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 개척자(7)
(1301) 개척자-13
밤 12시 10분전, 아파트 현관 밖으로 나온 이은지가 어깨를 움츠린 자세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안등 밑에 서 있어서 은지의 자태는 어둠속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흰색 면바지에 같은색 티셔츠 차림이었고 운동화를 신었다.
머리를 짧게 잘라서 뒷목이 드러났는데 더 늘씬하게 보였다.
자연스러운 모습의 여자도 보기 좋지만 이렇게 누군가를 의식하면서 좀 긴장되어 있는
자세의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대가를 주고 싶어진다.
꼭 물질만 대가인가? 경의를 표해도 좋을 것이다.
조철봉은 놀이터의 그네 뒤쪽 그늘속에 파묻힌채 은지를 노려 보았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은지가 두어걸음 더 앞으로 나왔으므로 이제는 불빛이 등 뒤에서 비쳤다.
조철봉은 들고있던 핸드폰의 버튼을 눌렀다.
귀에 붙인 핸드폰의 신호음이 세번 울렸을때 이십미터쯤 앞에 서있는 은지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여보세요.”
“접니다.”
“어디세요?”
은지가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아파트 현관 앞쪽은 벤치가 놓여졌고 관상수와 꽃으로 잘 정돈되었다.
늦은 밤이어서 통행인은 보이지 않았지만 환하게 불을 밝힌 아파트 창에서
영상이 움직였고 작게 소음이 새어나왔다.
밤 공기는 맑은데다 5월초의 기온은 적당하게 서늘했다.
“은지씨, 잠깐만 기다리세요.”
조철봉이 말하자 은지는 바로 앞쪽의 벤치로 다가가 앉았다.
그러자 조철봉에게는 은지의 비스듬한 옆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은지는 아파트 입구쪽을 향하고 앉아있는 것이다.
“지금 오시는 중인가요?”
은지가 아파트 입구쪽을 응시한채 물었다.
조철봉이 은지에게 전화를 한것은 20분쯤 전이다.
금방 도착했다는 인사를 하다가 잠깐 얼굴만 보고 가도 좋겠느냐고 묻자
은지는 선선히 그러자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조철봉은 놀이터 어둠속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조철봉이 은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예, 5분만 기다리시면.”
“네, 기다릴게요.”
은지의 말을 들으며 조철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어둠 밖으로 나가려다가 멈칫 멈춰섰다.
그러고는 다시 뒷걸음질로 벤치로 돌아가 앉았다.
“은지씨.”
조철봉은 자신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는 것을 듣고는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네.”
은지가 대답하더니 한쪽 다리를 다른쪽 무릎위에 얹었다.
그러나 엉덩이 부분이 크게 드러났고 면바지가 터질듯이 팽팽해졌다.
“여러가지로 고맙습니다.”
낮게 말한 조철봉은 손을 뻗어 바지 지퍼를 열고 팬티 속에서
이미 곤두서 있는 철봉을 밖으로 꺼내 쥐었다.
“아니, 뭘요.”
은지가 은근한 목소리로 대답했을때 조철봉은 움켜진 철봉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주위는 어두웠고 밖으로 나가기 싫었다.
“은지씨.”
다시 조철봉이 불렀을 때 은지가 핸드폰을 바꿔 쥐면서 대답했다.
“네, 말씀하세요.”
그순간 조철봉은 철봉이 분출 하는것을 느꼈고 이를 악물었다.
“으음.”
어쩔수없이 옅은 신음이 뱉어졌을때 은지가 물었다.
“어디 편찮으세요?”
그때 조철봉은 마지막 분출을 했다.
(1302) 개척자-14
조철봉이 이은지 앞으로 다가섰을 때는 그로부터 5분쯤이 지났을 때였다.
“어머.”
놀란 은지가 벤치에서 일어섰지만 왜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느냐는 따위의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오랜만입니다.”
은지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한 조철봉도 아파트 입구와는 반대쪽에서
나타난 이유를 구태여 대지 않았다.
왜 그곳에서 나오세요?
예, 아파트 동을 잘못 알아서요.
아아, 예, 등등 따위의 말로 천금같은 시간을 낭비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나타난 현실이 중요하다.
그걸 물어서 뭐 한단 말인가?
“저기.”
다가선 조철봉이 그윽한 시선으로 은지를 보았다.
대기는 서늘했고 바람 한점 불지 않았다.
그래서 다가선 움직임이 대기에 파동을 일으켜 은지의 향을 조철봉의 코 끝까지 전달시켜 주었다.
깔끔한 향이다. 체취와 비누, 거기에다 약간의 향수까지 가미된 독특한 냄새였다.
“우리 저쪽에 좀 앉을까요?”
하고 조철봉이 조금 더 은근하고 으슥한 곳에 놓여진 벤치를 눈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놀이터와 가까운 위치였다.
은지가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으므로 둘은 그쪽 벤치로 옮겨가 나란히 앉았다.
그곳에서는 아파트의 밝은 불빛이 닿지 않았다.
옆면을 향해 놓여진 벤치였고 뒤쪽은 얕은 담장이다.
“한랜드 열풍이 대단해요.”
은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비스름하게 보이는 은지의 옆모습은 생기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조철봉의 가슴은 평온했다.
작업에 대한 조바심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7분쯤 전에 놀이터의 벤치에서 대포를 발사한 터라 행동은 차분했으며 여유까지 풍겨왔다.
이것을 은지도 안다.
“저도 회원으로 가입했어요.”
은지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빙그레 웃었다.
물론 인간은 제 위주로 분위기를 판단한다.
특히 남녀간의 작업 관계에 있어서 대놓고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여자를 상대할 때
그 분위기 파악이 최대의 관건이다.
그것으로 성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잘못 착각하고 작업을 걸었다가 따귀 내지는 구타, 또는 혀까지 잘리게 된 사연도 있다.
조철봉은 고수다.
따라서 어둠속에 반짝이는 은지의 두 눈을 보는 순간 지금이 어떤 상태인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손을 뻗어 은지의 어깨를 감싸쥐면 몸이 기울어질 것이며
그때 턱을 들어올려 입을 맞출 수도 있을 것이었다.
성사 확률은 오차범위 ±3%인 97%쯤 될 것이다.
그러나 조철봉은 의연했다.
벤치에 등을 딱 붙인 채로 은지의 시선을 받고는 차분하게 말했다.
“한랜드는 한국인의 이상향이지요.
젊은이들에게는 꿈의 세계가 될 것이고 나이든 분들에게는 마지막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
한랜드 사이트에 나온 선전문이지만 그 한랜드의 대표자가 말하는 터라
더 값지게 들렸을 것이었다.
“그래요.”
은지의 두 눈이 더 빛났고 목소리는 감동으로 떨렸다.
“해외 동포에게는 새로운 조국,
남북한 국민에게는 이념 갈등을 벗어난 오직 한민족만의 세상.”
이것도 한랜드 사이트에 붙여진 선전문이다.
본래 한랜드 사이트에는 어떠한 선전문도 붙여 있지 않았다.
그러나 네티즌의 폭발적인 반응과 댓글이 넘쳐났고 그중 멋진 말들을 골라 붙였던 것이다.
조철봉은 어둠속에서도 밝아진 은지의 얼굴을 보면서 심호흡을 했다.
놀이터에서 뽑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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