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 개척자(13)
(1313) 개척자-25
눈 위에 세워진 5층 건물은 전체가 룸살롱이었다.
옆쪽 능선 위에는 수백채의 방갈로가 늘어서 있었지만 아직 개업 전이라 불을 밝히지 않았다.
오직 황량한 벌판 위에 5층 건물 한동이 휘황한 불빛을 내뿜고 있다.
룸살롱 ‘서울’ , 현관에 그렇게 영문으로 붙여진 네온이 번쩍였다.
남한만한 면적의 한랜드 중심부에 위치한 ‘뉴서울’ , 아직도 광활한 벌판에 일부 도로와
비행장 공사가 가장 먼저 끝났고 스키장과 호텔이 개장을 기다리는 상태였지만
룸살롱 뉴서울은 오늘 개업을 했다.
손님은 조철봉과 일행 세명. 그들이 1층 로비로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지배인과 마담이 맞았다.
마담은 이른바 대마담.
‘서울’ 에 소속된 10명의 마담을 지휘하는 신분이며 한국의 서울에서 모셔 왔다.
“이 쪽으로 오시지요.”
한복 차림의 대마담 이진주는 50대 중반으로 기품이 넘쳐났다.
영어,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에 능통했고 마담 경력은 25년, 그 전에는 배우였다.
대마담이 그들을 안내한 곳은 1층의 대기실.
그러나 비행기 1등석 좌석보다 더 안락한 의자가 정면을 향해 놓여 있는데
앞쪽에는 분홍빛 커튼이 내려져 있다.
거대한 커튼이어서 극장 화면을 보는 것 같다.
넷이 나란히 앉았을 때 이진주가 벽에 붙은 전등 스위치를 눌러 껐다.
그 순간 커튼이 좌우로 젖혀졌다.
“으음.”
편하게 앉아 있던 조철봉의 입에서 낮은 탄성이 터졌다.
커튼이 젖혀진 순간 앞쪽의 커다란 무대가 드러난 것이다.
무대는 환했다.
1백평쯤 되는 넓은 플로어는 아직 비어 있었는데 조철봉과의 거리는 5미터 정도,
플로어 중앙에 지름이 5미터 정도의 원형 회전 무대가 있다.
그 때 안쪽에서 여자들이 나왔다.
“어어.”
하고 이번에는 옆에 앉아 있던 최갑중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여자들은 모두 수영복 차림의 러시아 미녀였던 것이다.
다가온 여자들이 원형 무대의 주위에 둘러서자 무대는 천천히 회전했다.
“손님들은 어둠 속에 계셔서 여자들에게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대마담 이진주가 설명했다.
“서로 시선이 닿으면 어색해지니까요.”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정상의 위치를 지키려면 끊임없이 보완하고 개발해야만 하는 것이다.
여자들은 모두 가슴에 번호표를 붙이고 있었으므로 인상에 남는 여자를 기억하기도 쉬웠다.
원형 무대가 3번쯤 돌았을 때 나왔던 12명의 여자가 들어갔고 다시 13번에서부터 12명이 나왔다.
조철봉은 의자 바로 옆에 놓인 펜을 집어 종이 위에 인상에 남은 여자의 번호를 적었다.
그렇게 여자들이 20회 다녀갔으니 모두 240명을 본 셈이었는데
그동안 조철봉의 종이에는 8명의 번호가 적혀져 있었다.
그 때 대마담이 각자의 종이를 걷어갔다.
마지막 여자들이 나갔을 때 조철봉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40분이 지나 있었지만 조금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거의 시간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40분이 순식간에 지난 것이다.
“이제 1차 선발된 아가씨들이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오게 됩니다.”
대마담이 설명했을 때 수영복 차림의 아가씨들이 옆쪽 문에서 나오더니
각자의 앞에 마실 것을 내려놓았다.
이 아가씨들도 절색이었으므로 조철봉의 가슴이 뛰었다.
그것을 눈치챈 것처럼 대마담의 말이 이어졌다.
“이 아가씨들은 수습입니다. 교육생들이지만 눈여겨 보시고 고르셔도 됩니다.”
안되는 것이 없다.
그 때 옷을 갈아입은 아가씨들이 나왔다.
