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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21장 욕정 [3]

오늘의 쉼터 2014. 8. 1. 17:05

<220> 21장 욕정 [3]

 

 

(435) 21장 욕정 <5>

 

 

신의주에 일본이 오지 않으면 약방에 감초가 없는 꼴이 될 것이다.

 

동북아의 균형이네, 전략적·정략적 요소를 계산하기 이전에 일본은 경제대국이다.

 

그리고 중국과 함께 한반도의 동서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날 저녁 회식은 칭다오의 중식당 ‘베이징’에서 열렸다.

 

특실의 원탁에 둘러앉은 인원은 다섯, 서동수와 문영규, 유병선과 후미코, 오다까지다.

 

요리도 중국식으로 시켰지만 별미다. 돼지고기, 소의 간, 오리와 생선요리를 시켰는데

 

후미코도 맛있게 먹었다.

 

술은 도수가 낮은 한국 소주를 시켰더니 음식과 잘 맞았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후미코를 보았다.

“일본의 진출을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후미코가 눈웃음을 치면서 화답했다.

“신의주의 발전을 위하여 건배.”

서동수는 한 모금에 술을 삼켰다.

 

이제 ‘일본산업’을 시작으로 일본 기업들이 진출해 오면 신의주는 한·중·일의 기업 각축장이 된다.

 

그때 빈 잔을 내려놓은 후미코가 서동수를 보았다.

“저는 서 회장님이 한국의 차기 대권주자가 되실 줄 알았습니다.”

“그렇습니까?”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잠깐 그 생각도 해 보았지요. 그랬더니….”

후미코가 계속하라는 듯이 시선을 주었다.

 

옆쪽 문영규와 오다, 유병선은 신의주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할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내가 아니더라도 잘할 사람이 많기도 했고요.”

“그래요?”

후미코가 서동수의 잔에 소주를 채우면서 웃었다.

“장관님은 듣기와는 달리 겸손하시네요.”

“아니, 제가 오만하다고 그럽니까?”

“자신만만한 분으로 보였지요.”

서동수가 다시 한 모금에 소주를 삼켰다.

 

50∼60도짜리 술을 마시다 보면 소주는 맹물 같다.

 

기분이 좋을 때는 취하지도 않는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사업은 계산해야 되겠지만 정치는 큰 겁니다. 계산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신의주가 정치라고 보시는군요.”

“정치보다도 큰 것이죠. 신의주는.”

말을 그친 서동수가 다시 잔에 술을 채웠다.

 

후미코는 말이 통하는 상대다.

 

말의 맥을 잘 잡고 이어주는 기술이 있다.

 

그만큼 이해하고 있는 데다 순발력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에 대해서 많이 연구를 해온 것 같다.

 

그때 후미코가 술잔을 들면서 말했다.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네요, 장관님.”

“얼마든지 좋습니다.”

서동수가 정색하고 대답했다.

“언제든 연락하십시오.”

그런데 그날 오후 10시가 되었을 때 집에 돌아가 막 옷을 벗던 서동수가

 

핸드폰의 벨소리를 듣고 꺼내 보았다.

 

비서실장 유병선이다.

 

“응, 무슨 일이야?”

서동수가 물었더니 유병선이 억양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후미코 회장이 시간 있으시면 연락해 주시랍니다. 핸드폰으로 해주시라는데요.”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더니 저녁 끝나고 헤어지고 난 후에 한 것이다.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명함에 적힌 핸드폰의 번호를 눌렀더니

 

신호음 두 번 만에 응답소리가 들렸다.

“장관님, 늦은 시간에 실례한 건 아닌가요?”

후미코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으므로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아니, 마침 술 한잔 더 마시고 싶었는데 잘됐습니다. 어디서 뵐까요?”

 

 

 

(436) 21장 욕정 <6>

 

 

 

후미코는 48세, 7년 전 남편 가와무라와 이혼하고 혼자 산다.

가와무라는 일본산업의 사장을 지냈지만 지금은 은퇴하여 쉬고 있다.

