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 남자의 여자(10)
(1337) 남자의 여자-19
최갑중에 이어서 이준만까지 파트너와 함께 나간 후에야 조철봉은
오늘 밤 일이 뭔가 수상쩍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선 작업이 너무 잘 풀리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을 전에 잘 다니던 카바레 ‘왕궁’에서 겪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때는 조금 이 짓에 식상했는지,
웨이터 노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몇 달째 발을 끊고 있을 때였다.
그때도 웨이터가 지금 이곳에서 잘난 척을 하는 안정남이었는데 그곳에서의 이름은
아마 100번이었을 것이다.
100번이 하루에도 두어 번씩 전화질을 하면서 사정에다 장담까지 하기에 찾아갔던 날
조철봉은 대박을 맞았다.
그날 밤 두 탕을 뛴 것이다.
하나는 춤추다가 바로 위층인 호텔로 들어가서 뛰었고 또 하나는 끝나고 나와서
같이 다른 호텔로 갔다.
거기까지 떠오른 순간 조철봉은 길게 숨을 뱉었다.
아무래도 오늘 밤도 웨이터가 일을 꾸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준만은 아닐 테고, 갑중도 진행을 돕고 있는 것 같다.
“무슨 생각을 하세요?”
옆에서 이윤아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정신을 차렸다.
윤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철봉을 바라보았다.
정색하고 있다.
조철봉이 이제는 숨을 멈췄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연꽃 같다.
부드럽고 신선한 느낌이 온다.
이 여자의 샘은 어떤 모양일까?
셋 중에서 이 여자를 찍은 것은 전혀 섹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철봉의 경험에 의하면 전혀 아닌 것 같은 여자가 더 자극을 준다.
그리고 실제 내용도 그랬다.
“잠깐 딴생각을 했습니다.”
눈의 초점을 잡은 조철봉이 윤아를 보았다.
이 여자가 음모에 가담했는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좀 전에 앞쪽 방에서 뒤에다 했던 유미선은 가담했을 가능성이 많다.
안정남의 수단이라면 다섯 명도 가능하도록 만들 것이다.
“다시 파트너가 바뀔지는 몰랐어요.”
윤아의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으므로 조철봉은 시선만 주었다.
침착하자,
여유를 갖자.
안정남이 만들어 놓았다면 서둘 것 없다.
윤아가 말을 이었다.
“미선이는 클리닉 원장이에요. 클리닉에 가입하셨어요?”
“아, 예.”
당황한 조철봉이 빈 술잔을 들었다가 내려놓고 술병을 들었다.
미선하고는 곧장 진도가 나가서 클리닉인지 세탁소인지 알지도 못한다.
조철봉이 서두르듯 술을 한 모금 삼켰을 때 윤아가 다시 눈웃음을 쳤다.
“끝내시고 온 거죠?”
“네?”
놀란 조철봉이 눈을 가늘게 떴을 때 윤아가 술병을 들더니 빈잔에 술을 채웠다.
“그거 말예요.”
“그거라니요?”
“어디서 하셨어요?”
그때는 더 이상 시치미를 뗄 수가 없는 데다 분위기가 다 흐트러졌다고 판단한
조철봉의 표정도 굳어졌다.
윤아도 안정남의 수첩에 적힌 고객 중의 한 명인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라,
조철봉. 속으로 말한 조철봉이 윤아를 똑바로 보았다.
“예. 바로, 앞쪽 방에서.”
“문 잠그고요?”
“예. 안정남이 문 앞에서 지켜 서줬지요. 하는 동안 말입니다.”
“좋았어요?”
“미선씨는 그런 모양이던데.”
“어머, 거긴요?”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윤아가 조철봉을 보았다.
“안 좋았어요? 미선이는 괜찮은 앤데.”
이게 무슨 일이야?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1338) 남자의 여자-20
조철봉이 똑바로 이윤아를 보았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괜찮은 애라니? 이것들이 다 짜고 노는 것 같다.
“뭐가 괜찮다는 말입니까?”
조철봉이 묻자 윤아가 배시시 웃었다.
“그거 말이에요.”
“그거라뇨?”
“아이참.”
윤아가 다시 눈웃음을 치더니 상체를 꼬는 시늉을 한 순간
조철봉은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는 것이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윤아가 입을 열었다.
“오늘 사장님이 주빈이시죠. 그렇죠?”
“그야…….”
“정남씨가 사장님 위주로 스케줄을 짰어요. 우리 셋 다 사장님한테 맞추라구.”
“아니, 그러면.”
조철봉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댁들은 도대체.”
“정남씨와 동업자 관계죠.”
가볍게 말을 받은 윤아가 다시 배시시 웃었다.
“특별한 경우에만 얼굴을 보이죠. 얼굴이 팔리면 가치가 떨어지니까요.”
“…….”
“이런 일 하는 것도 참 힘든가봐요. 그죠?”
하고 도리어 물었으므로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윤아를 빤히 보았다.
“그렇다면 댁들은 안정남과 동업관계인 프로라는 말씀인데, 맞지요?”
“네, 맞아요.”
차분해진 표정으로 윤아가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각자 직업이 있죠.
미선이는 클리닉 원장이고 전 미용실 원장, 시영이는 카페 사장이죠.”
“오늘 같은 경우는 보수를 어떻게 받습니까?”
“파트너 된 사람이 1백만원,
그러니까 사장님은 저까지 파트너가 둘이 되셨으니까 2백을 내셔야 되는거죠.”
“내가?”
조철봉이 엄지를 구부려 제 가슴을 가리켜 보았다.
“내가 안정남이 그놈한테 그 돈을 줄것 같습니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야.
만일 돈을 내라고 한다면 그놈 입에다 이 술병을 박아 버리겠어.”
흥분한 조철봉이 앞에 놓은 양주병 들었다가 놓았다.
“이 자식이 순 오팔팔 뚜쟁이 노릇을 하고 있구만 그래.
이놈의 데는 청량리 텍사스보다 나을 게 없어.”
눈을 부릅뜬 조철봉이 윤아를 흘겨보았다.
“댁들 오늘 장사 공친거야. 내가 돈 못내니까 말이오.”
“돈은 동행한 분이 다 내실걸요?”
윤아가 여전히 차분한 표정으로 말대답을 했으므로
조철봉은 못알아 들은 듯이 서너번 눈만 껌벅였다.
그러고는 5초쯤이나 지나고나서 물었다.
“동행한 분이 다 내다니? 그게 무슨 말요?”
“지금 미선이 파트너가 된 분, 최사장님.”
최갑중이다.
이제는 눈만 크게 뜬 조철봉을 향해 윤아가 말을 이었다.
“그분하고 정남씨하고 미리 계약이 된 것 같던데요, 뭐.”
“…….”
“사장님하고 옆에 계신 분만 모르고 있었는데 이젠 한분만 모르게 되었네.”
이준만이다.
그때 윤아의 말이 이어졌다.
“오늘이 그분 축하 파티라죠?
아마 지금쯤 시영이가 그분 꼬셔서 위층 호텔이나 VIP룸에 들어갔을 거예요.
최사장님은 아마 다른 테이블에서 미선이하고 이야기나 하고 있겠죠.
그분이 오늘은 총대를 메는 날이니까요.”
윤아가 역술가처럼 술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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