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15회 살수대첩(薩水大捷) 44

오늘의 쉼터 2014. 8. 24. 10:12

제15회 살수대첩(薩水大捷) 44 

 

 

 

 

객사 주인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술과 안주를 공으로 내어 문덕 일행을 대접했지만

반드시 보복이 있을 거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그런 놈들이야 얼마든지 와도 괜찮소!”

한껏 신이 오른 두 청년은 연신 거드름을 피우며 큰소리를 쳐댔다.

아니나다를까, 세 사람이 음식을 배불리 먹고 막 자리에 누울 때쯤

객사 출입문이 부서져라 열리며 우람한 체구의 사내 하나가 거세게 들이닥쳐 고함을 질렀다.

“어떤 놈들이냐!”

고함소리에 나무로 지은 낡은 객관 건물이 쩌렁쩌렁 울렸다.

“어떤 놈들이 감히 천하무적 팽지만과 대적하려 드느냐?”

“오호라, 네가 바로 도적패의 괴수인 팽지만이란 놈이구나!”

“그러잖아도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개소문과 유자가 거의 동시에 문을 열고 나가며 응수했다.

날이 시퍼렇게 곤두선 집채만한 도끼(鉞)를 단단히 꼬나 들고 섰던 팽지만은

두 청년을 보자 문득 가소롭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젖비린내도 채 가시지 않은 애송이들이 아닌가?”

그때 팽지만의 뒤에서 또 한 사람의 8척 거구가 시커먼 텁석부리 수염을 매만지며 나타났다.

“뭐? 애송이들이라구?”

그는 수백 개의 가시가 촘촘히 박힌 장대하고 육중한 철퇴를 한 손으로 가볍게 흔들며

개소문과 유자를 번갈아 쏘아보았다.

두 청년은 체격과 위세에서 이미 한풀 꺾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키가 작달막하고 몸집이 옆으로 바라진 개소문은 뒤에 들이닥친 텁석부리에 비해

체구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내 아버지께서 방금 잠자리에 드셨다.

여기서 소란을 피울 게 아니라 바깥으로 나가자.”

유자가 두 사람을 향해 말하자 팽지만은,

“방에 아비가 있느냐?”

하였고 텁석부리는,

“그럼 그렇지, 어찌 피라미 같은 너희들이 전부이겠느냐?”

하고는,

“그 아비라는 놈도 썩 나오라고 해라!”

하며 거벽을 떨었다.

유자가 분을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장창을 앞세우며,

“닥치지 못하겠느냐?

하찮은 도적패의 썩은 주둥아리로 감히 누구를 능멸하는가!”

말을 마치자 부리나케 무기를 앞세워 달려나가려고 하였다.

바로 그때였다.

“멈춰라!”

유자의 등뒤에서 고함소리가 나고 문덕이 예맥검을 든 채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는 그만 들어가서 쉬어라. 이 자들은 내가 상대하마.”

문덕이 개소문과 유자에게 말했다.

유자가 창 든 손을 부들부들 떨며,

“아닙니다, 아버지! 저놈의 버릇없는 주둥아리는 제가 찢어놓겠습니다!”

하자 문덕이 크지 않은 소리로,

“그만두라.”

엄하게 말하고서 입술을 꽉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