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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20장 신의주특구 [8]

오늘의 쉼터 2014. 7. 31. 10:03

<215> 20장 신의주특구 [8]

 

 

(425) 20장 신의주특구 <15>

 

 

 

 

선입견이 때로는 대사(大事)를 그르칠 수가 있다.

인간이 완벽한 존재가 아닌 것이다. 덕망과 경륜을 쌓은 사람도 선입견의 함정에 빠진다.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비워야 한다.

자신의 입장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서동수가 한때 우수한 세일즈맨으로 인정을 받았던 것도 그런 맥락이다.

윈윈은 서로 좋다는 의미지만 대등한 거래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상대방의 입장으로 생각하고 내가 조금 양보한다는 자세가 돼야

윈윈의 준비가 갖춰지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번에 상대방이 그렇게 보답해주면 대등한 윈윈이 된다.

서동수가 김 대장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도 그런 내용이다.

그것을 간단하게 말하는 바람에 조바심이 났지만 김 대장의 반응이 놀라웠다.

밝아진 것이다.

그것이 만찬장의 분위기에서 나타났다.

몇 년 전에 사망한 김 대장의 부친 김 위원장이 파티를 즐긴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김 대장의 파티 소식은 듣지 못했다.

“자, 듭시다.”

술잔을 든 김 대장이 건배를 제의했다.

주석궁 만찬장에는 10여 명의 북한 고위층이 모였고 서동수 측은 임청까지 다 왔다.

김 대장이 건배사를 했다.

“신의주 자치령을 위하여!”

“위하여!”

따라 외친 서동수의 말끝이 떨렸다.

감동한 서동수가 한 모금에 60도짜리라는 금강산 살모사주를 삼켰다.

신의주가 자치령이 된 것이다.

김 대장이 이렇게 거침없이 결단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서동수다.

자리에 앉았을 때 옆자리에 있던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대섭이 서동수의 술잔을 채워주면서 웃었다.

최대섭은 오후의 회의에도 동석한 인물이다.

“장관, 김 대장동지께서 장관님께 호의를 품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영광입니다.”

최대섭은 60대 중반이었지만 북한군 장성 기준으로 보면 젊은 편이다.

그러나 눈매가 날카로웠고 건장한 체격이다.

최대섭이 말을 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난관을 헤쳐가야 될 것입니다. 장관.”

“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희망이 보입니다. 정치국장님.”

그때 김 대장이 서동수를 불렀다.

이제 플로어에서는 악단과 가수가 등장해서 먼저 음악이 연주되고 있다.

“서 장관, 가깝게 앉으시오.”

김 대장이 말하자 뒤쪽에 서 있던 경호군관이 서동수의 의자를 김 대장의 옆쪽에 바짝 붙였다.

김 대장이 몸을 기울여 서동수의 귀에 대고 말했다.

“장관, 이대로 가면 북남 통일은 언제 될 것 같습니까?”

통일이라,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든 서동수가 숨을 골랐다.

서동수가 머리를 돌려 김 대장을 보았다.

“대장님, 이대로 간다면 통일은 15년쯤 후에 될 것 같습니다.”

김 대장은 긴장한 표정으로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그동안 북한은 무섭게 경제성장을 할 테니까요.

아마 북한 주도의 통일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

“한국은 그때까지 서로 물어뜯고 싸우겠지요.

그대로 놔두시고 한국의 60년, 70년, 80년대의 경제 부흥기를 연구하시지요.”

“그, 박 대통령 시대군요.”

“그렇습니다.”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김 대장의 귀에 입술을 가깝게 붙였다.

“그리고 통일이 되면 한국의 좌파부터 소탕하시지요.

북한을 제일 먼저 오염시킬 테니까요.”

 

 

 

(426) 20장 신의주특구 <16>

 

 

 

평양을 떠난 동성-1호기가 다시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는 다음 날 오후 4시경이다.

이번에도 멈춰선 비행기 앞에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저커장 총리가 보낸 차다.

오후 6시,

이제는 익숙해진 이화원 근처의 안가에서 서동수와 저커장,

산둥성 서기 리정산의 3자 회동이 시작되었다.

인사를 마친 서동수가 김 대장의 신의주 자치령을 위한 건배 제의부터 꺼내니

저커장이 손바닥으로 무릎을 치며 웃었다.

“잘되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최선을 다해 신의주 자치령의 발전을 도울 거요.”

저커장이 찻잔을 들어 건배하는 시늉까지 했다.

“이제 회담은 순풍에 돛을 단 셈이 되겠습니다.”

“김 대장은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동수의 말에 저커장이 머리를 끄덕이며 웃었다.

“우리가 정보를 흘렸지요. 놀라게 하면 안 되니까요.”

“놀랍습니다. 잘하셨군요.”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잊어진다.

서동수가 유도했지만 둘은 김 대장과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궁금한 눈치가 아니었다.

저커장이 생각난 듯 물었다.

“한국 정부도 환영하지요?”

“당연하지요.”

베이징으로 날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비서실장 양용식에게 보고를 한 것이다.

대통령에게 바로 알리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

양용식도 펄쩍 뛸 듯이 반겼는데 지금쯤 대통령 주재하에

신의주 자치령 회의가 열리고 있을 것이었다.

“일이나 사람이나 운(運)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의자에 등을 붙인 저커장이 이제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서 장관은 운이 맞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운이 맞는 분 옆에 있으면 함께 돈벼락을 맞는다는 우리 고향 속담이 있습니다.”

서동수는 저커장의 고향이 상하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한국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다.

재수 없는 놈하고 같이 있으면 같이 벼락을 맞는다는 말이다.

“좋은 날 술 한잔 안 할 수가 없지요.”

저커장의 눈짓을 받은 리정산이 방을 나갔다.

주연을 준비하려는 것 같다.

둘이 남았을 때 저커창이 물었다.

“김 대장 성품이 어떻습니까?”

“훌륭했습니다.”

세상에서 저한테 잘해준 사람한테 욕하는 놈은 정신병자뿐이다.

문득 저커장의 얼굴을 보면서 서동수는 제가 한 말을 떠올렸다.

15년 후면 저커장은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난 지 7, 8년쯤 되었을 때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세 번째 새 대통령이 등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그때 저커장이 다시 덕담을 했다.

“김 대장이 서 장관의 솔직 담백한 성품에 호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과찬이십니다. 총리님”

했지만 김 대장한테 한 말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제 신의주 자치령을 기반으로 북한이 경제 부흥을 이루면

3국 중 가장 안정된 국가가 바로 북한이 될 것이다.

그때 리정산이 방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자, 준비되었습니다. 가시지요.”

저커장과 함께 일어선 서동수가 옆쪽 만찬장으로 들어서다가 숨을 들이켰다.

 

장치가 기다리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서동수의 표정을 보더니 장치가 빙그레 웃었는데

양귀비 같기도 했고 여포의 아내 초선 같기도 했다.

저커장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기뻐하실 것 같아서 모셨습니다.”

서동수가 답례로 머리를 숙여 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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