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360. 개척자(14)

오늘의 쉼터 2014. 8. 24. 17:18

360. 개척자(14)

 

 

 

 

(1315) 개척자-27

 

 

 그러나 소냐는 따라 웃지 않았다.

 

푸른 눈동자로 조철봉을 바라본 채 가만 있는 것이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때 대마담 이진주가 말했다.

“소냐는 알아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실례가 될까봐 따라 웃지 못한 것입니다.”

“그렇군.”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어설픈 내 농담에 따라 웃었다면 분위기가 더 어색해졌을 거요.”

룸살롱이건 포장마차건 간에 주식은 술이다.

 

안주와 여자는 보조 역할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술기운이 어느 정도 돌아야 룸살롱의 분위기를 즐길 수가 있다.

 

여자만 보려고 룸살롱에서 술을 삼가는 인간들은 반찬만 먹는 것처럼 이상하게 보인다.

 

한국산 양주로 폭탄주를 석 잔씩 돌리고 났을 때 방안의 분위기는 부드러워졌다.

 

이동호와 강상규는 긴장을 풀지는 않았지만 웃기 시작했고 옆에 앉은 파트너의

 

어깨에 손을 두르기도 했다.

“2차 코스는 마사지이고 3차로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만 고객의 주문에 따라서

 

변경이나 생략도 가능합니다.”

강상규가 말했을 때 조철봉은 만족한 표정으로 소냐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그럼 마사지 교육은 받은 건가?”

“예, 속성이지만 제법 합니다.”

대답은 대마담이 했다.

 

대마담이 웃음띤 얼굴로 조철봉을 보았다.

“아직 서툴고 진행방법도 미숙합니다만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강상규와 대마담 이진주는 앞으로 1년 동안 직영 룸살롱 1백개와 요정 1백개,

 

가라오케식 노래방 1백개를 가동할 예정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 한국땅의 각 유흥연합체에서 몰려오면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경쟁력이 떨어진 업체는 직영이라고 해도 도태된다.

 

이것이 시장의 원리인 것이다.

 

그날 밤 조철봉은 소냐와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조철봉의 방갈로는 2층 목재 건물로 침실은 2층이다.

“욕실은 저쪽이야.”

방으로 들어섰을 때 조철봉이 턱으로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먼저 씻어. 소냐.”

그동안 소냐는 제 신상이야기를 다해주었다.

 

이르쿠츠크에는 중학교 교사인 아버지와 어머니, 고등학생인 여동생까지

 

가족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소냐는 돈을 모아 옷가게를 차리는 것이 꿈이었다.

 

소냐가 잠자코 욕실로 들어서자 조철봉은 소파에 몸을 깊게 기대어 앉았다.

 

술기운으로 몸이 나른해졌지만 정신은 맑았다.

 

기대감이 온몸의 신경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조철봉은 지금의 이런 상태가 좋았다.

 

즐긴다고 표현해도 될 것이다.

 

지금까지 수백명의 상대를 겪고 같은 횟수만큼 이렇게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지만 언제나 새롭다.

 

조금도 지겹지 않은 것이다.

 

소냐가 욕실에서 나온건 10분쯤 후였다.

“으음.”

소냐의 모습을 본 조철봉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다가오는 소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몸이다.

 

불빛을 받아 반들거리는 피부, 어깨까지 닿아 나풀거리는 금발,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소냐가 환하게 웃었다.

 

그순간 조철봉의 가슴이 거칠게 뛰었다.

 

알몸으로, 더욱이 첫 장면에서 이렇게 맑고 밝은 웃음을 짓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처음이기 때문에 심장이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니다.

 

소냐의 웃음이 너무 깨끗했기 때문이다.

 

천진하다고 할까? 해맑은 소녀의 웃음이었다.

 

조철봉은 눈을 크게 뜨고 침을 삼켰다.

 

순식간에 욕정이 사라졌다.

 

 

 

(1316) 개척자-28

 

 “아름답구나.”

다가선 소냐를 향해 조철봉은 낮게 말했다.

 

소냐는 2m쯤 앞에서 멈춰서더니 허리에 두손을 짚었다.

“으음.”

조철봉의 입에서 다시 탄성이 울렸다.

 

어느덧 시선이 소냐의 아래쪽 계곡으로 옮겨져 있었는데 마치 접착제로 붙여진듯 떼어지지 않았다.

 

기를 써서 시선을 돌리려고 했지만 눈썹만 꿈틀거렸을 뿐이다.

그때 소냐가 다시 흰 이를 드러내며 소리없이 웃었다.

 

이번에는 더 환한 웃음이다.

 

눈이 가늘어졌고 턱을 조금 앞으로 내밀면서 상반신이 비틀려졌다.

 

조철봉은 헛기침은 했다. 갑자기 불끈거리며 욕정이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소냐의 환한 웃음에 처음 마주쳤을 때는 마치 벼락을 맞은것처럼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 나갔다가 이번에는 급격하게 모아졌다.

“으음, 소냐.”

조철봉은 소냐를 부르는 자신의 목소리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남의 음성 같다.

 

소냐가 시선만 주었을 때 조철봉이 물었다.

“지금 네가 하는 행동도 교육을 받은거야?”

“아닙니다.”

아직도 웃음기가 배어진 얼굴로 소냐가 머리를 저었다.

“그냥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네 몸에 자신이 있는가 보구나.”

“조금요.”

소냐가 허리에 붙였던 한손을 떼어 엄지와 검지를 나란히 펴서 1㎝쯤의 공간을 만들어 보였다.

“사장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서요.”

“좋다.”

“조금 더 이러고 있을까요?”

“네가 좋을대로 해봐, 소냐.”

그러자 소냐가 한쪽 다리를 소파위에 올려 놓고는 조금 비스듬히 섰다.

 

그순간 조철봉은 숨을 멈췄다.

 

소냐의 계곡이 벌려지면서 깊은 곳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으음.”

이번 탄성은 조금 과장되었다.

 

조철봉이 의도적으로 뱉은 신음이다.

 

아직도 조철봉의 시선은 계곡의 깊은 곳에 붙여진듯 쏠려져 있다.

소냐의 숲도 황금색이다.

 

마치 짙은 보리밭 같다.

“엎드릴까요?”

하고 소냐가 물었을 때 조철봉도 움찔 놀란듯이 시선을 들었다.

 

그러고는 머리를 저었다.

“아냐, 됐어.”

“그럼 제가 벗겨 드릴게요.”

그러고는 소냐가 다가왔다.

셔츠를 벗기는 소냐의 손놀림은 차분했다.

 

바지 혁대를 풀면서 소냐가 몸을 굽히는 바람에 젖가슴이 조철봉의 볼을 스쳤다.

 

조철봉은 소리내어 침을 삼켰다.

“오우.”

소냐가 그랬다.

 

조철봉의 팬티를 벗긴 순간 눌려 있던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철봉을 보고 그런 것이다.

“빅.”

한국어로 “커요” 하려고 했다가 그보다 더 익숙한 영어가 튀어나왔을 것이다.

“굿.”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그런 것 같다.

 

두손으로 철봉을 감싸안은 채 차분하게 말했으니까.

“원더풀.”

철봉끝에 입술을 붙이면서 소냐가 말을 이었다.

“이 빅은 퍼스트 타임이에요.”

소냐는 한국어에 서툴다.

 

그러나 이렇게 말한 것을 대마담 이진주가 알았다면 혼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조철봉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러시아어로 해도 알아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분위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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