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355. 개척자(9)

오늘의 쉼터 2014. 8. 24. 17:14

355. 개척자(9)

 

 

 

 

(1305) 개척자-17

 

 

 양성대를 배웅하고 돌아온 조철봉에게 최갑중이 물었다.

“방문단 경비는 누가 냅니까?”

그러자 조철봉이 풀석 웃었다.

“누가 내긴 누가 내? 저쪽에서 알아서 내야지.”

“가서 잘 곳도 마땅치 않은데.”

“건설단 숙소에서 자면 돼.”

“사장님도 같이 가실 겁니까?”

“난 안 간다.”

그러자 놀란 갑중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럼 누가 안내를 합니까?”

“건설 단장이 안내하면 돼.”

그러면서 조철봉이 입맛을 다시고는 소파에 등을 붙였다.

“방송사 세 곳이 다 가서 취재를 할 모양인데 내 얼굴이 TV 화면에 비치면 곤란하다.”

“아니, 왜요?”

“아니, 저 놈이…

 

하면서 내 얼굴에다 대고 손가락질을 할 여자가 어림잡아도 오백명은 될 것이다.”

“아아.”

“그리고.”

어깨를 늘어뜨린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서울에 있는 동안 나이트에서 놀텐데 얼굴 팔리면 작업이 안 돼.”

“그렇지요.”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이 갑중은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카바레에서는 얼굴 팔린 남자가 작업하기 힘들지요.”

“어쨌든 이번 일로 한랜드 작업에 탄력이 붙겠다.”

조철봉이 생기 띤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정치인들의 순발력은 알아줘야 돼.”

“그럼.”

힐끗 벽시계를 올려다본 갑중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님들 모셔오겠습니다.

 

그 양반들 때문에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서둘러 방을 나간 갑중이 곧 한 무리의 손님들과 들어섰으므로 조철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거 처음 뵙겠습니다.”

그중 앞장선 사내 하나가 먼저 머리를 숙여 보이면서 인사를 했다.

“제가 요식업체 연합회장 이을삼입니다.”

조철봉과 악수를 한 이을삼이 손님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이분은 룸살롱 연합회장 유미진씨.”

“이분은 요정 연합회장 박수동씨.”

“이분은 가라오케 연합회장 최만수씨.”

“이분은 마사지 연합회장 백기준씨.”

“이분은 호텔 연합회장 서경호씨.”

“이분은 나이트 연합회장 김무도씨.”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조철봉이 자리에 앉았을 때 준비하고 있던 김재석이

 

곧 벽에 부착된 스크린에다 한랜드의 영상을 펼쳐 보였다.

 

눈에 덮인 황야였지만 근사했다.

“여러분, 이곳은 꿈의 대륙입니다.”

미리 외우고 있던 터라 재석의 대사는 유창했다.

“이곳은 세계 최대의 휴양지구가 됩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인간의 진정한 쾌락이 무엇인지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라스베이거스보다 수천배 큰 규모의 휴양지구가 건립되는 것입니다….”

룸살롱, 요정, 가라오케, 나이트…

 

향락사업은 이제 새로운 도전의 땅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룸살롱이나 요정 등의 수준은 이미 한국이 세계 제일이다.

 

재석의 열띤 설명을 함께 들으며 조철봉은 손님들의 얼굴에서 배어나는 희망의 기색을 보았다.

 

그들은 이제 한랜드에 투자하게 될 것이다.

 

토지는 무상으로 제공될 테니 세금만 조금 더 내면 된다.

 

조철봉은 만족한 숨을 길게 내뿜었다.

 

 

 

(1306) 개척자-18

 

 

 토요일 오전 11시 정각에 조철봉은 직접 차를 몰고 이은지의 아파트 현관 앞에서 멈췄다.

 

오늘 조철봉이 운전한 차는 국산 최고급 승용차인 ‘봉수’였다.

 

근대자동차는 작년에 기술 개발에 뛰어난 실적을 올린 기술직 사원 박봉수의 이름을

 

차명으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최고급 차에 어울리지 않게 촌스러운 이름이라고 하는 인간도 있었지만 곧 익숙해졌다.

 

봉수는 이제 최고급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봉수’는 외국에서도 고급 브랜드로 인지되고 있는 중이었다.

 

기다리고 있던 이은지가 옆좌석에 탔는데 주위의 시선을 받았다.

 

30평형대 이 아파트에서 봉수를 타는 입주자는 드물 것이었다.

 

봉수는 벤츠보다 더 가격이 높다.

 

차가 아파트 입구를 통과했을때 은지가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사람들이 다 봐요, 창피해.”

“창피하긴.”

조철봉이 웃음띤 얼굴로 은지를 보았다.

“내가 일부러 차를 앞에다 댄건데.”

“그래서 현관 앞에 서 있으라고 하신거군요?”

“그래요.”

“왜요?”

“은지씨 데려가는 남자가 봉수를 타는 사람이라고 소문 내려는 거지.”

“나아 참.”

“능력 있으면 써야 돼요, 그래야 경제가 살아나.”

가속기를 밟아 속력을 내면서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안쓰고 감추는 사람들이 비정상이지.”

“어제도 또 언론이 크게 보도 하던데요, 정치인들이 한랜드 방문한다고.”

은지가 화제를 바꿨다.

 

여유가 넉넉했으므로 은지는 두 다리를 길게 뻗었는데

 

스커트 밑으로 드러난 피부는 윤기가 났다.

 

은지는 스타킹을 신지 않은 것이다.

“정부도 적극 지원해 준다면서요?”

“그렇게 해주겠답니다.”

앞쪽을 향한채로 조철봉이 말했다.

“고마운 일이지.”

“투자자들이 몰려 온다면서요?”

“토지는 거의 무상으로 제공 되니까요.”

그러나 투자자는 한랜드 당국으로부터 건물 위치와 외관에 이르기까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업종별로 조정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도 한랜드에 대한 투자신청은 아파트 청약이 시작되었을 때처럼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폭주했다.

 

한 달후에 투자자가 선발될 때는 업종별 경쟁률이 최소 1백대 1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한랜드는 한국의 알래스카라고도 하던데요, 관광자원의 보고라구요.”

은지가 다시 말했을 때 조철봉이 손을 뻗어 허벅지위에 올려놓았다.

 

그순간 은지가 몸을 굳혔고 입도 다물어졌다.

 

차는 미끄러지듯 달려가고 있었는데 소음장치가 잘 되어서 숨소리도 들렸다.

 

조철봉은 스커트로 덮여졌지만 허벅지의 탄력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은지는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허벅지를 비틀면 손이 미끌어질 텐데도 그렇다.

 

지난번에는 키스만 했다.

 

키스는 서툴렀어도 욕구는 강한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남자와의 경험이 있을 것이었다.

 

지금은 구치소에 주저앉아 있는 강명식이 몸을 부딪친 테이프를 갖고 있다지 않는가?

 

그렇다면 은지는 강명식과의 섹스에서 만족했을까?

 

그렇게 순식간에 생각이 스치고 지났으며

 

다음순간 조철봉은 손을 뻗어 은지의 스커트를 위로 젖혔다.

“아이.”

하고 은지가 허리를 비트는 시늉을 했지만 허벅지는 그대로 두었다.

 

조철봉도 거침없이 침을 삼켰다.

 

지금 차는 시내를 운행중이다.

 

이런 경우는 첨이다.

 

대낮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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