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15회 살수대첩(薩水大捷) 46

오늘의 쉼터 2014. 8. 24. 10:23

제15회 살수대첩(薩水大捷) 46 

 

 

 

 상기와 팽지만이 그런 주인에게 술상을 좀 봐오라 말하였다가 이내 문덕을 보며,

“여기서 이러실 게 아니라 저희들이 묵고 있는 산채로 가십시다!

장군을 가까이서 뫼시고 옛날 이야기나 실컷 나누고 싶습니다!”

하였다.

문덕이 손사래를 치며,

“일없네. 어디 갈 곳이 없어 도적패의 소굴로 들어가겠는가?”

하고 몇 차례 사양하였으나 두 사람이 마치 옛 상전을 대하듯이 다정스레 굴면서,

“전장에서 나눈 정분도 정분은 정분이올시다.

싸움도 끝나고 천하도 바뀌었으나 오직 영웅호걸의 옛이야기만 남았을 뿐입니다.”

“장군의 존함이 이미 알려졌으니 여기 계셔봐야 동네 구경거리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겝니다.

그보다야 차라리 도적패 소굴일지언정 저희 산채가 낫지 않겠습니까?

비록 노략질한 음식이긴 해도 여기보다는 먹을 것도 훨씬 풍족합니다.”

하며 워낙 간청들을 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그들을 따라 갈석산에를 들게 되었다.

개소문과 유자는 도적패 소굴로 들어가는 것을 조금도 께름칙하게 여기지 아니하고

오히려 좋은 구경을 하게 되었다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문덕이 그런 두 사람을 데리고 가면서,

“이곳 갈석산은 평강대왕 시절만 해도 우리가 다스렸던 곳이다.

그때 우리 온달 장군께서 북주의 무리를 쫓아 갈석산과 배찰산을 토벌하고

유림 지역 동쪽을 모두 평정하였다.”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옛일 한 자락을 일러주었다.

일행이 산채에 이르자 상기와 팽지만은 문덕을 상석으로 청하여 모셔놓고 있는 대로

음식을 마련해 극진히 대접했다.

“그래, 이곳에는 어인 행차십니까?”

“싸움도 끝나고 호시절이 돌아와 자식놈을 데리고 유관삼아 나선 길이네.

한데 자네야말로 도적 노릇이 웬일인가?”

이에 상기는 상기대로 그간 자신이 걸어온 험난했던 세월을 글 읽듯이 털어놓았다.

“제가 임신년에 우중문 장군을 따라 남평양성까지 갔다가 죽지 않고 살아나온 사람이니

운으로 말하자면 누구에게도 뒤질 게 없습니다요.”

“허, 그랬던가?”

“단지 장군과 같은 영웅호걸을 모시지 못해 신세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 뿐이지요.”

“그 뒤로 우중문은 어찌 되었나? 풍편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는 들은 듯하네만.”

“그랬습지요. 양제가 패장들을 모조리 서민으로 만들고 그 후로도 과실을 낱낱이 적간하였는데

상서우승 유사룡 같은 중신들도 단숨에 목을 베어 죽이는 판국이니 우중문 장군이 침식을 거르고

고민을 심하게 하였지요.

나중에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부들부들 떨고, 밤낮없이 헛소리까지 하다가

양제가 부른다는 소식을 듣자 그만 피를 한 말이나 토하며 죽고 말았습니다.”

“거참, 안되었네……”

문덕이 개운찮은 듯이 입맛을 쩍쩍 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