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 신천지(8)
(1273) 신천지-15
“그럼 요즘이 어떤 세상이라고 한달에 세번이나 점심을 같이 먹고 집에 초대를 해?
이선생도 다 알고 있다.”
“도대체 나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신거요? 참고로 좀 들읍시다.”
“있는 그대로 말해주었어.”
어머니가 가늘게 뜬 눈으로 조철봉을 보았다.
“네가 회사를 열개쯤 갖고 있는데다가 북한땅 관광단지에다는 호텔까지 몇개 세우고 있다고 했지.
너만한 조건이면 미스코리아도 데려올 수 있어.”
“무슨 미스코리아.”
“의사도.”
“젠장.”
“박사는 너무 유식해서 내가 싫고.”
“제기.”
“어쨌든 그쪽도 마음이 있으니까 온다고 한거다.
만나볼수록 싹싹하고 차분하고 이쁘더라.
날보고는 이제 어머니라고 부른다.”
“둘이 알아서 잘 해보슈.”
“내일 점심먹고 탁 까놓고 이야기 해.”
“같이 살자고?”
“이 미친놈아. 한번 겪어봐야 할것 아니냐? 이 지지리 못난놈아.”
세게 혀를 찬 어머니가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긴 숨을 뱉었다.
“그러고보면 돈도 다 필요없어.
전에 네 아버지랑 봉지쌀 사먹으면서 의좋게 살던때가 젤 가슴에 남는다.”
“…….”
“이놈아, 자식을 내놓았으면 책임을 져야 되는거다.
그리고 그 책임은 돈 만으로는 안되는 것이여.”
다시 말을 이으려던 어머니는 이모가 들어서는 바람에 입을 다물었고
그틈에 조철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 맞는 말이지만 인생이 어디 뜻대로 풀리던가?
어머니 말대로 인연이 되어야 엮어지는 것이다. 회사에 출근 했을때
기다리고 있던 최갑중이 사장실로 따라 들어서며 말했다.
“몰로토프씨가 어제 저녁에 또 연락을 해왔다고 합니다.”
잠자코 자리에 앉는 조철봉을 향해 갑중이 말을 이었다.
“그곳 아니더라도 투자 할곳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서둘건 없지요.
하지만 가부는 결정해야 될것 같습니다.
러시아쪽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영일이를 맡지 않았다면 조철봉이 진즉 러시아로 날아가 끝냈을 일이었다.
조철봉이 테이블 위에 놓인 달력을 보고나서 말했다.
“내일 집에 일이 좀 있으니까 모레 출발하자구.”
“예, 모레.”
몸에 생기를 일으킨 갑중이 상반신을 세우고 말했다.
“그럼 준비 하겠습니다.”
몰로토프는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주지사로 외국자본의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몇년간 러시아에 중고 자동차를 판매했던 조철봉의 오성자동차 서비스는
하바로프스크에 정비공장을 설립했는데 차츰 규모를 늘려 하바로프스크주에
8개의 정비소를 운영했다.
그런데 작년 말에 러시아 정부에서 매각하려고 내놓은 목재및 가구 공장을
오성이 인수하려다가 내부의 이견 때문에 조철봉이 보류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하바로프스크 주지사 몰로토프는 조철봉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갑중이 서둘러 방을 나갔을때 조철봉은 탁자 위에 놓인 영일의 사진을 보았다.
그러자 영일에게 새 엄마가 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하고 일찍 들어가는 것도 한계가 있다.
매일 이럴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자 처음으로 이은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274) 신천지-16
현관으로 들어선 이은지는 조철봉을 보더니 활짝 웃었다.
“안녕하세요.”
목소리도 맑고 밝다.
조금 당황한 조철봉이 어물거리면서 인사를 했지만 어머니가 떠들썩하게 맞는 바람에
들리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오늘은 일요일이어서 영일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 선생을 보더니 어려워하는 기색도 없이
환하게 웃는다.
그러고는 이은지의 손을 잡고 응접실로 앞장서 갔다.
뒤를 따르면서 조철봉은 은지의 몸을 보았다.
어쩔 수 없이 본것이지만 버릇이 되어서 알몸이 연상 되었다.
미끈한 종아리는 탄력이 넘쳤으며 걸음은 발이 조금 밖으로 벌려지면서 자신있게 걷는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접실의 소파에 앉으면서 은지가 어머니와 조철봉의 중간쯤을 향해 머리를 숙여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조철봉이 꾸벅 따라서 머리를 숙였을때 어머니가 길게 답사를 했다.
이모와 친척 아주머니는 은지의 초대 목적을 아는터라 대우가 더 극진했다.
어제는 손님 맞으려고 아줌마가 셋이 있는데도 도우미 셋을 더 고용해서 창고 바닥까지 닦았다.
은지 옆에 잠시 붙어있던 영일이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어머니는 점심상 차린다면서
응접실을 나갔으므로 둘이 남았다.
그때 은지가 조철봉에게 말했다.
“어머님이 참 부지런하세요, 열성이시구요.”
그러고는 눈을 초승달처럼 만들면서 웃었다.
웃는 모습이 예쁜 여자가 있는 반면에 찡그리거나 새침한 표정이 매력적인 여자도 있다.
웃는 은지의 얼굴은 꾸밈이 없었고 그래서인지 보면서 편안해졌다.
은지는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 동그란 얼굴에 콧날의 선도 부드러운데다
눈꼬리가 약간 솟은 눈이 맑았다.
입술은 엷은 편이지만 단정해서 웃고나면 입끝이 빈틈없이 닫쳐졌다.
조철봉이 은지의 두눈을 똑바로 보았다.
“어머니는 하루라도 빨리 손주를 새엄마한테 맡기고 놀러 다니려고
그렇게 열성을 떠시는 겁니다.”
은지가 사고친 아이를 발견한 선생처럼 눈만 가늘게 떴고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사교춤을 배우다가 말았고 영일이 때문에 해외여행도 미루고 있거든요.”
“설마.”
피식 웃은 은지가 조철봉을 보았다.
“손주보다 아드님을 더 생각 하시는거 같던데요. 머.”
“그게 그거죠.”
“바쁘시다고 들었어요.”
“영일이하고 이렇게 같이 있게된건 이혼한 후에 근래의 한달 뿐입니다.”
이제는 조철봉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전에는 한달에 한번 얼굴 보고 이야기 할 정도였지요. 같이 살았어도 말입니다.”
“… ….”
“자식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냥 제 엄마한테 맡겨놓고 돈이나 던져주면 되는것으로 알았지요.”
“… ….”
“지금은 조금 느낍니다. 처음으로 내 혈육이라는 정도 배어납니다. 늦었지만 말이죠.”
그때 은지가 머리를 끄덕였다.
“어머님이 서두르시는것 같아서 저도 영일 아버님에 대해서 알아 보았어요.
그랬더니.”
은지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가 원상으로 돌아갔다.
“자수성가하신 분으로 대단한 사업가시더군요. 놀랐어요.”
조철봉은 은지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쪽에서도 샅샅히 조사할 것이다.
은지의 팬티 색깔까지. 달거리 날짜까지 알아 낼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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