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216> 20장 신의주특구 [9]

오늘의 쉼터 2014. 7. 31. 10:07

<216> 20장 신의주특구 [9]

 

 

(427) 20장 신의주특구 <17>

 

 

 

 

“술을 한 잔 더 해야겠어.”

서동수가 말하자 장치는 전화기를 들더니 룸서비스를 부른다.

오후 10시 반, 천안문 근처에 신축된 ‘황제호텔’ 스위트룸 안이다.

저커장, 리정산과 저녁을 먹고 둘이 이곳으로 온 것이다.

장치는 저녁을 먹을 때 술을 두어 잔 마신 터라 볼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다.

“여보, 욕조에 물 받아 놓을까요?”

주문을 마친 장치가 물었는데 여보는 한국말이다.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머리만 끄덕이고 핸드폰의 버튼을 눌렀다.

“예, 장관님.”

신호음이 한번 울렸을 때 곧 유병선의 목소리가 울렸다.

유병선도 황제호텔에 묵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자치령에 대해서는 일절 노코멘트를 하도록,

3국 정부에 맡기고 우리는 모르는 일이야.”

핸드폰을 귀에 붙인 서동수가 강조했다.

“3국 정부에서 발표할 때까지 일절 나서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장관님.”

유병선의 목소리에 활기가 띠어져 있다.

이제 서동수의 성품을 아는 것이다.

간혹 말부터 앞세우고 언론에 등장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얼굴이 많이 알려질수록 선거유리했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귀에서 떼었을 때 욕실에서 장치가 나왔다.

어느새 재킷을 벗고 반소매 셔츠에 반바지 차림이 되어있다.

“욕조가 수영장만 해.”

눈을 둥그렇게 뜬 장치가 웃었다.

“거기서 우리 벗고 술 마셔요.”

“무슨 영화를 본 거야?”

장치의 분위기에 전염된 서동수가 저고리를 벗어 던지면서 다가갔다.

“내가 룸서비스 오면 욕조로 가져갈 테니까 먼저 들어가 있어요.”

서동수의 팔에 안긴 장치가 하반신을 문지르며 말했다.

“만찬장에서 당신을 본 순간부터 거기가 젖었어.”

“요부가 다 되었구나.”

서동수가 장치의 입술에 키스했다.

두 팔로 서동수의 목을 감아 안은 장치가 입을 열어 혀를 내주었다.

서동수는 달고 탄력이 강한 장치의 혀를 빨았다.

“이제 그만, 욕조로 가요.”

입을 뗀 장치가 가쁜 숨을 뱉으며 말했다.

서동수의 팔을 끌고 욕실로 들어선 장치가 옷을 벗겨주면서 말했다.

“고위층하고 같이 있는 당신을 보니까 어울렸어. 나는 자극을 받았고.”

“…….”

“내가 중국 국적인 데다 당원이니까

당신만 국적 변경을 하면 금방 성장(省長)되는 건 일도 아닐 거야.”

이제 알몸이 된 서동수는 물이 차 있는 욕조로 들어가 몸을 눕혔다.

장치가 말한 대로 욕조는 작은 수영장만 했다.

반대편에는 수압으로 안마하는 장치도 있다.

장치가 욕조 끝에 앉아 물 온도를 조절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서 상하이방과 친지들의 지원을 받아 정치국원에 오르고 당주석이 될 수도 있는 거야,

여보.”

 

장치가 한국어의 여보를 또 썼다.

머리만 내놓고 욕조에 누운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여진의 누르하치는 대청(大淸)을 건국, 중국 대륙을 지배했다.

금(金)은 어떤가? 원(元) 제국은 어떻고?

충청도 출신 서동수가 신의주 장관에서부터 성장,

성의 서기를 거쳐 중국의 국가 주석이 되지 말란 법이 있느냐?

서동수는 눈을 떴다.

일단 그러려면 조선성(省)에서 시작해야 될 것이다.

“어머, 섰네.”

그때 장치가 물속을 들여다보며 웃었다.

물속에서 서 있는 놈을 본 것 같다.

 

 

 

(428) 20장 신의주특구 <18>

 

 

 

다음 날 아침,

8시가 되었을 때 서동수는 청와대 비서실장 양용식에게 평양에서의 일을 보고했다.

