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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20장 신의주특구 [10]

오늘의 쉼터 2014. 7. 31. 10:11

<217> 20장 신의주특구 [10]

 

 

(429) 20장 신의주특구 <19>

 

 

 

 

대단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건설 인력만 해도 한국과 중국에서 1만여 명이 투입됐고 북한에서는 5000여 명이다.

북한 인력이 대규모로 투입돼야 하지만 선별, 교육 과정에 시간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 측 부장관 최봉주는 과정을 단축하기로 약속을 했다.

서동수가 신의주 제2지구 공사장 식당에 들어섰을 때는 오후 12시 반쯤이다.

500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은 건설 인력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뷔페식이어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쪽으로.”

동행한 유병선의 안내를 받아 서동수가 안쪽 주방 옆의 방으로 들어섰다.

방 안 테이블에는 이미 상이 차려져 있다.

“식당 인기가 좋습니다.”

동행한 한국 측 부장관 문영규가 말했다.

“한국에 내놔도 손색이 없습니다.”

북한 측 부장관 최봉주는 말이 없고 건설본부장 왕창궈(王長國)는 한국어에 익숙한 터라

머리를 끄덕였다.

왕창궈는 중국관리 출신으로 중국 동성의 사장이었다가 신의주 특구

생산본부장 겸 건설본부장이 됐다.

 

그들이 자리 잡고 앉았을 때 쟁반에 밥과 국을 받쳐든 종업원들과 함께

식당 사장 진윤화가 들어섰다.

“오셨습니까?”

진윤화가 깊게 허리를 굽혀 절을 하고는 종업원을 도와 음식을 배열했다.

진윤화는 ‘동성식당’의 사장 겸 주주다.

건설현장의 17개 식당에서 하루 평균 5만 명분의 식사를 공급하고 있다.

“잘 됩니까?”

진윤화가 옆으로 다가왔을 때 서동수가 물었다.

숨을 들이켜자 진윤화한테서 옅은 향내가 맡아졌다.

코에 익숙해진 냄새다.

“네, 잘 되고 있습니다.”

조금 굳어진 목소리로 진윤화가 대답했는데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번 카이로에서 헤어진 후로 처음 만나는 것이다.

그동안 진윤화는 라고스 식당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왔다.

식당을 개업하는데 진윤화는 얼굴만 내밀면 됐다.

비서실장 유병선이 하나에서 열까지 다 챙겨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업을 시작하고서는 진윤화가 열성적으로 일한다고 했다.

한식과 중국식이 섞인 음식은 맛이 있었다.

서울 특급 호텔의 뷔페 요리보다 떨어지지 않았다.

“맛이 있습니다.”

서동수가 칭찬했더니 진윤화가 다시 머리를 숙여 정중하게 답례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장관 대우를 해주는 것이지만 서동수는 어쩐지 허전해서 어깨가 늘어졌다.

그래서 장관실로 돌아왔을 때 유병선에게 말했다.

“식당 진 사장이 군기가 딱 잡혔더구만, 그렇지 않아?”

“예, 그렇습니다.”

외면한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현재 신의주 특구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내고 있는 회사가 대동식당이거든요.”

“그런가?”

“진 사장한테 10퍼센트 지분을 주었으니까 한 달에 1억5000만 원 정도가 수입금이 됩니다.”

 

“곧 부자 되겠군.”

“더구나 자기 자본을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상태니까요.”

“왜? 배 아프냐?”

“아닙니다.”

깜짝 놀란 유병선이 서동수의 얼굴을 보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서동수가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나, 진 사장하고 안 잤어.”

당황한 유병선이 외면했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내가 그럴 때도 있는 사람이다.”

 


 

 

 

(430) 20장 신의주특구 <20>

 

 

 

 

그로부터 15일 후,

남북한과 중국 정부는 신의주 특구를 자치령으로 전환시키는 역사적인 협정에 조인했다.

‘신의주’는 향후 50년간 자치령으로 운영되며 행정수반인 장관에 의해 통치된다는 협정이다.

자치령은 이제 동북아의 신(新) 홍콩이 되었다.

주요 합의 사항은 투자이민의 적극적 수용, 자치대 운용, 이주자 구성이다.

진통 끝에 신의주 시민의 비율은 북, 남, 중에 한하여 4, 1, 1로 했는데

한국과 중국의 이주자는 투자 이주자로 제한했다.

5년 후에 신의주에 3국인 숫자가 600만이라면 북한 국적이 400만,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100만 명의 투자자가 이주해온 것이 될 것이다.

장관직은 현재 3국의 합의하에 서동수가 수행하고 5년 후에는 대의원에 의해

간접선거로 선출할 예정이다.

이제 기본 뼈대는 갖춰졌고, 투자에 대한 불안 요소도 가셔졌다.

우선 서동수는 신의주 내각을 구성하고 자치대 편성이 시급해서 신의주에 머물고 있었다.

“관광과 유흥시설을 서둘러야 돼요.”

오전 10시, 회의석상에서 서동수가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모아졌다.

다만 비서실장 유병선과 회의에 참석한 관광청 장관 예정자 박흥섭만 시치미를 떼고 있을 뿐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생산시설로 창출한 부를 이곳에서 소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라스베이거스처럼 카지노, 호텔, 향락시설을 유치해서 관광객이 몰려들어 오도록 해야 됩니다.”

이미 이것은 시장조사를 마친 사업이다.

홍콩은 자동차를 만들지 않았어도 번영했다.

중계무역과 시장의 활성화다.

수십 년간 홍콩은 신제품, 유행의 본산이었다.

싱가포르는 어떤가? 조선소가 없지만 세계 몇 위의 무역항이다.

서동수가 간부들을 둘러보며 웃었다.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요정, 룸살롱, 노래방을 신의주에 건설한다는 자세로 시작합시다.”

북한 측 부장관 최봉주만 눈을 껌벅일 뿐 모두 알아듣는 눈치였다.

신의주를 ‘사람’이 모이는 도시로 만들자는 뜻이다.

그리고 사실 지구상에서 한국처럼 요정, 룸살롱 문화가 발달되었던 나라는 없다.

누구는 그곳이 퇴폐와 부정의 산실이었다고 하지만 오장이 비비 꼬인 인간들이 하는 말이다.

서동수가 보기에 긍정적인 요소가 몇 배나 많은 곳이었다.

서동수만 해도 룸살롱, 요정에서 계약을 따내었고 클레임을 해결했으며 상사와 화해했다.

물론 리베이트를 부드럽게 받은 적도 있다.

그때 한국 측 부장관 문영규가 입을 열었다.

“오글라스 맥도날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신의주에 비행기 조립공장을 세우겠다고 합니다.

바로 투자를 하겠다는데요.”

“검토해 봅시다.”

해놓고 서동수가 똑바로 문영규를 보았다.

“내 생각인데 비행기 조립공장이면 엄청난 부지가 필요할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서동수가 간부들을 둘러보았다.


“그 면적에 룸살롱 1000개는 세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최봉주는 또 룸살롱이야?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머지는 알아듣는 눈치였다.

최봉주도 한국에서 자주 룸살롱을 다녔다면 금방 이해했을 것이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문영규가 웃음 띤 얼굴로 대답하고는 화제를 돌렸다.

남북한과 중국이 연합해서 신의주 특구를 신의주 자치령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동안

미국일본이 위기의식을 느낀 것은 당연하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시켜 주고 있다.

청일전쟁, 가쓰라·태프트 조약에서 한일합방, 애치슨 라인에서 6·25,

그리고 미·일 동맹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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