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354. 개척자(8)

오늘의 쉼터 2014. 8. 24. 17:14

354. 개척자(8)

 

 

 

 

(1303) 개척자-15

 

 

 “저기요.”

은지가 정색을 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좀 추워요. 집에 들어가서 커피 한잔 마셔요.”

“커피.”

눈을 가늘게 뜬 조철봉이 은지를 보았다.

 

이것은 무슨 말이겠는가?

 

밤 12시가 넘은 것은 둘째로 치고 지금 시선을 마주치고 있는 은지의 얼굴을 보라.

 

이 눈, 이 표정이야말로 나는 모든 것을 당신께 허락하겠다는 표시인 것이다.

 

조철봉이 은지의 시선을 잡은 채로 말했다.

“아니.”

그러자 은지의 눈이 조금 커졌다.

“너무 늦었어요.”

은지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다음에.”

그러고는 조철봉이 손을 뻗어 은지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다음에 꼭.”

조철봉은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고는 가늘게 숨을 뱉었다.

 

그 순간 하체에서 불끈 힘이 솟구쳤고 목이 멨다.

 

욕정이 분출될 때의 신호였다.

“은지씨.”

어깨를 조금 당기면서 부르자 은지의 몸이 자석에 붙는 것처럼 끌려왔다.

 

은지의 어깨가 가슴에 닿았으므로 조철봉은 한손으로 허리를 당겨 안았다.

“은지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조철봉이 은지의 귀에 대고 낮게 말했다.

 

이제 은지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입술은 조금 벌어져 있었다.

 

키스를 기다리는 자세였다.

 

조철봉은 다시 하체의 철봉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고는 어금니를 물었다.

 

이미 한번 분출한 터라

 

은지와 엉키게 되면 애국가를 거꾸로 부를 필요도 없이 철봉은

 

한시간 반 정도는 마음놓고 운동할 수 있을 것이었다.

 

조철봉의 입술이 부딪쳤을 때 은지는 두팔을 벌려 목을 감았다.

 

그러자 상체가 빈틈없이 밀착되면서 자세가 더 편해졌다.

 

조철봉은 이미 벌어진 은지의 입 안을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진입했다가

 

곧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그것은 은지의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은지와는 첫 접촉이었고 첫 키스인 것이다.

 

조철봉은 은지가 서둘기만 했지 아직 미숙하다는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혀가 자주 어긋났으며 이도 여러번 부딪쳤다.

 

그러나 그와 반비례해서 신선감은 높아졌다.

“아.”

하고 헐떡이면서 은지가 입을 떼었을 때는 5분쯤이나 지난 후였다.

 

은지가 손등으로 입가에 묻은 침을 닦더니 머리를 저어 보였다.

“이제 그만요.”

시선을 내린 채 그렇게 말했지만 잠깐 내렸던 손을 다시 조철봉의 목에다 감았고

 

몸은 그대로 붙이고 있다.

 

조철봉이 은지의 볼에 가볍게 입술을 붙였다.

“이번 토요일에 나하고 같이 있을까요?”

조철봉이 은지의 귀에 입술을 붙인 채 물었다.

“내 별장에 가서 일요일에 돌아옵시다.”

그러자 은지가 머리를 끄덕였다.

 

조철봉은 입술로 가볍게 은지의 귀를 물었다.

 

지금 이대로 은지의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망이 솟구쳐 올랐지만 참았다.

 

놀이터에서 빼지 않았다면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늘은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토요일에 은지에게 성의 기쁨이 무엇인지를 알려 줄 것이다.

 

동성애 관계에서는 결코 이 경지에 닿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 때 은지가 목을 감은 팔에 힘을 주더니 조철봉의 볼에 입술을 붙였다.

“기다릴게요.”

커피 마시자고 했을 때 따라 들어가 일을 치렀다면 이런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의 여유는 존경받는 법이다.

 

 

 

(1304) 개척자-16

 

 

 한랜드는 과연 어떤 땅일가?

 

한마디로 버려진 땅이다.

