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 남자의 여자(11)
(1339) 남자의 여자-21
“지기미.”
조철봉의 입에서 마침내 욕설이 튀었다.
눈을 치켜뜬 조철봉이 이윤아를 보았다.
“말 좀 물읍시다.”
“네, 물으세요.”
윤아는 차분했다.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눈을 보면 금방 또 배시시 웃을 것 같았다.
“나한테 그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유부터 들읍시다.”
그렇다. 아까부터 그것이 궁금했다.
입 다물고 있었으면 모른 척 속아주고 무난하게 돈도 받았을 것 아닌가?
그때 윤아가 입을 열었다.
“대충 짐작하고 계실 것 같아서요.”
하긴 그렇다.
뭔가 작전이 있는 것 같기는 했다.
그때 윤아의 말이 이어졌다.
“애 쓰실 것 없이 맘대로 놀아도 된다고 말씀 드리려는 의도도 있었죠.
조금 전에도 뽑고 오셨는데 또다시 애를 쓰시면서 작전을 짤 필요가 없다고요.”
“으음.”
하마터면 ‘히야’ 할 뻔했다가 ‘으음’하고 깊은 신음을 뱉는 시늉을 한 것이다.
그러고는 입맛을 한번 다신 조철봉이 어깨를 들썩이며 심호흡까지 했다.
그러자 가슴이 진정되었다.
조철봉이 물었다.
“그렇다면 내가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다 털어놓으셨단 말인데, 그렇죠?”
“그렇죠. 저도 어설프게 연극하는 게 싫거든요.”
그러고는 윤아가 술잔을 들었다.
“금방 하셨으니까 좀 쉬셔야겠죠? 이차 나가실 거예요?”
“이차라뇨?”
“저하고 말예요.”
“이건 도무지.”
했다가 가슴이 답답해진 조철봉도 술잔을 쥐었다.
오늘은 자꾸 선수를 빼앗긴 기분이 든다.
톱니가 어긋난 느낌 같기도 하다.
“왜 그렇게 미리 앞질러 갑니까?
작전은 짰더라도 무드는 좀 살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짜증나요.”
이맛살을 조금 찌푸린 윤아가 한모금에 양주를 삼켰다.
“난 두달 동안 섹스를 못했어요.”
“세상에 그럴 수가.”
조철봉의 가슴이 순식간에 편안해졌다.
심상 박동은 빨라지기 시작했고 흐렸던 눈이 맑아졌다.
묘한 일이다.
이렇게 세 마디의 말에 분위기가 달라지다니,
그때 윤아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 몇 번 기구로 대용은 했지만 어디 실물하고 같나요?”
“그럼요.”
“오늘 제가 사장님 파트너로 예정이 되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심지 뽑기가 잘못되어서.”
“그래서 미선씨가 자꾸 내가 윤아씨한데 마음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군.”
“방에 첨 들어왔을 때 사장님 표정을 보고도 알았어요. 저를 찍었다는 걸.”
“그걸 어떻게 압니까?”
“아무리 딴청을 부려도 그건 알아요. 다른 여자도 다 그래요.”
“이거 조심해야겠는데.”
“그런데 사장님이 먼저 미선이한테 해버렸으니 김새지 않겠어요?
내가 먼저 하고 빠지면 될 걸 말예요.”
“나, 안 쌌어.”
“무슨 말예요?”
“아까 나, 미선씨한테 안 쌌단 말요. 그래서 미선씨만 좋았다고 말한 겁니다.”
“어머.”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윤아가 손을 뻗더니 조철봉의 바지 위를 덮었다.
바로 철봉의 윗부분이다.
(1340) 남자의 여자-22
그 순간 이윤아가 놀란 듯 눈을 둥그렇게 떴다.
“어머.”
바지 위로 단단한 철봉이 만져졌기 때문이다.
“섰네.”
혼잣소리처럼 윤아가 말했을 때 조철봉이 물었다.
“여기서 할까?”
마치 술 더 마실 거냐고 묻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래요.”
윤아가 더 마시겠다는 것처럼 대답했으므로 조철봉은 탁자 위에 놓인 벨을 눌렀다.
그러자 10초도 안 되어서 안정남이 나타났다.
무표정한 얼굴이었는데 이쪽 분위기에 따라서 대번에 울거나 웃을 수도 있을 것이다.
“거시기.”
조철봉이 정색하고 물었다.
“솔직하게 말해, 다 알고 있으니까. 최 사장은 어디 있어?”
“예, 지금 다른 테이블에 계십니다. 그런데….”
정남이 서둘러 말을 이었다.
“거기서 각자 놀고 계시죠.”
“각자 놀다니?”
“파트너 고르고 계십니다. 최 사장님은 벌써 한 건 하셨습니다.”
“유미선씨는?”
“지금 부킹이 된 손님과 플로어에 계십니다.”
“그럼 이 사장은?”
“예.”
힐끗 윤아에게 시선을 준 정남이 말을 이었다.
“위층 호텔방으로 조금 전에 올라가셨습니다.’
“흐응.”
조철봉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강지영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그런 세 건인가?”
조철봉이 묻자 정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세 건이면 3백인가? 최 사장한테 받을 돈이 말이야.”
그러고는 조철봉이 팔을 뻗어 옆에 앉은 윤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문을 지켜줘.”
“예, 사장님.”
대번에 말뜻을 알아차린 정남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제가 지키고 있을 테니까 마음 놓으시고.”
“어쨌든 오늘 수고했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는 보람을 느낍니다.”
허리를 숙여보인 정남이 방을 나가자 조철봉이 윤아를 보았다.
“전문가요, 저 친구.”
“그래요.”
윤아도 정색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프로예요, 수단이 좋아요.”
“그러면.”
조철봉이 이제는 윤아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그러자 정남이 들어왔을 때 떼어졌던 윤아의 손이 다시 철봉 윗부분을 덮었다.
“어떻게 할까?”
“뒤에서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윤아가 처음의 차분해진 표정이 되어서 물었다.
“아까는 어떻게 하셨는데?”
“아까도 뒤에서 했는데.”
“그럼 이번은 앞으로 해요, 내가 위에서 할게.”
그러더니 앉아있는 소파를 눈으로 가리켰다.
“내가 여기 올라가면 되겠다.”
조철봉은 잠자코 윤아의 얼굴을 보았다.
진지한 표정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이 여자도 프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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