
“응, 왔구나.”
조철봉이 소파 앞자리를 권하면서 기중을 똑바로 보았지만 말을 잇지는 않았다.
자리에 앉은 기중이 입을 열었다.
“끝났어.”
“그래, 알고 있다.”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으므로 기중은 목을 빼고 눈을 가늘게 떴다.
“어, 어떻게 한 거야?”
“뭘 어떻게 하다니?”
“그 여자가 재산을 다 넘겨 주었어. 통장도 모조리 넘겼고, 돈 10만원도 빼가지 않았다구.”
“그래?”
조철봉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내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지. 그런데.”
물병을 들어 병째로 한모금을 삼킨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넌 모르고 있는것 같은데 그동안 너 모르게 수원에다 상가 하나를 사놓았어.
시가로 1억8천짜린데 지금 세를 놓고 있다. 월 임대료로 1백만원씩 받고 있지.”
눈만 껌벅이는 기중을 향해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나한테는 잔고가 1천쯤 되는 카드 3장을 보여 주더구만. 그것뿐이라고.”
“…….”
“지금 내 별장에 있다.
그 별장을 그 여자 명의로 해 줘야겠는데 시가로 2억쯤 간다.
그 2억을 네가 나한테 대신 갚아줘야겠다.”
“그, 그럼. 당연히.”
기중이 서둘러 말했다.
“당연히 그렇게 해줘야지.”
“그럼 그 여자는 1억8천짜리 상가에다 2억짜리 별장을 차지하게 된 거야.
두 남자한테서 받은 위자료 명목이 되겠다.”
그러고는 조철봉이 이만 드러내고 소리없이 웃었다.
“예전의 나 같았으면 다 빼앗았다.
수원 상가도 빼앗고 별장도 내주지 않았어. 그런데 달라졌지.”
“…….”
“나는 이번에 네 일을 해주면서 느낀 점이 많아.”
“너한테 어떻게 보상을 하지?”
“아, 됐어.”
“내일 2억을 가져올게.”
“알았어.”
머리를 끄덕였던 조철봉이 정색하고 기중을 보았다.
“앞으로 그 여자한테 밀리면 안된다. 무슨 말인지 알지?”
기중이 몸을 굳혔을 때 조철봉은 말을 이었다.
“너한테 재산 도로 내놓으라고 달려들지도 모른단 말이다.”
그러자 기중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내가 그게 일어나지 않아서 기가 죽었을 땐 그 여자가 내 마누라였을 때지.
그런데 지금은 아니거든?”
“그렇군.”
“내가 기죽을 이유가 없지.”
“과연.”
그러자 기중이 눈을 치켜뜨고는 이까지 악물었다가 풀었다.
“그러기를 오히려 바란다. 그때 내가 짓이겨줄테니까.”
“그런 자세면 됐어.”
소파에 등을 붙인 조철봉이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긴 숨을 뱉었다.
“나도 네 일을 끝냈으니까 곧 외국 출장을 다녀와야겠다.”
“고맙다, 철봉아.”
기중이 앉은 채로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제 자식만 바라보고 살 힘이 난다.”
(1365) 이런인생-24
그날 밤 조철봉은 침실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이은지에게 김기중과 한미옥의 사연을 말해주었다.
물론 기중과 미옥의 사건에 개입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성불능이 된 기중이 미옥과 헤어질 때까지의 참담했던 나날을 들은 은지는 분개했다.
두 자식을 내팽개친 채 색을 밝히는 미옥은 인간도 아니라고 매도했다.
그리고 둘이 재산을 나눠 갖고 아이들은 기중이 키우기로 했다는 말을 듣더니
미옥한테 한 푼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난 성생활이 가정생활의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은지가 단호하게 말했지만 조철봉의 허리를 감아 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이 실렸다.
지금 둘은 알몸이다.
샤워를 하고 나온 은지한테 조철봉이 기중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다.
“섹스는 좋지만 얼마든지 견딜 수 있어요.”
그러자 조철봉이 은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정말이야?”
“정말이라니까.”
하면서 은지도 손을 뻗쳐 조철봉의 철봉을 움켜쥐었다.
철봉은 어느새 곤두서 있었던 것이다.
“정말 안 해도 살 수 있겠어?”
확인하듯 조철봉이 묻자 은지가 철봉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이것만 떼줘요. 혼자 살 테니까.”
“그것 봐.”
“날 그 여자하고 같이 취급하지 말아요.”
“당신도 어떻게 될지 모른단 말이야. 자신할 일이 아냐.”
“그렇다고, 아이들을 그렇게….”
하면서 은지가 마른 침을 삼키더니 철봉을 흔들었다.
“아이.”
이야기를 끝내자는 표시였다.
조철봉이 은지를 당겨 안았을 때 은지가 뜨거운 숨을 뱉으면서 말했다.
“그냥 넣어줘요. 나 벌써 흐르고 있어.”
“응?”
놀란 조철봉이 손을 뻗어 은지의 샘을 더듬었다.
숲은 젖어 있었다.
마치 홍수가 난 것처럼 흥건했다.
그동안 은지는 조철봉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몸이 뜨거워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철봉을 쥐고 나서 와락 올라간 것 같다.
“이 여자는 내 이야기 들으면서 딴 생각을 했던 모양이군.”
은지의 몸 위로 오르면서 조철봉이 말했다.
“난 제법 심각한 이야기를 했는데 말이야.”
“난 자기 없으면 못살아.”
두 다리를 벌리면서 은지가 팔을 뻗어 조철봉의 목을 감았다.
“이제는 상상조차 하기 싫어. 자기 없이 사는 거.”
그 자기란 필시 철봉을 동반해야만 하는 존재일 것이었다.
조철봉은 버릇대로 철봉의 골짜기 산책을 시작했다.
무겁고 때로는 가벼운 걸음으로 골짜기를 오르내리자 은지는 신음했다.
골짜기 또한 흠뻑 젖어 있었고 은지는 허리를 비틀면서 애타게 기다렸다.
“아아, 어서, 자기야.”
마침내 은지가 비명처럼 소리쳤다. 섹스는 언제나 새롭다.
그것을 이제는 은지도 느끼는 것이다.
산책을 멈춘 조철봉이 철봉 끝을 샘 끝에 댔을 때 은지는 긴장했다.
가쁜 숨도 잠깐 멈췄다.
그때 철봉이 닫힌 샘의 문을 비집고 들어섰다.
“아아악.”
은지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아아, 좋아.”
조철봉과 호흡을 맞추려고 은지는 허리를 비틀지 않았다.
이제는 쾌감을 증폭시키는 방법도 아는 것이다.
(1366) ?????? 공란 ?????
<다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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