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살수대첩(薩水大捷) 27
수나라 말년인 병자년(616년) 어름에 양광은 돌궐의 난을 평정하러 갔다가
도리어 시필가한이 이끄는 동돌궐의 군사에게 포위를 당한 일이 있었다.
이때 이세민은 열여덟의 나이로 군사를 모집해 양광을 구원하러 나섰다.
그의 군대는 돌궐군과 대치하고 있던 위장군(衛將軍) 운정흥(雲定興)의 둔영에 이르렀다.
세민이 운정흥에게 말했다.
“지금 돌궐 족장 시필은 그들의 전병력을 동원하여 천자를 포위하고 있으므로 갑자기
응원군을 마련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10리에 걸쳐 깃발과 북을 가져다가 거짓 병력을 만들어 세우고 깃발과 깃발이
서로 어우러지도록 한 다음 밤에 북과 징을 교대로 울려대면 저들은 우리 구원병이
구름처럼 몰려든 줄로 알고 먼지를 일으키며 달아날 것이 뻔합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저들은 군사가 많고 우리는 수가 적으므로 군사를 모두 내어
싸운다고 해도 승산이 없습니다.”
운정흥은 이세민의 말을 듣고 그대로 따랐다.
그러자 동정을 살피던 돌궐의 당보군들은 과연 시필가한에게 수나라의 대군이 오고 있다고 알렸고,
시필은 크게 놀라 포위망을 풀고 북으로 달아났다.
이 일을 계기로 이세민은 수나라의 운명이 다한 것을 알고 내심 천하를 평정할 야망을 품은 채
은밀히 세력을 규합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진양(晉陽:태원의 일부) 지방의 수령으로 있던 유문정(劉文靜)이란 자가
이세민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진양궁 궁감(宮監)으로 있던 배적(裴寂)에게,
“이분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그의 활달함은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과 같고, 지모는 위나라 승상 조조(曹操)를 앞지른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반드시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칠 인재다.”
매양 입버릇처럼 찬탄하곤 했는데, 이럴 무렵 때마침 수나라 제일의 영걸인 이밀(李密)마저
반란을 일으키고 그 바람에 이밀과 사돈지간이던 유문정이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이세민이 옥으로 유문정을 찾아가 위로하니 유문정이 말하기를,
“지금 천하가 너무도 혼란하므로 한나라 고조 유방이나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와 같은
인걸이 아니면 세상을 평정할 수 없습니다.”
하며 은근히 이세민의 속마음을 떠보았다. 이세민이 대답하기를,
“지금 세상이라고 어찌 그런 사람이 없겠습니까? 다만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 뿐입니다.”
하고서,
“제가 공을 위무하는 것은 사사로운 정 때문이 아니라 공과 더불어 천하의 대사를 의논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공에게 장차 어떤 계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하고 반문하였다. 유문정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비로소 마음속에 있던 말을 털어놓았다.
“지금 이밀이 반란을 일으켜 낙양 일대를 점거하고 있는데 천자는 남쪽으로 내려가
양자강과 회수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이밀뿐 아니라 천하에 반란 세력이 물경 1만여 패나 날뛰고 있거니와,
바로 이와 같은 때 참으로 뛰어난 군주가 나서서 이들을 모두 거느릴 수만 있다면
천하를 얻기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도 오히려 쉬울 것입니다.
제가 태원 지역에서 10만 명은 능히 모을 수 있으니,
공이 지금 거느리고 있는 수만 명과 합하여 거사를 꾀한다면 불과 반년도 안 되어
틀림없이 황제의 지위에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세민은 유문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창살 안으로 손을 덥석 그러쥐었다.
“공의 말씀은 바로 제 뜻과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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