 

황무지, 동토, 또는 불모지로 불리는 대륙.

 

남한만한 면적에 인구가 원주민 2천명 정도였으니

 

얼마나 척박한 환경인지 설명이 될 것이다.

한랜드 동쪽면의 오호츠크해도 일년의 태반이 얼어붙어 있어서

 

해상로는 기대할 수가 없고 도로도 없다.

 

그것은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원유나 가스, 또는 광물이 매장 되었다면 진즉 개발되었을 것이고

 

역설적으로 임차지로 내놓지도 않았다.

 

오직 약간의 삼림지대가 있어서 러시아 정부는 임차지의 미끼로 내 놓았던 것인데

 

한국의 오성상사가 덥석 물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19세기말에 제정러시아 정부가 알래스카를 미국에 팔아치운 전철을 두번다시

 

밟지 않으려고 치밀하게 노력한 흔적이 드러났다.

그때와 상황도 조건도 다 다른것이다.

 

양도가 아니라 50년 임차이며 그 기간동안에도 러시아 정부의 감독을 받고 세금도 낸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한 점이 있다.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에서 품어진 네티즌들의 열띤 호응이 한랜드를 순식간에 지상 낙원으로 만들어 버리자

 

제일 먼저 당황한 쪽은 물론 오성상사였고 조철봉이다.

 

네티즌, 즉 한국인들은 설령 성사될 수 없는 꿈일지라도

 

그들앞에 갑자기 떠오른 새로운 목표에 열광하는 중이었다.

영웅도 시대가 만들어 준다고도 하지 않는가?

 

한랜드는 지치고 생의 의욕을 잃어가는 한국인들에게 이상향으로 떠올랐을 것이었다.

 

한랜드에는 그들의 바람이 다 있었다.

 

인간은 유일하게 생각하는 동물이며 그 생각을 자신 위주로 추진한다.

 

그들, 실패자를 포함한 모든 약자에서부터 더 갖추고 싶은 강한자에 이르기까지

 

한랜드는 각자의 빈곳을 채워줄 수 있는 꿈의 땅이 되었다.

 

한국인이 누구인가?

 

세계 최빈국에서 40년만에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도약한 민족이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도전의 땅을 찾은 것이다.

 

그것을 천하의 사기꾼 조철봉이 제공해준 셈이었다.

“그래서 말씀인데.”

하고 양성대가 말을 이었으므로 조철봉은 소리죽여 숨을 뱉었다.

 

양성대는 정계의 거물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조철봉도 양성대에 대해서는 안다.

 

여당인 국민당의 원내총무이며 국회 재경위원장인 정계 거물이 사무실을 방문한 것이다.

 

물론 오전에 예약은 하고 왔지만 조철봉은 오후 2시부터의 다른 약속은 줄줄이 뒤로 미뤄야 했다.

“야당 의원 중에서도 신청자가 많아서 그쪽은 네명을 넣었어요,

 

그래서 우리 여당 12명하고 의원만 16명인데.”

그러고는 머리를 돌려 옆에 앉은 보좌관을 보았다.

 

양성대의 시선을 받은 보좌관이 들고 있는 서류를 읽었다.

“보좌관과 비서관, 거기에다 보도진까지 합하면 모두 1백명이 조금 넘습니다.

 

방문시기는 열흘후인 5월 15일이 좋겠습니다.

 

2박 3일이면 될 것 같구요.”

보좌관은 탁자위로 서류 한통을 내려놓았다.

“방문 계획이니까 참조 하시지요.”

“모두 한랜드를 위한 일입니다.”

정색한 얼굴로 양성대가 말을 받았다.

“국민들에게 활력을 넣어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것은 결국 한랜드의 개발에 도움이 될

 

홍보효과가 극대화 될테니까 말입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양성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조사장께선 큰일 하신거요.

 

국민들의 반응이 이렇게 좋은 것을 보면 한랜드의 장래가 양양합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에서도 적극 후원해 드릴테니까요,

 

그리고 내가 조사단장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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