(1314) 개척자-26
마치 패션쇼를 보는 것 같다.
그것도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에 출연하는 톱 모델들이다.
숨이 막힐 정도로 감동을 받은 조철봉은 겨우 길게 숨을 뱉었다.
이제는 화려한 양장 차림의 아가씨들이 회전무대 위에 올랐을 때 대마담이 말했다.
“세번까지 무대 의상을 바꿔입고 나올 것입니다.”
조철봉은 무대에 오른 아가씨가 모두 자신이 고른 8명인 것을 보았다.
그러나 세번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쪽지에 4번을 쓴 조철봉이 대마담에게 내밀었다.
아가씨들이 들어간 다음에 다시 한무리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12명이나 되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보았던 아가씨가 3명이나 끼어 있었다.
이번에는 최갑중이 지명한 아가씨들인 것이다.
저도 보는 눈은 있다고 조철봉과 같은 아가씨를 고른 셈이었다.
그러나 이 곳에서도 서열은 엄격하게 지켜진다.
윗사람에게 우선권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쇼는 네번 더 계속 되었는데 이동호와 강상규는
그 후로 한번만에 아가씨를 지명했지만 갑중이 한번 더 했기 때문이다.
이 놈은 두번째에는 12명중 4명을 골랐다가 갈등 끝에 하나를 선택했다.
조철봉만 옆에 없었다면 틀림없이 셋 아니면 둘을 옆에 앉혔을 것이었다.
“자, 그럼 5층으로 가시지요.”
쇼가 끝났을 때 대마담이 말했고 일행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특실로 안내되었다.
“으음.”
방으로 들어선 조철봉의 입에서 다시 탄성이 뱉어졌다.
방은 우선 넓었다.
30평도 넘는 것 같았다.
가구는 말할 필요도 없고 한쪽 벽이 유리로 덮여 있어서
창 밖으로 펼쳐진 밤의 광야가 다 보였다.
“한국과 중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세계 제일의 유흥도시를 만들겠습니다.”
조철봉의 눈치를 살핀 강상규가 말했다.
그는 지금 조철봉이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자리에 앉았을 때 주문한 술과 안주를 웨이터들이 가져왔고 곧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대마담의 안내로 아가씨들이 제각기 자리에 앉았을 때 조철봉이 말했다.
“이만하면 됐어. 손님들은 왕처럼 대접받기를 원하지만 형식이 많으면 귀찮아해.
선발 과정을 좀 부드럽고 빨리 진행시켜 보도록.”
바로 제 느낌을 말한 것이다.
지금 옆에 앉아 있는 4번을 지명한 후에 다른 사람들의 지명전(戰)을 보느라고
조금 지겨워졌기 때문이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예를 들면 내가 얘를 지명했을 때 지금 한꺼번에 들어오도록 하는 대신에
다른 사람 지명하는 동안이라도 먼저 내 옆에 앉혔다면 더 좋았을거야.”
“알겠습니다.”
긴장한 대마담이 머리를 크게 끄덕였다.
“그렇게 시정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좋은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듭시다.”
긴장된 분위기를 깨뜨리려는 듯이 조철봉이 밝은 얼굴로 말했다.
“아가씨들 수준은 세계 제일이야. 난 지금도 가슴이 뛰어.”
옆에 앉은 4번 아가씨는 우윳빛 피부가 대리석 같아서 숨구멍도 보이지 않았다.
어깨까지 닿은 금발은 그야말로 금색으로 반짝였으며 두 눈동자는 짙은 하늘색이었다.
“전 소냐라고 합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아가씨가 정확한 한국어로 말했다.
“스물두살이고 고향은 이르크추크입니다.”
여기까지도 한국말을 했다. 다시 감탄한 조철봉이 활짝 웃었다.
“난 조철봉이야. 거시기가 철봉같다는 이름이다.”
'소설방 > 강안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361. 개척자(15) (0) | 2014.08.24 |
---|---|
360. 개척자(14) (0) | 2014.08.24 |
358. 개척자(12) (0) | 2014.08.24 |
357. 개척자(11) (0) | 2014.08.24 |
356. 개척자(10) (0) | 2014.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