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 신천지(12)
(1281) 신천지-23
“생각 잘 한거야.”
박경택이 녹음기의 버튼을 눌러 다시 껐을 때 조철봉은 정색하고 말했다.
“당연히 그래야지. 저런 놈한테 끌려다니면 안돼.”
그러더니 입맛을 다시고는 소파에 등을 붙였다.
제 뒤가 구린 놈일수록 남의 허물에 더 민감한 법이다.
또한 사기꾼은 제가 써먹던 방법으로 제 등을 치려는 사기꾼을 보면 더 열을 받는 법이다.
조철봉이 잠자코 지시만 기다리는 경택을 보았다.
“하지만 저놈 때문에 영일이 담임선생이 그만두면 안되겠지?
영일이도 제 선생을 좋아하는 모양인데 말야.”
경택이 감히 대답을 하겠는가?
눈만 끔벅이는 경택을 향해 조철봉은 말을 이었다.
“내 마음이 또 변했어. 손을 써야겠어.”
그러자 경택이 퍼뜩 머리를 들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것이다.
그날 오후에 조철봉은 회사 근처의 일식당 동경에서 고등학교 1년 후배인 이대권과 식사를 했다.
이대권은 지난달에 대성전자의 상무로 승진했는데 발군의 영업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대권은 물론이고 조철봉의 동기 중에서 대기업인 대성전자 수준의 상무가 된 케이스가 없는 것이다.
조철봉은 가끔 이대권과 만나 기업 경영과 처신, 또는 미래의 계획을 상의했는데 오늘은 러시아
임차지 문제로 부른 것이다.
“형, 지금까지 형이 해놓은 일 중에서 이번 일이 단연 압권이야.”
설명을 들은 대권이 열띤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까지 번 자금도 다 임차지에 투자한다니 됐어. 형은 그 기개만으로도 역사에 남을거야.”
예상밖의 과한 칭찬을 받은 조철봉이 조금 얼떨떨한 얼굴로 대권을 보았다.
대권 앞에서는 표정도 꾸밀 필요가 없는 것이다.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힘이 나긴하는데.”
“신천지를 세우는 거야, 형.”
대권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새로운 땅에다 말야.”
“그렇지, 신천지.”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이제는 어깨도 펴졌고 얼굴에는 웃음기가 떠올랐다.
“내 말이 바로 그거다. 신천지야, 너도 신천지라고 하는구나.”
“잘해 봐, 형.”
“그 임차지 이름도 만들어 놓았어.”
“뭔데?”
“한랜드.”
“으음.”
정색한 대권이 머리를 끄덕였다.
“난 철봉랜드가 아닐까 했는데 잘 지었네. 한랜드, 괜찮네.”
“그러냐? 그럼 한랜드로 정했다.”
다시 기분이 상승된 조철봉이 웃음띤 얼굴로 대권을 보았다.
“어때? 오늘 한잔할까? 오랜만인데.”
그러자 대권이 쓴웃음을 지었다.
“안돼, 형.”
“왜? 시간이 없어?”
“아니.”
“그럼 뭐야?”
“난 소변용 기구만 달고 다녀.”
“뭐가?”
했다가 조철봉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아니, 멀쩡했던 그게 왜?”
“스트레스 때문인가봐.”
“안서?”
“글쎄, 소변만 내놓는다니까.”
그러고는 대권이 길게 숨을 뱉었다.
“대기업 상무면 뭐해? 대포 쏘는 낙을 잃고 소변용 기구만 달고 다니는 신세가 되었으니.”
대권의 말끝이 떨렸다.
(1282) 신천지-24
한마디로 성불능이라는 말이었다.
조철봉은 지그시 이대권을 보았다.
이대권 또한 조철봉에 대해서 속속들이 안다.
온갖 잡짓을 하고 다니는 조철봉의 행태 중에서 가장 중심이 성생활이라는 것도 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채 이대권이 한모금 정종을 삼키더니 입맛을 다셨다.
“형, 폭탄주로 하지.”
“그러든지.”
대번에 동의한 조철봉이 벨을 눌러 양주와 맥주를 시켰다.
대권은 폭탄주를 즐겨 마신다.
소맥, 오십세주, 막걸리에다 양주까지 섞어 마시더니 요즘은 도로 위스키에 맥주로 되었다.
술이 들어왔고 금방 폭탄주를 제조한 대권과 조철봉은 건배했다.
“자, 내 소변기구를 위하여.”
술잔을 든 대권이 소리치자 조철봉은 입맛을 다셨다.
“염병.”
그러고는 둘은 단숨에 잔을 비웠다.
“형.”
술잔을 내려놓은 대권이 조철봉을 보았다.
“형에게 섹스는 뭐야?”
대권이 묻자 조철봉은 금방 대답했다.
“희망이지.”
퍼뜩 눈을 치켜뜬 대권에게 조철봉은 목소리를 낮췄다.
대권은 성불능이다.
“노곤한 오후에 섹스에 대한 상상을 하면 기운이 나는 법이지. 에너지의 원천이다.”
“흥.”
“내가 네 기구를 회복 시켜주지.”
그러면서 조철봉이 다시 폭탄주를 제조하고는 대권에게 내밀었다.
“본래의 용도로 돌려주겠단 말이다.”
“형이 무슨 재주로.”
“다 방법이 있어.”
“잘 한다는 병원도 여러곳 찾아가 보았고 한약도 반년이나 먹었지만 안돼.”
“다 방법이 있어.”
“뭔데?”
마침내 대권이 눈을 가늘게 뜨고 정색했다.
대권은 정통파다.
연장이 사용가(可) 상태였을때도 정상위만 했다.
오랄도 안했다.
“글쎄, 나한테 맡겨.”
자신있게 말한 조철봉이 다시 건배를 제의했다.
“네 연장을 위해서 건배다.”
“일어서기만 한다면.”
술잔을 쥔 대권이 비분강개한 표정으로 조철봉을 보았다.
“나는 무슨짓이라도 하겠어.”
그러고는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같이 잔을 비운 조철봉이 대권의 시선을 받고는 빙긋 웃었다.
대권은 지금 조철봉으로부터 어떤 언질이라도 듣고싶은 것이다.
“좋아. 내가 모레 러시아로 출발하기 전에 널 만들어주지.”
조철봉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내일 다시 만나자.”
“만나서 어떻게 하려는거야?”
“글쎄 나한테 맡겨.”
“내일 저녁에 회장이 주최한 모임이 있지만.”
눈을 치켜뜬 대권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만 믿고 빠지기로 하지.”
“7시에 여기서 만나. 밥부터 먹고 시작하게.”
“뭘?”
“그건 나한테 맡기고.”
“알았어.”
다시 폭탄주를 만들면서 대권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희망에 찬 얼굴이다. 대권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
“그래, 결과가 어떻게 되건간에 난 내일까지 희망을 갖게 되었군. 고마워.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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