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 남자의 여자(5)
(1327) 남자의 여자-9
최갑중의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오늘 저녁에 이번에 영입된 이준만 사장과 저녁 약속을 해 놓았습니다.”
이준만은 관리통으로 갑중이 공을 들여 영입해온 인물이다.
조철봉의 오성상사는 수십개의 사업체로 규모가 커졌지만 아직 총괄하는 부서가 없다.
상사 기조실에서 대충 관리는 했는데 이번에 김재석이 한랜드 업무를 맡는 바람에 공석이 되었다.
그래서 오성상사는 총괄기조실장으로 제일그룹 기조실 전무 출신인 이준만을 영입해온 것이다.
“좋아, 그럼 너하고 셋이냐?”
조철봉이 묻자 갑중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예, 그런데 장소는 ‘성진’으로 했습니다만.”
이것이 요점이다.
‘성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급 룸살롱이 될 것이다.
회원들만 받는데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서 국무총리도 되돌아 갔다는
믿거나 말거나 통신의 보도도 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갑중이 말을 이었다.
“예약도 해 놓았습니다. 일류 애들로 셋을 준비 시킨다고 했는데요.”
요즘은 매매춘 금지 법안이 통과되어 공공연하게 이차는 못나간다.
그러나 그런다고 그 아까운 기회를 남녀 양측이 다 놓치겠는가?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조철봉이 아직도 입을 열지 않았으므로 갑중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지난번에 조철봉은 이준만과의 저녁겸 술자리를 멋진곳으로 예약해 놓으라고 했던 것이다.
조철봉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해온 갑중이다.
‘성진’만큼 조철봉의 수준과 기호에 딱 맞는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때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영원’으로 가자.”
“예? ‘영원’ 말씀입니까?”
갑중이 저도 모르게 한번 복창을 하고 나서야 정신이 났다.
온몸에 솜털이 잠깐 일어섰다가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영원’은 나이트클럽인 것이다.
그러나 10여개의 VIP용 룸이 있어서 그곳에서는 룸살롱처럼 손님을 모신다.
손님의 질은 고급이지만 뜨내기도 많다. 뜨내기가 벅적거려야 장사가 잘 된다고 하니까.
룸에는 손님을 단골 위주로 유치하는데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룸살롱 술값이상으로 받는다.
그렇다면 아가씨가 끝내주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이트클럽 아가씨는 룸살롱 보다 수준이 좀 처진다.
간혹 얼짱이 있기도 하지만 예외없는 경우가 없는 세상이니까.
그러면 뭐가 중심이냐? 뭐가 요점이냐고 묻는다면 ‘영원’의 웨이터 입장에서는
자신있게 ‘부킹’이라고 말할 것이다.
부킹이라도 그냥 부킹이 아니다. 선남선녀의 부킹은 쌔고 쌨다.
상류층 유부남 유부녀의 부킹이다.
그러면 상류층 기준에 대해서 잠깐 웨이터의 해설을 옮긴다면 지적, 물적,
육체적 수준이 삼위일체가 되어야만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 설명하는데 교양과 재산, 거기에다 얼굴과 몸이
수준급이 되어야만 한다는 말이다.
간혹 나이트에 중고차 시장에서 몇백만원이면 살 수 있는 벤츠를 몰고오는
사모님이 있는데 주머니에는 기름값도 없다.
웨이터들이 누군가? 차를 빌려타고 온 것까지 첫눈에 알아보는 작자들이다.
그때 조철봉이 다시 입을 열었으므로 갑중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예약을 해라. 이사장의 수단을 보자.”
“아. 예.”
눈을 치켜뜬 갑중이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준비 시키겠습니다.”
당번 웨이터를 시켜 수준높은 유부녀 셋을 준비해야만 한다.
오늘 밤에는 그셋을 놓고 놈자 셋이 경쟁을 해야만 한다.
조철봉이 물을 먹을수도 있는 것이다
(1328) 남자의 여자-10
그날 밤 조철봉은 이준만과 최갑중을 데리고 ‘영원’으로 들어섰다.
