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337. 신천지(6)

오늘의 쉼터 2014. 8. 23. 12:05

337. 신천지(6)

 

 

 

 

(1269) 신천지-11

 

 그때였다.

 

조철봉은 눈을 부릅뜨고는 숨을 멈췄다.

 

화면에 사내의 연장이 모자이크 처리도 되지 않고 떠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내의 연장은 조금 전에 보았던 박윤태 연장보다 조금 컸을 뿐이었다.

 

새끼손가락보다 조금 더 큰 가운뎃손가락 만했다.

“으음.”

조철봉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뱉어졌다.

 

사내에 대한 존경심이 배가된 것이다. 초인이다.

 

저 연장으로 저런 위업을 달성하다니.

 

그때 몸을 늘어뜨리면서 엎드렸던 여자가 말했다.

“사장님은 정말 쎄요. 난 참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안돼.”

“미안하다.”

사내가 몸집과는 어울리지 않게 조금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물건이 평균보다 작은 편이어서 기술을 연마한 덕분이지.”

그러고는 사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세상에 좆 큰놈만 행세하라는 법은 없단다.

 

크고 실속 없는 놈들이 의외로 많지.”

“정말이에요.”

맞장구를 치는 여자의 얼굴에 진심이 배어 있었다.

“큰 물건이 좋았던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너무 뻑뻑해서 느낌이 적어요.”

눈을 가늘게 뜬 조철봉의 시선이 아직도 늘어지지 않은 사내의 물건으로 옮아갔다.

 

물건은 큰 인감도장만 했다.

 

리모컨을 집어든 조철봉이 다른 방의 버튼을 눌렀다.

 

이 곳은 특실같았다.

 

침대도 넓고 방도 크다.

 

그러나 방이 비어 있었으므로 조철봉은 리모컨의 스위치를 껐다.

 

다른 방도 더 있었지만 엿보기에 질린 것이다.

 

그러자 문득 관음증 환자를 이 곳에 데려다놓고 하루종일 방을 들여다보게 한다면

 

그 놈의 병의 치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탁자 위에 놓인 전화벨이 울렸으므로 조철봉은 전화기를 들었다.

“철봉이냐?”

종철이 대뜸 말을 이었다.

“야, 그만보고 방문 잠그고 405호실로 내려와.”

“왜?”

조철봉이 묻자 종철은 혀를 찼다.

“왜는 왜야? 네놈 신입식 시켜주려고 내가 건수 하나 만들어 놓았단 말이다.”

그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조철봉이 405호실로 내려갔을 때 예상했던 것처럼 아가씨 한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있던 아가씨는 조철봉이 들어서자 서둘러 일어섰는데 키가 컸다.

 

흰 블라우스에 바지 차림으로 종업원 제복도 입지 않았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아가씨가 주춤주춤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저기, 옷을.”

“옷을 왜?”

“걸어놓게요.”

방에는 물론 화장실과 욕실까지 갖춰져 있었지만 대뜸 옷을 벗으라는 말을 듣자

 

조철봉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잠자코 창가의 의자에 앉은 조철봉이 아가씨를 보았다.

“유사장이 보낸거야?”

“예.”

무안해진 여자가 시선을 내린 채 대답했다.

 

나이는 20대 중반 정도, 평범한 용모였지만 피부는 고왔고 체격도 날씬했다.

“거기 앉아.”

목소리를 부드럽게 한 조철봉이 눈으로 앞쪽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근무한 지 오래되었어?”

“아뇨.”

여자가 머리를 저었다.

“오늘 첫 출근인데요.”

 

 

 

 

 

 

(1270) 신천지-12

 

 그순간 조철봉의 가슴이 편안해졌다.

 

불편한 기분이 가셔진 것이다.

 

순식간이다.

 

오늘 첫 출근이라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만들었다.

 

흰 블라우스에 바지차림도 신선하게 보였으며 어리숙한 표정은 순진했기 때문이라고 믿어졌다.

 

룸살롱이나 요정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파트너가 열에 아홉은 나온지 얼마되지 않는다고

 

 하는것을 숱하게 겪었어도 그렇다.

 

어떤 미친놈이 주인을 불러 그것을 확인하겠는가?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기분좋게 만들어주려는 선의의 거짓말인 것이다.

 

나온지 사흘 안이며, 이차는 나가지 않았고 성 경험이 거의 없다는 이 3대 기본 거짓말은

 

지구가 멸망할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몇살이냐?”

앞에 앉은 여자에게 조철봉이 물었다.

 

조철봉의 짐작으로는 20대 초반이다.

“스물셋이에요.”

맞다. 직업은 직장인이나 학생이다.

 

이것이 손님들이 반기는 업종이니까.

“직업은? 지금 뭘 하고 있어?”

“회사에 나가요.”

맞다.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눈을 가늘게 뜨고 여자를 보았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직책은 경리다.

“무슨 일을 보는데?”

“경리요.”

조그만 회사다. 경리는 전화도 받고 차심부름에다 은행 출입도 해야한다.

 

문득 길게 숨을 뱉은 조철봉이 입을 다물었으므로 여자가 불안한 표정이 되었다.

“저기요.”

여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싫으시면 나갈까요?”

“응?”

조철봉이 정신이 난듯 눈을 둥그렇게 떴다.

 

이런 상황에서 ‘응. 가’하는 남자는 거의 없다.

 

지금까지 싫었더라도 그렇다.

 

대부분이 잡는다.

 

그 이유는 구차하게 열거할 필요도 없다.

“아냐. 싫은거 없어.”

달래듯이 말한 조철봉이 지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훔쳐 보느라고 지치긴 했다.

“좀 피곤해서 그래.”

“제가 안마해 드려요?”

하고 여자가 물었다. 눈에 생기가 떠올라 있었다.

“안마 배웠어요.”

“좋아.”

조금 심술이 일어났던 마음이 다시 풀리면서 조철봉은 머리를 끄덕였다.

 

오늘은 하지 않았던 짓을 했기 때문인지 마음이 뒤숭숭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여자가 조철봉의 앞으로 다가와 섰다.

“그럼 벗고 침대에 누우세요.”

“홀랑 벗고?”

“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여자가 수줍게 웃었다.

“선생님이 제 첫 손님이세요.”

“정말이야?”

“그럼요.”

“홀랑 벗어도 정말 괜찮어?”

“괜찮다니까요?”

“넌?”

“전 가운 있어요.”

여자가 구석에 놓인 가방을 가리켰다.

“준비해 왔어요.”

“잠깐만.”

셔츠를 벗다 만 조철봉이 여자를 보았다.

“근데 유사장한테 어떻게 지시를 받은거야? 무슨 말이냐면.”

“훌 서비스를 하라고 하셨어요.”

“훌 서비스?”

“예. 다요.”

그러더니 여자가 다시 어색하게 웃었다.

“계산도 다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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