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14장 신성(新城)함락 6 회

오늘의 쉼터 2014. 7. 31. 15:44

제14신성(新城)함락 6

 

 

 음력 6월도 어느덧 보름이 지나가자

대지에 부는 바람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더니 습기를 머금은 남서풍이 일었다.

을지문덕은 고신을 불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제 드디어 내가 움직일 때가 되었네.

적을 맞아 싸워서 이기자면 우선 적진의 허실을 알아야 할 터인즉,

이곳에 앉아서는 오직 시일을 끄는 것밖에 달리 얻을 것이 없네.”

“그렇긴 하나 사방이 수십만의 적군으로 포위되어 있는데 무슨 수로 움직이시겠습니까?”

“자네는 내일 날이 밝거든 성 중의 날랜 군사 5백 명을 이끌고 성의 동문으로 나가서

싸우는 척하다가 적이 추격하면 그대로 돌아오게.

하지만 그 전에 성 중의 모든 사람들에게 조만간 우리 대왕 폐하께서

요동으로 행차하신다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내일 출전을 하여서도 수군들을 만나면 그와 같이 이르게나.”

“소문을 퍼뜨리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상장군의 계책을 알고 싶습니다.”

“우선 자네가 동쪽으로 길을 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이면 수군들은 대왕 폐하께서

요동에 납시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것임세.

그런 다음에 나는 기회를 보아 남문으로 빠져나가서 거짓으로 항복하여 적진을 살피고

일변으론 재주껏 적을 유혹하여 압록수를 건너갔다가 내달 초중순에 다시 이곳으로 오겠네.

그렇게 한다면 이곳에 결집한 적군을 양쪽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니 자네 혼자서도

능히 요동성은 지킬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문덕의 말을 들은 고신은 근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에 수십만의 군사가 운집하여 인산인해를 이룬 것을 보면 지금 수군들은
총력을 기울여

오직 장군 한 사람을 사로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일전에 배구를 속여 시일을 번 것도 양광이 군사를 내었으니 이미 들통이 났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다시 항복을 하신다면 뉘라서 이를 의심하지 않으오리까?

상장군의 지모와 책략을 의심하는 바는 아니지만 만에 하나라도 일이 잘못되어 해를 입는다면

대체 누가 장군을 대신하여 양광과 대적할 수 있을지,

저로서는 그저 눈앞이 캄캄할 따름입니다.

아무리 봐도 그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올시다.

차라리 세세한 계책을 일러주신다면 제가 상장군의 할 일을 대신하여 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고신이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을 듣고 문덕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공이 나를 위하는 마음은 능히 알겠네.

하지만 이 일은 반드시 내가 나서야 하는 일이므로 공이 대신할 수가 없네.

과히 걱정하지 말게나.”

고신은 몇 번이나 더 문덕을 만류했지만 이미 굳어진 문덕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이튿날 날이 밝자 고신은 5백 명의 날쌘 기병을 이끌고 성의 동문으로 달려 나갔다.

동문에 진을 치고 있던 우문술은 직접 군사를 거느리고 나와 고신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우문술을 맞닥뜨린 고신이 문득 음성을 높여 외쳤다.

“나는 요동성 성주 고신으로 우리 대왕 폐하께서 친히 요동에 납신다는 전갈을 받고

어가를 호위하러 가는 길이다!

너희가 제아무리 교만하고 방자한 무리들이지만 군신의 예와 사람의 도리를 들어 알고 있다면

어찌 신하가 임금을 섬기려는 아름다움까지 막을 수 있겠느냐?

나는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니니 너희는 냉큼 길을 열어 나로 하여금 신하의 도리를 다하게 하라!”

그러나 우문술은 껄껄거리며 웃고 나서 짐짓 위엄을 세워 대꾸하였다.

“너의 임금으로 말하자면 한낱 요동군공의 작위를 받아간 변방의 우두머리에 불과한 자로

이는 대국에서 보자면 손바닥만한 땅을 다스리는 미관말직에 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는 천자께 돌이킬 수 없는 대역죄를 짓고 그 작위마저 거두어 파직되었으니

지금은 다만 형벌로 다스릴 죄인일 따름이다.

어찌 감히 신하의 도리를 운운하며 군신의 예를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우문술은 마상에서 턱을 내밀고 거만스럽게 말을 보탰다.

“네 정히 가려거든 어디 재주껏 길을 열고 가보라!”

이에 고신은 분을 참지 못하고 두 눈을 부릅뜬 채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고,

장수들의 싸움과 함께 쌍방 군사들 간에도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고신은 우문술을 상대로 30합이 넘도록 싸웠으나 갈수록 무예가 달려 궁지에 몰렸다.

 

'소설방 > 삼한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4장 신성(新城)함락 8 회  (0) 2014.08.02
제14장 신성(新城)함락 7 회  (0) 2014.08.02
제14장 신성(新城)함락 5 회  (0) 2014.07.28
제14장 신성(新城)함락 4 회  (0) 2014.07.28
제14장 신성(新城)함락 3 회  (0) 201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