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20장 신의주특구 [7]
(423) 20장 신의주특구 <13>
다음 날 오후 3시 반, 서동수의 전용기 동성-1호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기의 문에 섰을 때 서동수는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내들을 보았다.
검정색 승용차도 3대나 대기하고 있다.
이른바 공항 영접이다.
모두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비행기에서 내린 서동수를 정중하게 맞는다.
“제가 내각부 총리실 부장 이윤섭입니다. 모시러 왔습니다.”
50대쯤의 이윤섭이 차로 안내하면서 말했다.
꽃다발도 없었고 악수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서동수는 차에 올라 곧장 평양으로 달린다.
서동수의 일행은 비서실장 유병선과 비서 최성갑, 민혜영 그리고 임청까지 왔다.
“오늘 오후 6시에 주석궁에서 위대하신 장군님과 회의가 있고 8시에는 만찬입니다.
괜찮으십니까?”
옆에 앉은 이윤섭이 스케줄을 설명했다.
“회의는 장군님께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대섭 대장과 특구담당 정오석 비서를
참석하도록 지시하셨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예, 물론이죠.”
“장관께서는 혼자 오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만찬에는 수행원 동무들도 모두 참석하게 되실 것입니다.”
이윤섭이 말을 그친 사이에 서동수가 창밖을 보았다.
똑같은 산과 들이다.
이제는 언론 매체를 통해 자주 봐서 낯이 익기도 하다.
그때 이윤섭이 입을 열었다.
“장관 동지, 숙소는 대동강 옆에 새로 지은 제77초대소입니다,
차로 한 시간이면 닿습니다.”
과연 차는 교통체증이 없는 평양 시내로 진입하더니
한 시간 만에 초대소 현관 앞에 도착했다.
제복 차림의 직원들이 도열해 서 있다가 서동수 일행을 맞는다.
황토색 벽돌 2층 건물인 초대소는 마치 중세 유럽의 성 같았고
직원들은 성주(城主)를 맞는 것 같다.
“음, 좋군.”
현관으로 들어선 서동수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호텔 같은 숙박업소 분위기는 전혀 풍기지 않았다.
성주를 위한 주거 공간이다.
유병선은 물론이고 민혜영과 임청의 얼굴이 환해진 것을 보면 만족도가 피부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날 오후 6시가 되었을 때 서동수는 주석궁의 회의실에서
김동일 대장과 장방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김 대장은 사진에서 볼 때와는 달리 과묵했다.
뉴스를 보면 상대방을 향해 끊임없이, 때로는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은 다르다.
인사를 나눌 때도 웃음 띤 얼굴로 반갑다고만 했을 뿐이다.
김 대장 좌우에는 최대섭 대장과 정오석 비서가 앉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물론 김 대장이다.
“신의주특구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자치령이 됐을 경우를 우리 동무들이 몇 시간 동안이나 이야기를 해줍디다.”
한마디씩 차분하게 말한 김 대장이 팔꿈치를 테이블에 세우고 손등 위에 턱을 올려 놓았다.
서동수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맑다.
서동수가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을 때 김 대장이 말을 이었다.
“근데 알아듣지 못하겠어요.
내가 이해력이 나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핵심을 피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단 말입니다.”
이제는 김 대장 좌우에서 연달아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쪽도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장이 지그시 서동수를 보았다.
“자치령이 되면 자치령 안에 들어간 우리 북조선 인민이 잘 살게 될까요?”
서동수는 심호흡부터 했다.
쉽게 물었으니 쉽게 대답하자.
(424) 20장 신의주특구 <14>
머리를 든 서동수와 김 대장의 시선이 마주쳤다.
“잘 살게 됩니다. 5년 후에 주민 1인당 소득으로 1만 불을 달성하겠습니다.”
그때 김 대장이 숨을 들이켰다.
작년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불 정도였다.
중국은 9000불, 한국은 2만6000불이다.
다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다시 3년 후에 인구 500만 명의 1인당 국민소득을 1만5000불로 달성하겠습니다.”
북한의 2013년 기준 인구는 2440만 명이다.
인구의 5분의 1이 해당되는 것이다.
그때 김 대장이 다시 물었다.
“서 장관께선 신의주가 자치령이 되면 가장 득을 보는 국가가 어디라고 생각하시오?”
“대장님의 초대를 받고 나서 한·중 양국의 고위층을 만났습니다.”
서동수가 똑바로 김 대장을 보았다.
“모두 윈윈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맞습니다. 하지만.”
어깨를 부풀렸다 내린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가장 득을 보는 것은 자치령 주민이죠.
저는 자치령이 어떤 역할을 할지, 어떻게 될지는 생각 안 했습니다.”
“…….”
“자치령에 전력투구할 뿐이지요.”
“서 장관이 내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실 것 같습니까?”
자, 이제 칼끝이 정면으로 겨누어졌다.
막지 못하면 죽는다.
서동수의 머릿속에 리베이트를 먹은 것이 탄로가 나서 난데없는
칭다오 공장으로 전출되었을 때가 떠올랐다.
10여 년 전이다.
회사에서는 그런 인사발령을 내면 사표를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보도 듣도 못한 섬유공장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리베이트를 더 크게 먹고 이제 이렇게 되었다.
서동수가 대답했다.
“자치령으로 해 줄 겁니다.”
김 대장은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다른 거 생각 안 하겠습니다.”
“…….”
“아, 제 잇속 안 차리고 제 살 떼어주면서 돕는 국가가 어디 있습니까?
국민 세금 나가는데요? 다 속셈이 있겠지요.”
“…….”
“하지만 자치령이 되면 당장에 몇 백만이 잘 살게 됩니다. 해야지요.”
“…….”
“뭐, 간단하게 풀어가는 겁니다.
요즘은 하도 아는 체 하는 인사가 많아서 별 궁리가 다 나오지만
빙빙 돌다가 제자리로 오거나 제 발등 찍는 것도 모르는 경우도 있더군요.”
그때 김 대장이 빙그레 웃었으므로 곁눈질을 열심히 하던
좌우의 최대섭과 정오석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말은 들었지만 서 장관께선 좀 웃기시는 분이오.”
“예, 제가 속물입니다.”
잡놈이라고 하려다가 예의상 그렇게 바꿨다.
김 대장이 웃음띤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중국이 북한을 먹으려고 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습니까?”
“했습니다.”
대번에 대답한 서동수가 심호흡부터 했다.
“그래서인지 저한테 미모의 고위층 가계의 여자를 소개시켜줘서 지금 교제 중이지요.”
김 대장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중국 측이 그 여자를 이용할 계획을 했다면 아마 실패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저녁에 술이나 한잔 하시지요. 서 장관.”
갑자기 김 대장이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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