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 이런인생(9)
(1358) 이런인생-17
그날밤, 다른 때는 이러지 않았지만 조철봉은 한미옥과의 섹스 시간과 횟수를 계산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까지 4회, 3시간42분. 회당 평균 55분이었지만 첫회에 미옥이
일찍 싸는 바람에 나중 3회는 한시간 이상이었고 마지막회는 1시간37분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기록은 어디까지나 미옥이 절정에 오른 시간을 말한다.
왜냐하면 조철봉은 대포를 발사하지 않았으니까.
장전한 대로 대포를 발사해왔다면 몸이 배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미옥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는데 지쳐서 시체처럼 늘어져 잤다.
미옥은 오늘처럼 끝내주는 밤이 없었다고 말해 주었는데 그 말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조철봉 같은 기술자는 처음 만난다는 뜻이었다.
하룻밤에 네번, 거기에다 네시간의 작업 기간에 미옥은 그야말로 꿈속을 헤매었다.
회당 마지막 절정까지 걸린 시간이 한시간 가량이었고 그 과정동안 미옥은 평균 서너번의
절정을 맛보았으니 그것까지 포함하면 십여회가 된다.
그래서 다음날이 되어서 미옥이 눈을 겨우 떴을 때는 아침 8시반이 되어 있었다.
“어머, 8시반이네.”
침대에 누운 미옥이 벽시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러나 놀라거나 초조한 표정이 아니다.
그러더니 마침 욕실에서 나오는 조철봉을 보고는 얼굴을 펴고 웃었다.
“자기, 일찍 일어났어?”
마치 10년쯤 같이 산 남편을 대하는 것 같다.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이며 시트를 들추고 침대에 눕자 미옥이 몸을 붙였다.
둘은 여전히 알몸이다.
“나, 어젯밤에 너무 좋았어.”
조철봉의 가슴에 얼굴을 붙인 미옥이 손을 뻗어 철봉을 쥐었다.
그러자 아직까지 대포를 발사하지 못한 철봉이 벌떡 곤두섰다.
“어머.”
놀람을 넘어 감동한 표정이 되어서 미옥이 철봉을 두손으로 감싸 안았다.
“당신 같은 남자는 처음이야.”
“그럼 나하고 같이 살까?”
조철봉이 머리를 들어 미옥을 보았다.
정색한 표정이다.
“몸만 오라고. 나한테 말야.”
미옥이 눈만 깜박였을 때 조철봉이 어깨를 당겨 안았다.
“다른거 다 필요없어. 난 당신 몸만 있으면 돼.”
“정말?”
미옥이 눈을 가늘게 뜨고 조철봉을 보았다.
그러나 철봉을 쥔 손은 놓지 않는다.
그러자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난 재산이 좀 있어. 그러니까 나한테 몸만 오라는 거야.”
“얼마나 되는데?”
“계산은 다 안해봤지만 몇백억. 글쎄, 한 5백억 될까? 좀 더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철봉이 상반신을 세우더니 미옥의 다리를 거칠게 젖혔다.
“이봐, 그냥 할게.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또?”
“그냥 넣어도 되지?”
“피곤하지 않아?”
하면서도 미옥이 철봉을 샘 끝에 붙였다.
“어제 너무 많이 해서 아파. 살살.”
그러고는 미옥이 조철봉의 목을 두팔로 감아 안았다.
“나도 자기 없으면 못살 것 같아.”
“그러니까 별거한다는 남편 놈한테 다 주고 오란 말야. 참, 애들도 있다고 했지?”
“둘이야.”
“그럼 애들까지 같이 넘기면 되겠다.”
그러고는 조철봉이 철봉을 밀어넣었으므로 미옥이 입을 딱 벌리면서 신음했다.
(1359) 이런인생-18
“병신 지랄하고 있네.”
하고 한미옥이 말했을 때 주방에 서있던 김기중이 주춤 움직임을 멈췄다.
오후 2시반, 수진과 근호는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집안에는 둘뿐이긴 했다.
3초쯤 굳어져 있던 기중이 등을 보인 채로 다시 설거지를 시작했다.
미옥은 백종수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기중한테 병신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성불능도 병신 축에 드는 터라 병신한테 병신이라고 하는 것만큼 큰 상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종수를 만난 후부터는 이판사판이 되었다.
기중의 등을 노려보던 미옥이 다시 내쏘았다.
“그럼 날더러 집안에만 박혀 있으란 말이지?
애들이나 보면서 말이야. 그렇지? 애들을 미끼로 날 잡아두고 싶지?”
기중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젯밤 질탕하게 즐긴 미옥이 집에 돌아온 시간은 오전 11시반,
돌아오자마자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기중에게 건성으로 애들 안부를 묻고 나서
옷만 갈아입고 목욕탕에 다녀온 것이다.
그것이 바로 10분 전이었고 기중이 뭐가 그렇게 바쁘냐고 한마디 물어본 것이
미옥의 심기를 건드렸다.
기중은 설거지만 했고 미옥의 목소리는 더 표독해졌다.
“그러니까 내가 이혼하자고 했잖아?
너와 내가 다 편하게 사는 방법이 그것뿐이라고 말이야.”
그때 기중이 몸을 돌려 미옥을 보았다.
“그, 백가한테서 전화가 왔어. 집으로.”
그때는 천하의 한미옥도 잠시 말문이 막혔고 기중의 말이 이어졌다.
“핸드폰을 꺼놓고 안 받는다면서 나한테 당신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거야.”
미옥이 눈을 치켜뜨고 기중을 보았다.
“백가라니? 지금 누구 말하는 거야?”
“본인 입으로 미스터 백이라고 하던데.”
쓴웃음을 지은 기중이 말을 이었다.
“잘 아는 사이라고 말이야,”
“왜 웃어?”
미옥이 물고 늘어졌다.
“뭐가 웃겨? 응? 왜 웃는 거야?”
그러자 기중이 다시 몸을 돌렸고 분을 참지 못한 미옥이
탁자 위에 놓인 플라스틱 컵을 들어 기중을 향해 던졌다.
컵이 기중의 등에 맞고 떨어졌다.
몸을 돌린 기중이 컵을 집어든 뒤 시선도 들지 않고
싱크대에 내려놓았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집 전화였다.
기중이 전화를 받으려고 몸을 돌렸으므로 미옥은 서둘러 전화기를 집었다.
“여보세요.”
응답했을 때 곧 수화구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울렸다.
“난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백종수다.
심호흡을 한 미옥이 힐끗 기중에게 시선을 주었다.
우두커니 서있던 기중이 외면했으므로 미옥이 입을 열었다.
“뭐가 어떻게 됐다고 그래?”
“어젯밤 연락하기로 했잖아? 친구 만나고 나서 말이야.”
“그렇게 되었어.”
“그렇게 되다니?”
그때 미옥은 전화기를 잠시 귀에서 떼고 어금니를 물었다가 풀었다.
어제 저녁때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았다.
백종수의 목소리만 들어도 뜨거워졌던 것이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뒤집어졌다.
백종수의 목소리는 탁했고 상놈 분위기가 풀풀 묻어났다.
실제로도 그렇다. 물건만 달고 다니는 건달, 돈 한 푼 없는 거지, 무식하고 천하다.
그놈과 비교하면 조철봉은 왕자다. 거지와 왕자, 미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바빴어. 그리고 나한테 이렇게 전화하지 마. 짜증나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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