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 이런인생(2)
(1344) 이런인생-3
“추접하게 살지 말라고?”
김기중이 조철봉의 말을 따라하더니 이번에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야, 니 기준으로 판단하지 마라. 난 그렇게 사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제 조철봉은 입맛만 다셨고 기중의 말이 이어졌다. “애들한테는 엄마가 있어야 되고 나만 꾹 참고 있으면 다 편안해지는 거야. 좆도 안 서는 놈이 무슨 염치로 마누라를 잡아 가두겠어?”
“잘났네, 시발놈.” 병신같은 놈이라고 해주고 싶었지만 진짜 병신한테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 그때 기중이 정색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그래서 내가 너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 왔어.” “내가 천만원은 빌려 주마.” 조철봉이 기중의 말이 끝나자마자 말했다. “그 이상은 안 돼. 천만원은 그냥 줄게.” “인마, 나도 돈 있어.” 기중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높아졌다. 눈을 치켜뜬 기중이 손바닥으로 제 가슴을 쳤다.
“아직까지는 나도 돈 천만원쯤은 넣고 다닌단 말야. 할인점 매출이 월 2억은 되거든.” “그래?” “관리는 내가 맡고 있어. 명의가 마누라 앞으로 되어 있지만 말야.” “그래서?” 조철봉이 아예 밥은 제쳐두고 잔에 소주를 따르면서 물었다. “본론을 말해 인마, 본론을. 나한테 뭐하러 온 거야?” “네가 내 마누라를 만나줘.” 불쑥 말했지만 기중의 표정이 절실해졌다. 눈썹을 모으고 눈빛이 강해졌다.
기중이 입만 반쯤 벌리고 있는 조철봉에게 말을 이었다.
“마누라는 널 몰라. 그러니까 우연히 만난 것처럼 마누라를 만나서 한 번.” 침을 삼키고 난 기중이 이제는 손짓까지 했다. “그래, 한 번 해줘. 니가 끝내준다고 동창들이 그러더라, 그래서.” “야, 이 새끼야.” 따악 술잔을 내려놓은 조철봉이 기중을 노려보았다. “내가 개냐? 이 시불놈아.” “아니, 그게 아니라.” “너 개 접붙이러 온 거야?” “야, 철봉아.” “이 새끼야, 추접하게 살지 말고 헤어지란 말이다 이 비겁한 놈아.” “그래.” 머리를 끄덕인 기중이 시선을 내렸다가 들었을 때 조철봉의 가슴이 철렁했다. 기중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수도꼭지가 열린 것처럼, 보고 있는 동안에도 두 줄기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그래, 난 비겁한 놈이야.” 눈을 그대로 뜬 채 기중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몇 번이나 죽을려고 했지만 죽지도 못했어. 그까짓 섹스가 뭣이라고? 마음만 가 있으면 됐지 하면서 살았지만 비참하더라.”
“…….” “그런데 그런 대로 맞춰가던 리듬이 깨진 거야. 그놈 때문에.” “…….” “그놈하고 붙으면 다 망해. 나는 제쳐두고 마누라도, 애들도 다 뻔하게 보이는 짓이야, 철봉아.” 손등으로 눈을 씻은 기중이 말을 이었다. “네가 마누라한테서 그놈만 떼어주면 은혜 안 잊으마. 마누라한테 그놈보다 잘난 남자가 있다는 걸 보여주면 그놈은 끝나. 내가 알아.” |
(1345) 이런인생-4
아무리 최갑중이 조철봉의 복심이라고 해도 이번 일을 말해준다면 기가막혀 할 것이었다.
그러나 조철봉이 서른아홉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점은 사람에게는 제각기 사연이 있다는 것이었다.
말로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구구절절 애간장을 녹이고 기가 막히는 사연들이다.
김기중의 인생 따위는 평범하게 보일 정도의 곡절들, 겉으로는 멀쩡한 모습이지만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인간이 때로는 대단하게 여겨진다.
기중이 다녀간지 사흘째가 되는날 오후, 조철봉의 전문조사 담당이 된 경택은 다른 일은 하지 않는다.
잠자코 조철봉의 앞쪽 자리에 앉은 경택이 입을 열었다.
“백종수는 신림동의 여관을 숙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씀씀이가 헤퍼져서 여관 옥상방으로 옮겼습니다.”
백종수는 바로 김기중이 말한 마누라의 정부다.
조철봉은 김기중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것이다.
경택의 말이 이어졌다.
“백종수와 한미옥은 어제도 소양강가의 모텔에 들어갔다가 두시간후에 나왔습니다.
한미옥의 차로 움직였는데 오전 11시에 만나 오후 5시에 헤어졌습니다.”
조철봉이 소파에 등을 기댄채 듣기만 했다.
기중은 제가 알아낸 백종수에 대한 정보를 다 넘겨 주었으므로 경택이 일하기는 수월했을 것이다.
그때 경택이 소형 녹음기를 탁자위에 놓았다.
“녹음 했습니다. 중요한 내용도 편집해 놓았습니다.”
“수고했어.”
모텔에 따라 들어가 녹음을 했다는 것이다.
경택에게 이런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보고를 마친 경택이 방을 나갔을 때 조철봉은 녹음기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금방 두 남녀의 거친 숨소리와 신음이 방안에 울렸다.
“아이구, 나죽어.”
하고 비명을 지르는 여자는 물론 기중의 와이프 한미옥일 것이다.
“윽, 윽.”
그놈도 거친 목소리로 신음을 토해 내었는데 분위기를 맞추려는 수작인것이 뻔히 드러났다.
그렇지만 지금 열중한 미옥은 모를것이다.”
“들어, 들어.”
하고 그놈이 헐떡이며 말했는데 다리를 들어 올리라고 한것 같았다.
그렇다면 체위는 정상위다.
조철봉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둘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 나, 할려고 해.”
하면서 미옥이 자지러질것 같은 신음을 뱉었다.
“해라, 해.”
놈이 소리쳤다.
그때 조철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미옥은 거친 동작에 익숙해진것 같았다.
몸이 부딪치는 소리가 컸는데 그때마다 여자는 신음을 토해 내었다.
“아아악.”
한미옥이 마침내 절정에 닿았다.
“아아아아.”
신음이 이어졌지만 놈은 가쁜 호흡만 뱉을뿐이다.
놈은 참는 것이다.
“으음.”
저도 모르게 신음을 뱉은 조철봉이 눈을 떴다.
놈은 보통 내기가 아니다.
저 정도로 여자를 끌어 올려놓고 참는다면 내공이 대단한 놈이다.
그때 가쁘게 숨만 뱉던 놈이 말했다.
“이제 뒤에서 해줄까?
당신은 뒤로 할때 더 올라가는것 같더라.”
한미옥은 아직도 앓는 소리만 내었고 놈이 말을 이었다.
“어때, 지금 시작할까?”
“으음.”
그때 헐떡이면서 한미옥이 대답했다.
“해줘, 자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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