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 신천지(3)
(1263) 신천지-5
관음증(觀淫症)은 타인의 성행위 장면이나 몸을 엿보면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인간의 성적 행동이며 대부분의 인간이 이 증세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엿보기가 성적 만족을 얻는 유일하거나 주요한 요소라면
비정상적인 행위로 간주되는 것이다.
조철봉에게도 물론 관음증이 있다.
그러나 호기심 차원일 뿐이지 일부러 엿본 적은 없다.
하지만 오늘, 고등학교 동창인 유종철이 초대한 이 모임에 참가했을 때는
긴장으로 온몸이 단단해져 있었다.
유종철은 고등학교 동창 중에서 가장 잡놈으로 불렸지만 본인은 상관하지 않았다.
조상이 유성에서 엄청난 토지를 소유한 지주 집안으로 유종철은 온천호텔과 식당
5개를 운영하면서 한달에 보름은 서울에서 지낸다.
“자, 오늘 메뉴가 이렇다.”
방에 모인 인원은 유종철과 조철봉을 포함하여 4명이었는데 나머지 둘도 동창이다.
유종철이 소파에 둘러앉은 동창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생쇼가 두번 있고 그 다음은 자유로 뛸테니까 마시면서 즐기라구.”
그러면서 빙그레 웃었다.
“쇼 보다가 영 급하면 옆방으로 가서 전화로 불러내.”
둘러앉은 셋은 웃음만 띤 채 대답하지 않았다.
이 곳은 강남의 국일모텔 7층에 만들어진 유종철의 휴게실이다.
국일모텔은 유종철의 소유로 지하 2층에서 지상 2층까지 4개층이 안마와 사우나실이었고
3층에서 7층까지가 모텔이었다.
“이번에는 괜찮은 놈이 해야 할 텐데.”
조철봉의 옆에 앉은 이진수가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지난번 놈은 너무 짧았어. 두놈 다.”
이진수는 부동산업자로 중국에까지 지점을 차렸다고 했다.
조철봉과 시선을 마주친 이진수가 가는 눈을 더 가늘게 뜨면서 웃었다.
“계집애는 괜찮았지만 말야.”
그때 유종철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 시작한다.”
그러면서 리모컨을 누르자 방 안의 불이 꺼지면서 앞쪽 벽을 가리고 있던 커튼이 좌우로 벌어졌다.
조철봉은 숨을 죽였다. 유종철의 화요모임은 관음 회원들의 모임인 것이다.
오늘 말로만 듣던 이 놈들의 모임에 처음 초대를 받았으니 긴장하는 것이 당연했다.
“오오.”
옆에 앉은 이진수가 방정맞게 소리를 쳐 흥이 조금 깨졌지만 조철봉은
앞에 펼쳐진 장면에 놀라 저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벽에 초대형 TV화면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화면에는 전라의 두 남녀가 마악 방바닥에 깔린 요 위에 앉는 중이었다.
“어떻게 해드려요?”
하고 여자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으므로 조철봉은 찔끔했다.
그러자 이진수가 설명했다.
“아래층 안마받는 방이야. 저 여자애는 이 집에서 젤 잘나가는 애고,
이름이 미화던가? 물론 가명이겠지만.”
그때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위에서 해줘.”
“입으로 해드려요?”
“어, 내가 할게.”
남자는 조금 어색한듯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는데 40대쯤으로 머리가 벗겨지고 비만형 체격이었다.
“저 자식 연장 좀 봐.”
하고 지금까지 가만있던 박윤태가 말했으므로 조철봉의 시선이 옮아갔다.
사내의 연장은 10센티미터쯤 되었다.
잔뜩 성이 났어도 그렇다.
박윤태가 큭큭 웃었다.
이 놈들은 관음 중독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조철봉은 화면에 집중했다.
(1264) 신천지-6
“가만.”
사내가 입으로 제 물건을 핥는 여자의 어깨를 누르며 말했다.
눈을 치켜뜨고 누워 있었는데 시선이 똑바로 이쪽을 보고 있어서 조철봉은 조금 거북했다.
카메라가 천장쪽에 장착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왜요?”
하면서 얼굴을 든 여자의 얼굴은 앳되었다.
살결도 좋고 가늘가늘한 체격이어서 인기가 좋을만 했다.
“쟨 스물다섯이야.”
이진수가 화면에 시선을 둔채로 말했다.
“경력이 3년이라고. 도사가 다 되었지.”
그때 사내가 여자의 어깨를 당겨 요위로 눕혔다.
제가 위에서 하겠다는 표시였다.
“이거 싱겁게 되겠구만.”
입맛을 다신 박윤태가 말하더니 탁자위에 놓인 양주병을 들어 잔에 술을 채웠다.
“야, 볼륨 좀 높여라.”
박윤태가 주문하자 유종철이 리모컨을 눌러 소리를 높였다.
“아저씨, 살살.”
다리를 벌리고 누운 여자가 두려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프니까 살살 해주세요.”
“어쭈구리.”
이진수가 코웃음을 쳤다.
“지난번에는 저놈 물건보다 세배는 더 큰 놈이 들어갔어.”
그때 남자가 그냥 연장을 넣었으므로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아야, 아퍼.”
여자가 남자의 살찐 등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아저씨, 아프단 말야.”
그러고는 여자가 이쪽을 보았는데 조철봉은 아무래도 카메라 렌즈를 보는 것 같았다.
“아유, 아퍼.”
여자가 두 다리로 사내의 다리를 감싸안으면서 신음했다.
“너무 커.”
“으하하.”
웃음소리는 박윤태가 냈다.
놈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정치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뭘로 먹고 사는지 모른다.
박윤태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긴 물건 크다고 해서 싫어하는 놈 있겠냐?
하지만 저놈은 그런 소리 오늘 처음 들었을거다.”
박윤태가 커다란 콧구멍을 벌름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크다고 하는 것이 저애 주특기거든? 지난번에도 그러더라고.”
그때 사내는 절정에 오르고 있었다.
몸놀림이 다급해지는 것을 보면 그렇다.
조철봉은 유심히 사내를 관찰했다.
둘의 행위를 보면서 흥분은 되었지만 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아으으.”
하고 사내가 여자를 짓누르면서 폭발했을 때였다.
조철봉은 이쪽을 보던 여자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기가 떠올랐다가 지워지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곧 여자는 입을 딱 벌리면서 화답했다.
“아유우, 나 죽어.”
“으으으.”
사내가 몸서리를 치면서 더 밀착시켰고 여자는 맞장구를 쳤다.
“자기야, 나 죽어. 나 죽을 것 같애.”
“제기.”
이진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도 여자가 억지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아는 것이다.
“야, 배우 바꿔야겠다.”
이진수가 투덜거렸을 때 유종철이 머리를 끄덕였다.
“저것이 우리가 보는 걸 아는 모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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