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 남자의 여자(6)
(1329) 남자의 여자-11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웨이터 두 명이 술과 안주를 날라 왔으므로 방 안의 분위기가 조금 가벼워졌다.
조철봉은 이준만과 처음으로 술을 마신다.
영입할 때 두 번 점심을 같이 먹었지만 업무 관계여서 분위기는 긴장되었다.
준만은 조철봉이 이런 곳으로 데려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런 곳 출입도 처음일 것이었다.
제일그룹 기조실 전무였으니 서울 최고의 룸살롱인 ‘건성’도 여러 번 출입했다고 봐야 한다.
“이야, 오늘 안주 괜찮은데.”
웨이터들이 물러갔을 때 갑중이 테이블을 보면서 감탄하는 시늉을 했다.
술은 물론 양주였지만 훈제 연어에다 캐비아가 그득 쌓인 커다란 안주접시가 놓여졌고
그 옆에는 고래고기, 쇠고기 육포, 치즈에다 땅콩, 입가심으로 과일과 우유, 콜라, 생수,
비타민 음료까지 10여종의 음료가 진열되었다.
갑중이 술병을 들더니 조철봉의 잔에 잠자코 술을 채웠다.
술 마시러 왔으면 철저히 즐기는 것이다.
여자가 있는 곳에 오면 더 그렇다.
팁 주고 그만큼 대가를 받는 룸살롱식 접대가 조철봉에게는
이제 무미건조해진 모양이라고 갑중은 추측했다.
곧 들어올 여자들은 선택당하려고 오는 것이 아니다.
어설프게 작업을 했다가는 망신만 당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자의 환심을 얻고 나서 안는 그 기쁨을 갑중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때 방 문이 열렸으므로 셋은 긴장했다.
정남이 앞장을 섰고 여자 셋이 따라 들어왔는데 첫눈에 보아도 상급 수준이었다.
“앉으시지요.”
허리를 꺾으면서 정남이 여자들에게 권한 자리는 조철봉 일행과 마주보는 위치였다.
룸살롱에서는 미리 앉을 곳을 지정해 주거나 룸에 왔을 때 남자들이 파트너를 고른다.
여자들에게 선택권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자들은 조철봉 일행과 마주보고 앉았다.
셋 다 엷게 웃음을 띠고는 있었지만 눈이 또렷했다.
그들은 남자 셋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는 중이다.
“저, 그럼.”
이 시점에서 정남이 할 일은 더 이상 없다.
더 나섰다가는 맞아 죽지는 않겠지만 손님이 끊긴다.
정남의 입장에서 보면 조철봉 일행이나 여자들이나 똑같은 고객인 것이다.
오히려 여자들 측이 더 영향력 있는 손님일 수도 있다.
허리를 꺾어 인사를 한 정남이 방을 나갔을 때 조철봉이 헛기침을 했다.
선택권은 없더라도 리드는 해야 하는 것이다.
“저는 조봉철이라고 합니다. 조그만 건설회사를 하고 있지요. 그리고.”
그러면서 옆을 보자 갑중이 입을 열었다.
“저는 최중갑입니다. 저도 역시 작은 건설회사를 운영합니다.”
“예, 저는 이만준이고 저도 그렇습니다.”
준만도 분위기를 맞췄다.
남자 측 인사가 끝났을 때 자연스럽게 여자들로 이어졌다.
“저는 이윤아예요.”
“저는 유미선이고요.”
“전 강시영입니다.”
셋이 소개를 하는 동안 남자 셋의 눈동자가 열심히 굴렀다.
조철봉은 셋이 모두 나름대로 개성있는 미인이지만 그중 이윤아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처음 방에 들어설 때부터 이윤아에게 끌린 것이다.
첫째로 좀 부자연스러운 자세가 분위기에 어울렸다.
나머지 둘은 자연스럽게 행동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부자연스러웠다.
연기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다음은 얼굴, 눈동자가 또렸하고 눈이 맑았는데 도톰한 입술은 섹시했다.
바로 이 여자다.
그러나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놈자의 시각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갑중이나 준만도 같은 느낌일 것이다.
(1330) 남자의 여자-12
머리를 든 조철봉이 여자들을 보았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지금 고르라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고 또 잘못 고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심지로 뽑고 나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30분쯤 후에 교환을 합시다.”
“교환이라뇨?”
그렇게 물은 것은 가운데 앉은 유미선이다.
셋중 가장 화려한 스타일이었는데 용모도 뛰어났다.
미선이 짙은 인조 속눈썹을 치켜들고 조철봉을 보았다.
“그럼 30분 후에 다시 심지를 뽑는 건가요?”
“그렇죠. 하지만 파트너하고 호흡이 맞았을 때는 안해도 됩니다.”
“알았어요.”
여자가 활짝 웃더니 제 친구들을 보았다.
“재밌겠네요.”
그러자 조철봉의 눈짓을 받은 갑중이 간단한 방법을 쓰자면서 여자들한테는
이쪽을 쳐다보지 말라고 하더니 조철봉과 준만의 시계를 걷어갔다.
그러고는 제 시계까지 풀어 여자들 앞에 놓았다.
“자, 고르시죠.”
지난번에 갑중과 둘이 이곳에 왔을 때 처음에는 미국에서 온 사업가라고 했다.
그런데 30분쯤이 지났을 때 조철봉은 정남을 불러 여자들을 내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어지간하면 꾹 참고 목적이나 달성했을 조철봉이다.
그런데 그날의 파트너는 견디기 힘들었다.
“오늘 디너 드셨어요?”
해서 처음에는 디너가 무슨 음식 이름인가 했다.
“이 워러는 깨끗한가요?”
하고 생수병을 들고 물었을 때도 그냥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참 스카이가 하이하고 크린했지요. 그렇죠?”
했을 때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외국에 사는 아줌마들 일부가 한국에 잠깐 다니러 왔을 때 나이트클럽에서
몸을 풀고 간다는 것은 조철봉도 안다.
그때 여자들이 시계를 집었는데 조철봉의 시계는 유미선이 쥐고 있었다.
그리고 준만의 시계를 쥔 것이 바로 이윤아이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자리에서 일어나 유미선을 맞았다.
운명이다.
셋중 가장 마음에 안드는 여자였지만 어쩔 수 없다.
여자들은 각각 파트너 옆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준만과 갑중의 얼굴은 환했다.
물론 조철봉도 내색하지는 않았으니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영광입니다.”
조철봉이 미선의 옆에 바짝 붙어 앉으면서 말했다.
미선한테서 짙은 향수 냄새가 맡아졌다.
꽃 향내였다.
“실망하신 건 아녜요?”
미선이 조철봉의 귀에 입술을 붙이더니 속삭이듯 물었다.
조철봉은 상석으로 옮겨 앉았는데 준만과 갑중이 좌우 좌석에 벌려 앉아서
ㄷ자형 소파의 한면을 각각 차지했다.
간격이 넓어서 각자 작업하기에 불편하지는 않다.
“아니, 내가 왜?”
하고 조철봉이 눈을 둥그렇게 떠 보이자 미선이 붉은 입술 끝을 올리며 웃어 보였다.
“윤아한테 관심이 있죠?”
“이거 왜 이러십니까? 사람을 어떻게 보고.”
정색한 조철봉이 더 바짝 붙어 앉아 미선의 귀에 입술을 붙였다.
귀가 도톰하고 잘 생겼다.
“난 처음부터 미선씨를 찍었습니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일단 띄워는 줬지만 조철봉은 긴장했다.
여자의 육감은 놀랍다.
조심하지 않으면 이 여자도 놓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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