청담동 사거리에 위치한‘영원’은 처음에 보통 수준의 나이트클럽으로 시작했지만
장사가 안 되어서 일년 사이에 주인이 두번이나 바뀌었다.
그래서 세번째 주인이 된 사내는 웨이터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고급 나이트로 운영 방침을 정해놓고
몇달간은 싸모님들에게 죽기살기로 킹카를 공급해 주었다는 것이다.
돈 많고 뻐기기 좋아하는 싸모님들을 방에 모셔놓고 취향에 어울리는 넘들을 밀어 넣었는데
쪽수를 채우려고 잘생긴 웨이터를 변장(?)시켜 대타 역할을 하게 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어쨌든 ‘영원’의 물이 좋다는 소문이 나이트 세계에 퍼지자 일차로 싸모님 손님이 몰려들었다.
그 다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싸모님을 노리는 장안의 온갖 백수, 흑수들이 소문을 듣고 몰려오지 않겠는가?
조철봉이 들어선 방은 ‘영원’에서도 가장 고급인 특실이다.
3개밖에 없는 특실 중 하나를 차지한 것이다.
조철봉은 이곳에 두번밖에 오지 않았지만 당번 웨이터 안정남하고는 10년 단골이다.
안정남이 다른 카바레에서 100번 명찰을 달고 있을 때부터 손님으로 찾았기 때문이다.
안정남은 ‘영원’에서 지배인급인 것이다.
방에 안내되어 앉았을 때 조철봉이 안정남에게 직접 주문했다.
“우리는 건설회사 사장들이야.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구.”
“알았습니다. 사장님.”
눈치 챈 안정남이 빙긋 웃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어떤 여자들이야?”
조철봉이 대뜸 물었다.
예약을 해놓은 터라 준비를 해 놓았을 것이다.
그러자 정남이 정색했다.
“두 팀이 준비되었습니다.
하나는 분당 사는 대학 동창들인데 수준이 높습니다.
또 하나는 회사를 경영하는 여사장들입니다.
두 팀 모두 수준 이상이죠.”
“연령대는?”
“분당팀은 30대, 여사장들은 40대입니다.”
그러자 조철봉이 머리를 돌려 이준만과 최갑중을 차례로 보았다.
“어떤 팀으로 할까?”
조철봉이 묻자 당황한 준만은 눈동자만 굴렸으나 갑중이 얼른 대답했다.
“분당팀으로 하시지요.”
“이 사장은?”
“저는, 뭐….”
“확실하게 말해.”
“예. 저도 분당팀으로.”
“그럼 결정했어.”
머리를 든 조철봉이 정남에게 말했다.
“분당팀으로.”
“예. 사장님.”
“파트너는 여기서 정할 테니까 미리 찔벅거리지 말고 그냥 데려오도록.”
“예, 사장님.”
기운차게 대답한 정남이 방을 나갔을 때 조철봉이 다시 준만과 갑중을 둘러보았다.
“자, 그럼 셋이 수단껏 파트너를 꼬시기로 하자구.”
갑중은 조철봉을 따라 다니면서 이런 일에 이골이 났지만 준만은 아연 긴장했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작업이 잘 되면 데리고 그냥 나가도 돼. 즐기려고 온 것인데 눈치 볼 것 없어.”
“예, 사장님”
했지만 준만의 긴장은 풀어지지 않았다.
준만은 미국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 대기업인 제일그룹 기조실 과장으로
특채되었다가 8년만에 전무까지 승진한 인재였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준만이 쓴웃음을 지었다.
“저는 이런 파티는 처음이어서…. 하지만 즐기려고 온 것이니만큼 적응하겠습니다.”
'소설방 > 강안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368. 남자의 여자(7) (0) | 2014.08.25 |
---|---|
367. 남자의 여자(6) (0) | 2014.08.25 |
365. 남자의 여자(4) (0) | 2014.08.25 |
364. 남자의 여자(3) (0) | 2014.08.25 |
363. 남자의 여자(2) (0) | 2014.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