후미코의 부친 사이토는 1남1녀를 두었는데 아들 하시모토가 30여 세의 젊은 나이로 죽자

사위 가와무라에게 기대를 걸었다고 했다.

그러나 7년 전 이혼을 시키고 딸에게 기업을 맡긴 것이다.

그것이 세간에 알려진 일본산업의 후계자 사연이다.

서동수가 국제호텔 스위트룸 앞에 섰을 때는 오후 11시 10분이다.

벨을 누르자 숨 두 번 쉬고 났을 때 문이 열렸다.

후미코가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맞는다.

“어서 오세요.”

후미코는 정장 차림에 옅게 화장까지 했다.

늦은 시간이지만 예의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방으로 들어선 서동수가 후미코를 보았다.

“우리 둘뿐입니까?”

일부러 그렇게 물은 것이다.

후미코와 통화를 할 적에도 혼자 기다릴 줄은 예상하고 있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후미코가 눈웃음을 치더니 벽 쪽의 바로 다가가며 물었다.

“술 뭐로 드릴까요?”

“스카치, 안주는 물만 있으면 돼요.”

“스카치, 안주는 물만 있으면 돼요.”

“술은 가리지 않는다고 알려졌더군요.”

서동수가 소파에 기대앉아 후미코의 뒷모습을 보았다.

몸 관리를 잘했는지 군살은 없다. 165㎝쯤 되었을까?

허리선이 곱고 엉덩이는 단단했다.

풍만한 스타일이다.

그때 후미코가 머리만 돌렸으므로 시선이 마주쳤다.

자신의 뒷모습을 응시하는 서동수의 시선을 본 것이다.

“방송에 나온 필름도 모두 보았습니다.”

후미코가 다시 앞쪽을 향한 채로 말하자 서동수는 심호흡을 했다.

허리를 조금 굽혀 냉장고를 여는 후미코의 엉덩이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후미코는 단정한 용모다. 쌍꺼풀이 없는 눈, 콧날은 곧고 작은 입술을 굳게 닫쳐졌다.

몸을 돌린 후미코가 쟁반에 술병과 잔, 물병을 받쳐 들고 다가왔다.

정색하고 있는 것이 마치 20년쯤 같이 산 남편 시중을 드는 것 같다.

서동수가 쟁반을 받아들고는 탁자 위에 놓았다.

자리에 앉아 술병과 잔을 배열시켰더니 후미코가 옆에 앉아 돕는다.

나란히 앉은 셈이다.

후미코한테서 옅은 향내가 맡아졌다.

“반대가 심했어요.”

잔에 스카치를 따르면서 후미코가 말했다.

후미코의 조금 숙인 재킷의 가슴 속 젖가슴 윗부분이 보였다.

가운데 골짜기는 깊다.

서동수가 시선을 떼었을 때 후미코가 머리를 들었다.

시선이 부딪쳤다가 잠깐 후에 떼어졌다.

“베트남이나 미얀마, 캄보디아가 더 안전하고 갈등에 휩싸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죠.”

술잔을 든 서동수가 한 모금에 술을 삼켰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침략을 받은 과거가 있다.

양국 모두 처참한 피해를 입었으며 굴욕의 시기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잠잠해지던 과거의 상처가 다시 되살아나는 상황이 되었다.

일본의 우경화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의 반일 감정이 높아지는 시기인데 신의주에 투자를 한다니,

경영진에서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술잔을 든 후미코가 말을 이었다.

“내가 그랬죠. ‘이제 전쟁은 안 일어난다.

일본이 한국 침략 못하고 한국도 그렇다.

중국이 일본 쳐들어오지 못하고 일본도 그렇다.

그러니까 괜한 감정 싸움에 끼어들지 말고 우린 사업이나 하자.

현대는 경제전쟁, 경제대국 시대다’ 하구요.”

그때 서동수가 후미코의 손을 잡았다.

부드럽고 긴 손가락이 굽혀지더니 서동수의 손을 마주 쥐었다.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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