대통령에게 바로 전하려면 이 방법이 가장 빠르다.

“수고하셨습니다.”

보고를 끝냈을 때 양용식이 밝은 목소리로 치하했다.

중국에서도 한 턱 냈으니 우리도 파티 한번 해야겠습니다.”

서동수는 저커장과의 회식도 이야기해 준 것이다.

서동수가 아직도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장치의 알몸을 보면서 말했다.

“언론 발표는 중국 측과 상의하시지요.

저는 내일부터 신의주에 들어가 있을 테니까요.”

신의주에 들어가 있으면 파파라치는커녕 언론사 출입도 허가를 맡아야 한다.

자치령이 되면 달라지겠지만 지금의 신의주에는 아무나 들어올 수가 없다.

그러자 양용식이 짧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바로 중국 정부하고 상의하지요.”

통화를 끝낸 서동수는 그 사이에 장치가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킨 것을 보았다.

알몸이어서 도톰한 젖가슴과 아랫배, 짙은 숲까지 보인다.

장치가 물었다.

“오늘 칭다오로 가실 건가요?”

“칭다오 들렀다가 신의주로 갈 거야.”

“바쁘시네요.”

두 손을 치켜든 장치가 기지개를 켰다.

만족한 밤을 보낸 장치의 얼굴은 활기가 배어 있었다.

“신의주에 한번 데려다줘요, 여보.”

“그러지.”

아직 여가를 보낼 시설이 부족한 터라 장치는 신축된 호텔방에만 박혀 있어야 할 것이다.

장치와 룸서비스로 아침을 먹고 헤어진 서동수가 칭다오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1시경이다.

공항에는 딸 미혜가 마중 나와 있었는데 오전에 통화를 했더니 공항에 나오겠다고 한 것이다.

“아빠, 앞으로 신의주에서 사는 거야?”

차에 나란히 앉았을 때 미혜가 불쑥 물었다.

미혜는 이제 열여덟 살이다.

일곱 살 때 할머니하고 중국에 온 후로 11년이 지났다.

그동안 형 가족하고 같이 살면서 사촌 언니, 오빠가 옆에 있어 주었고

형수 박애영이 어머니 노릇을 했다.

그러나 서동수는 미혜만 보면 죄책감을 느낀다.

이렇게 탈 없이 잘 커준 것이 고맙기만 하다.

서동수가 머리를 저었다.

“사업체를 다 옮길 수는 없으니까 이곳이 내 본거지야. 고향은 한국이고.”

“그럼 나는?”

“너는 아빠하고 같이 있어야지. 지금처럼 나는 항상 너한테 돌아와.”

“나도 아빠 따라 갈 테니까.”

하고는 잠시 있다가 미혜가 다시 물었다.

“그럼 그 여자는 어떻게 할 건데?”

순간 서동수는 미혜가 공항에 나오겠다는 이유를 알았다.

 

장치다. 언론에도 자주 거론되었기 때문에 미혜가 모를 리가 없다.

 

심호흡을 하고 난 서동수가 대답했다.

“우리는 그대로 살아. 나, 너 그리고 네 할머니, 숙모, 숙부, 사촌들까지.”


“…….”

“그 사람은 따로 살지. 아마 가끔 들르게 될 거다.”

“그럴 수도 있는 거야?”

“있지.”

대학교수라던데. 집안도 좋고, 미인이던데. 내가 인터넷에서 다 봤어.”

“그렇구나.”

“축하해, 아빠.”

그때 다시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다행히 유병선은 이 차에 타지 않았다.

 

운전사 미스터 왕은 중국인이라 한국어는 모른다.

 

서동수가 손을 뻗어 다 큰 숙녀가 된 미혜의 손을 잡았다.

 

미혜는 신의주 자치령 따위는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8> 21장 욕정 [1]  (0) 2014.07.31
<217> 20장 신의주특구 [10]  (0) 2014.07.31
<215> 20장 신의주특구 [8]  (0) 2014.07.31
<214> 20장 신의주특구 [7]  (0) 2014.07.31
<213> 20장 신의주특구 [6]  (0) 201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