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376. 이런인생(3)

오늘의 쉼터 2014. 8. 25. 18:19

376. 이런인생(3)

 

(1346) 이런인생-5 

 

 

 

 

 “일찍 오셨네요.”

현관에서 조철봉을 맞은 이은지의 얼굴이 환했다.

 

오후 6시반, 토요일이어서 은지도 일찍 퇴근했고 영일도 학원에서 돌아와 있었다.

 

다만 어머니만 보이지 않았는데 5박6일간 일정으로 중국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여기.”

하고 조철봉이 주머니에서 꺼낸 보석상자를 내밀자 은지의 두눈이 둥그레졌다.

“뭐예요?”

“뭐긴 뭐야? 선물이지.”

상자를 받아든 은지의 얼굴이 조금 상기되었다.

 

그러고는 먼저 주위부터 살피더니 박스를 열었다.

“어머.”

박스를 연 은지의 입에서 탄성이 뱉어졌다.

 

얼굴을 굳힌 은지가 박스 안에서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보석이 장식된 백금 목걸이였다.

“좀더 화려한 걸로 사려다가 그걸로 했어.”

은지의 표정을 살피면서 조철봉이 말했다.

 

그러나 은지는 홀린 듯이 치켜든 목걸이를 본 채 아직 입을 열지 않았다.

“마음에 들어?”

조철봉이 묻자 은지의 시선이 그때서야 옮겨왔다.

“이거 얼마주고 샀어요?”

“그런 건 묻는 게 아냐.”

“이 보석은 다이아몬드죠?”

“그래.”

“얼마예요?”

“몰라.”

그러면서 다가선 조철봉이 목걸이를 쥐더니 은지의 뒤로 돌았다.

“가만있어. 채워 줄 테니까.”

은지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준 조철봉이 다시 앞에 와 서서 머리를 끄덕였다.

“좋다.”

“비싸죠?”

다시 은지가 물었지만 조철봉은 몸을 돌렸다.

“거울에 비춰 봐. 멋있다.”

조철봉은 방으로 들어왔다.

 

은지가 거울에 모습을 비춰보는 장면도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목걸이는 심플했어도 유명디자이너 작품으로 시가는 1천만원이었다.

 

은지가 꼭 가격을 알고 싶다면 금방 알아낼 수 있다.

 

보석상의 보증서가 박스 밑에 접혀 있기 때문이다.

 

조철봉이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 은지는 원피스 차림에 아직도 목걸이를 차고 있었는데

 

아까보다 얼굴이 더 상기된 것 같았다.

“너무 예뻐요.”

소파에 앉는 조철봉의 옆에 붙어 앉으면서 은지가 말했다.

 

두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런 선물 첨이야.”

맞는 말이다.

 

1천만원짜리 목걸이 선물을 받는 여자는 아주 드물다.

 

상류층 1% 안에서도 드물 것이다.

 

돈 많은 빈대도 많으니까.

“당신이 좋아하는 걸 보니까 나도 좋아.”

조철봉이 웃음띤 얼굴로 말했다.

“가슴이 뛰고 흥분이 돼.”

진심이었다.

 

전에 서경윤과 살 적에는 목걸이 모조품을 진짜라고 속여 선물했다.

 

물론 확인하지 못하도록 보증서 따위는 없앴지만 첫번째 이혼을 할 때 다 들통이 났다.

 

그러나 지금은 가슴에서 우러나온 선물을 주고 싶다.

 

물론 진품으로.

“영일이는?”

조철봉이 묻자 은지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일어섰다.

“내 정신 좀 봐. 목걸이 때문에 영일이한테 아빠 오셨다는 말도 못했네.”

그러고는 활짝 웃었다.

“지금 숙제 시키고 있었거든요.”

바로 이것이 행복 아닌가?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1347) 이런인생-6 

 

 

 

 아들 영일의 담임인 이은지는 이제 조철봉의 부인이 된것이나 같다.

 

결혼식은 일년쯤 지난후에 올리기로 합의했지만 은지는 조철봉의 집으로 옮겨와서 같이 산다.

 

한때 은지가 동성애에 빠졌던 것은 남자에 대한 불신이 주원인이었는데 지금은 정상이 되었다.

 

조철봉 때문이다.

은지는 조철봉을 신임하는데다 또한 남녀간의 성생활에 대한 즐거움까지 느끼게 된 것이다.

 

그날밤 침대에 누워있던 조철봉은 젖은 머리를 매만지며 다가오는 은지를 보았다.

 

방안의 불빛은 환하게 켜놓았지만 TV의 음은 소거했다.

 

은지는 소음을 싫어한다.

 

제 탄성과 조철봉의 가쁜 숨소리만 들어야 쾌감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가만.”

조철봉이 다가오는 은지에게 말했다.

 

은지가 멈춰서자 조철봉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시트로 아래는 가렸지만 조철봉은 알몸이다.

“가운 벗어봐.”

조철봉이 말하자 은지는 눈을 흘기는 시늉을 했다.

 

금방 샤워를 하고 나온터라 맨 얼굴은 반질거렸고 붉다.

“아이, 참.”

몸을 비튼 은지가 조철봉을 보았다.

“나 이거만 입었단 말야.”

“그러니까 그것만 벗어.”

“싫어.”

“그럼 안해준다.”

“안해도 돼.”

이런 대화가 성감이 오른 두 남녀간에는 아주 정상적이겠지만 맨정신으로 듣는 넘이

 

이해하기에 좀 무리일 것이다.

 

또한 열심히 방사를 치르면서 고교교가나 애국가를 거꾸로 불렀다는 이야기를 해준다면

 

웃거나 미친놈이라고 하는 넘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할 수 없다.

 

다만 그때 교가를 거꾸로 불렀던 조철봉의 모습은 진실 그 자체였다.

 

인생에서 가장 정직하고 진실된 순간이 바로 그때일 것이었다.

 

그때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은지가 입술을 비죽거렸다.

“나, 요즘 배가 나왔단말야.”

“응? 임신했다고?”

놀란척 조철봉이 눈을 크게 떠 보이자 은지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미쳐. 내가.”

“괜찮아. 그냥 벗어.”

조철봉이 정색했다.

“자기는 그래도 이뻐.”

“아이.”

하면서 모로 선 은지가 가운을 벗었는데 배에 힘을 주어서인지 배가 나온것 같지는 않았다.

“으응.”

조철봉의 입에서 탄성이 뱉어졌다.

 

은지의 몸은 날씬했다.

 

그러나 요즘 허벅지가 조금 굵어진것 같다.

 

그러고보니 어깨에도 살이 붙었다.

“자. 그만.”

하면서 은지가 서둘러 다가왔으므로 이제는 정면이 드러났다.

 

알맞은 크기의 젖가슴, 그리고 짙은 숲에 쌓인 골짜기와 샘, 여러번 그곳을 보았지만

 

볼수록 더 신비스럽다.

 

시트를 젖히고 들어선 은지가 대뜸 손을 뻗쳐 조철봉의 철봉을 움켜쥐었다.

“아야.”

조철봉이 신음을 뱉었지만 은지는 곧 철봉을 입에 넣었다.

 

조철봉은 엉덩이를 치켜든채 엎드려 있는 은지를 바라보았다.

 

행복했다.

 

바로 지금처럼 다 잊고 열중하는 순간이 언제 있겠는가?

 

조철봉으로서는 이 순간만이 정직한 심성, 제 진면목을 드러내는 순간이기도 하다.

“으으음.”

다시 탄성을 뱉던 조철봉의 머릿속에 문득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김기중, 성불능인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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