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14장 신성(新城)함락 10 회

오늘의 쉼터 2014. 8. 2. 01:08

 

제14신성(新城)함락 10

 

 

 

  한편 양광은 묘저를 빼앗아 범한 뒤로 당장 그 탁월한 잠자리 기술에 홀딱 빠져서

 

육합성으로 돌아갈 때 어가에 태우고 갔는데, 가서도 며칠 동안은 묘저와

 

노는 일에만 탐닉하여 거소 바깥으로는 좀체 현형하지 않았다.

 

서경의 대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오죽하면 싸움터인 요동까지

 

수십 명의 아리따운 여인들을 따로 데려올 만치 색의 편력이 심했던 양광이었으나,

 

그런 그도 묘저와 같은 계집은 일찍이 상대한 바가 없었다.

 

묘저가 남자를 휘두르고 압도하는 음양역행의 애희(愛戱) 놀음은

 

그만큼 기이하면서도 오묘한 데가 있었다.

 

묘저는 매양 말을 타듯 황제의 배를 탄 채로 요란하게 엉덩이짓을 하면서 때로는

 

발정난 암괭이처럼 울부짖고 때로는 손톱을 세워 상처가 나도록 온몸을 할퀴었는데,

 

그 질펀한 요분질과 말롱질의 후유증으로 양광은 뒷날 번번이 운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다시 밤만 되면 어김없이 묘저를 처소로 불러들이곤 했다.

“세상에 너와 같은 계집이 둘이 있을지 모르겠구나.”

이것이 묘저에 대한 양광의 평이었다.

황제가 묘저에게 정신이 팔려 지내는 동안

 

유사룡은 차츰 애첩을 잃은 우중문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다.

 

그는 이따금 황제의 처소에서 묘저의 흐트러진 모습을 대하는 일이 곤혹스러웠을 뿐 아니라

 

한때 질투의 대상이었던 우중문에게서는 시일이 흐르면서 동병상련의 애틋함을 느꼈다.

 

그러던 차에 하루는 양광이 자신을 불러 우중문의 군대가 힘을 다하지 않는 것과 우중문이

 

날마다 폭음 일삼는 것을 일변으론 나무라고 일변으론 걱정하듯 말하자,

“군사의 사기란 자그마한 일에도 쉽게 치솟거나 또는 곤두박질을 치는 법입니다.

 

지금이 평시라면 모르되 적성과 창칼을 맞대고 싸우는 긴박한 때이므로 폐하께서는

 

사람을 보내어 우중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시는 것이 현명한 일일 줄로 압니다.

 

더욱이 우중문으로 말하자면 나라의 최고 장수요,

 

폐하께는 둘도 없이 충직한 사람이 아닙니까.

 

그가 다소 과음하는 까닭은 불충이 아니라 인지상정으로 보셔야 마땅합니다.”

하고 간곡히 진언하였다.

 

양광도 이때쯤은 우중문에게 미안한 느낌을 갖고 있던 터라,

“하면 우승이 위무사가 되어 우중문의 진채를 다녀오도록 하오.”

하고서,

“그런데 우중문의 마음을 무엇으로 어루만져주는 것이 좋을까?”

하고 물으니 유사룡이 잠시 생각하다가,

“본래 재물로 해친 마음은 재물로 풀고 사람으로 맺힌 응어리는 사람으로 푸는 법이라 하였습니다.

 

지금 우중문의 황폐한 마음을 다스리자면 묘저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황제께서 이미 묘저를 취하였사오니 육합성에 있는 여러 궁녀 가운데 한 사람을 택하여

 

선물로 보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이는 천하를 다스리는 제왕팔도(帝王八道)에도 그 예가 나와 있는 일이올시다.”

하였다.

 

욕심을 채운 양광은 이미 너그러워져 있었다.

 

그는 유사룡의 권하는 바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대궐에서부터 데려온

 

옥정(玉靜)이라는 여인을 내어주면서,

“옥정은 살결이 희고 풍미함이 돋보이는 계집이라 육허기를 풀기에는 그저 그만일세.

 

데려가서 옥정으로 하여금 중문의 객수와 적고병간의 쓸쓸함을 달래도록 하라.”

하고 말하였다.

 

이리하여 유사룡은 옥정을 데리고 황제의 위무사가 되어 우중문의 막사를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