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 이런인생(4)
(1348) 이런인생-7
“이은지는 스스로 쾌락의 극치를 경험했다고 믿는다.
그 제공자는 물론 조철봉. 은지는 그 이야기를 조철봉한테도 대놓고 했다.
밤마다 새롭고 할 때마다 또다른 절정을 맛보는 쾌락의 밤. 은지는 밤이 즐겁다.
조철봉이 출장이나 회사일 때문에 한달 평균 일주일 정도밖에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형편이지만 그 일주일은 그야말로 극락이다.
바로 오늘. 조철봉이 지난 나흘동안은 지방 출장으로 집을 비웠기 때문에
닷새만의 정사가 되겠다. 성사(性事)다.
“그만.”
조철봉이 철봉을 애무하는 은지의 어깨를 끌어 당겼다.
가끔 남성을 애무하는 것으로 달아오른 여자를 보았지만 조철봉은 그 진실성을 믿지 않았다.
애무는 주고 받는 비율이 공평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주는 쪽보다 받는 쪽이 더 달아오른다.
조금전에 은지는 퍼붓기만 했는데 저보다 이쪽을 즐겁게 해주려는 행위였다.
조철봉은 은지를 당겨 안았다.
은지의 몸은 벌써 뜨거워졌고 숨도 거칠어져 있었다.
“내가 해줄테니까.”
은지의 귓볼을 입술 끝으로 물면서 조철봉이 말했다.
“자기는 가만 있어.”
그러고는 조철봉이 은지를 침대에 바로 눕혔다.
방안의 불빛은 환했지만 은지는 이제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다.
두눈만 감은 채 온몸을 펴고 기다리는 것이다.
조철봉의 입술은 먼저 은지의 이마 위에 찍혔다.
그러고는 아래쪽으로 서두르지 않고 착실하게 내려갔다.
목에서 가슴으로 내려간 입술은 젖꼭지를 애무하며 한동안 머물렀다.
입안에 젖꼭지를 넣고 혀 끝으로 굴리는 동안 은지는 몸을 비틀며 마음껏 탄성을 뱉었다.
“자기야, 좋아.”
은지가 조철봉의 머리칼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이것이 믿음이며 사랑인 것이다.
조철봉의 머릿속에 다시 동창 김기중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같이 살아야만 한단 말인가?
충분히 이해는 하면서도 입밖으로 내놓지 못한 의문이다.
그것은 가족을 위한 희생처럼 들렸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자 지독한 이기심 같기도 했다.
다른 놈한테 아내를 빌려 주면서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것은 가족의 평온 따위가 아닐지도 모른다.
껍질만이라도 쥐고 있겠다는 욕심 아닐까?
자식들을 핑계삼아 떠나지 못하는 비겁한 자의 핑계일지도 모른다.
그때 조철봉의 입술은 이제 젖가슴을 떠나 은지의 배꼽 위에 머물러 있었다.
가쁘게 오르내리는 은지의 아랫배는 지금 보니까 지방이 많아졌다.
그러나 홀쭉하게 들어간 배보다 오히려 더 자극적이다.
아랫배를 훑은 조철봉의 입술이 언덕위에 닿았을 때 은지의 입에서는
기대에 찬 신음이 먼저 뱉어졌다.
“자기야, 해줘.”
은지가 헐떡이며 말했다.
입술과 혀만으로도 은지는 절정에 닿는 것이다.
조철봉의 혀가 골짜기로 미끄러져 내려가자
은지는 자지러지는 것 같은 신음을 토해내었다.
그순간 조철봉의 머릿속에 또다시 김기중의 얼굴이 떠올랐다.
김기중은 왜 이렇게도 못하는 것일까?
철봉 없이도 만족시켜줄 수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조철봉의 경우로 볼작시면 대부분의 경우에 애무만으로 첫 절정을 맛보게 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나도 상대방은 만족했을 것이다.
“아아앗.”
그때 혀가 샘 안으로 조금 들어갔으므로 은지의 탄성이 높아졌다.
조철봉은 목에 휘감기는 은지의 다리를 애무했다.
그 이유는 곧 알게 될 것이다.
(1349) 이런인생-8
“아버지 맛있어.”
하고 근호가 머리를 끄덕이더니 다시 포크로 소시지 볶음을 찍어 입에 넣었다.
“밥하고 같이 먹어라.”
김기중이 밥그릇을 앞으로 밀어놓고는 몸을 돌렸다.
“수진아, 오뎅 다 식었다. 얼른 와.”
“응, 알았어.”
만화책을 보던 수진이 책을 든 채로 소파에서 일어섰다.
수진은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벌써 사춘기다.
집에서도 양말을 신고 외출 때는 꼭 거울을 본다.
식탁에 앉은 수진이 벽시계를 보더니 물었다.
“엄마한테서 연락 안왔어?”
“친구 만나서 늦는다고 했다.”
“내가 엄마 친구들한테 다 확인했어.”
수진이 눈을 똑바로 뜨고 기중을 보았다.
“청량리 아줌마도 아니고 사당동 아줌마도 아냐. 일산 선배 언니도 아니고.”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가 이상하다구.”
그때 소시지를 입에 문 채로 근호가 물었다.
“엄마 뭐가 이상해?”
“넌 몰라도 돼.”
쏘아붙인 수진이 숟가락으로 오뎅 국물을 떠 먹더니 다시 기중을 보았다.
“아빠, 엄마 혼좀 내.”
“허, 이 자식 봐라.”
“난 아빠가 불쌍해 죽겠어.”
“허이구.”
헛웃음을 지었던 기중은 갑자기 목이 메었으므로 머리를 돌렸다.
저녁 8시반이다.
한미옥은 오후 1시에 친구 만난다고 나가서 아직 연락도 없다.
당연히 기중이 집에 들어가 아이들을 챙겨 줄 것으로 아는 것이다.
“아빠.”
오뎅 하나를 입에 넣고 씹던 수진이 기중을 불렀다.
기중의 시선을 받은 수진이 눈을 크게 떴다.
제법 심각한 표정이다.
“난 아빠하고만 살아도 돼.”
“그게 무슨 말이냐?”
“그냥.”
“밥이나 먹어.”
이미 말뜻을 알아차린 기중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인 근호는 옆쪽 TV에 정신이 팔려 있다.
주방으로 다가간 기중이 냉장고를 열고 한동안 들여다 보다가
오렌지 주스 병을 꺼내 잔에 따랐다.
수진 앞을 피하려고 나온 것이다.
이렇게 생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으므로 다시 가슴이 메었다.
한미옥의 불륜 증거는 얼마든지 있는 상황이니
이혼을 하고 재산을 나눈 후에 아이들하고 사는 것이 최선이다.
부동산 명의가 대부분 한미옥 앞으로 되어 있어서 분배할 때
틀림없이 손해를 보겠지만 갈라서는 것이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으므로 기중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서둘러 전화기를 귀에 붙였을 때 미옥의 목소리가 울렸다.
“난데, 애들 밥 먹였어?”
“응.”
“나, 좀 늦어.”
했지만 미옥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술기운에 혀가 조금 풀린 것도 느껴졌다.
“알았어.”
아직도 식탁에 앉아 있는 수진과 근호에게 시선을 준 기중이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저기, 청량리, 사당동, 일산 아줌마하고 같이 있었다는 말은 수진이한테 하지마.
걔가 다 확인했다는 거야.”
“그 미친 년이.”
미옥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므로 기중은 숨을 죽였다.
“그런 건 꼭 제 애비 닮는구만. 자잘한 데 신경 쓰는 것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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