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20장 신의주특구 [6]
(421) 20장 신의주특구 <11>
그날 오후, 인천공항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서동수가 유병선에게 말했다.
“마음을 비웠어.”
유병선은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마음을 비우니까 더 큰 것이 보이는군. 하지만 집착이 없으니까 부담도 없어.”
이제 한국과 중국 정부는 바쁘게 움직일 것이었다.
북한 측도 마찬가지다.
서동수는 한국인으로 중국에 기반을 둔 기업인이다.
신의주특구 장관이지만 특구체제 변경은 정부의 몫이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유병선을 보았다.
“신의주가 자치령이 되면 유 실장이 행정청으로 옮아와줘야겠어.”
“제가 말씀입니까?”
숨을 들이켰다가 뱉은 유병선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행정청 장관 비서실장이 되라는 말이다.
이것은 대기업 비서실장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옮기는 것과 같다.
유병선이 어깨를 세우고 대답했다.
“예, 가겠습니다, 회장님.”
“신의주에서는 장관으로 불러야 돼.”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을 때다.
앞쪽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리더니 곧 최성갑이 받았다.
그러고는 몇 번 짧게 응답하고 나서 서동수를 보았다.
“최봉주 부장관입니다. 받으시겠습니까?”
최봉주는 특구의 북한 측 부장관이다.
서동수가 잠자코 손을 내밀었다.
“전화 바꿨습니다.”
서동수가 응답했을 때 최봉주는 반가운 듯 목소리를 높였다.
“장관님, 본국에서 연락이 왔기 때문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최봉주에게 본국은 북한이다. 곧 최봉주가 말을 이었다.
“경애하시는 장군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내일 평양에 오실 수 있으신지요?”
순간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앞쪽에 시선을 준 채 몸을 굳혔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예상은 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을 정도였다.
북한의 최고지도자, 젊은 장군, 집권 3년이 되었지만
아직 한 번도 외국 국가원수와 회담을 하지 않은 지도자,
그것이 자의건 타의에 의한 것이건 간에 그를 신비스럽게 만들었다.
만일 서동수가 내일 평양에 간다면 매스컴은 난리가 날 것이다.
젊은 장군 김동일이 처음으로 전 세계 매스컴에 드러나게 될지도 모른다.
“알았습니다. 내일 평양으로 가지요.”
서동수가 말했을 때 놀란 유병선의 시선이 옮아왔다.
“장군님이 보자는 거야.”
핸드폰을 내려놓은 서동수가 말하자
유병선은 비서실장답게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들었다.
“먼저 청와대에 연락하셔야 될 것 같은 데요.”
서동수는 머리만 끄덕였고 유병선의 말이 이어졌다.
“중국 측에도 알려줘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양국 고위층의 의견을 들으시고 평양에 가시지요.”
“그래야겠어.”
“그럼 중국행을 보류시키고 차를 돌리겠습니다.”
서동수가 다시 머리를 끄덕였고 유병선이 핸드폰을 쥐더니 이곳저곳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에 다 와가자 승용차는 속력을 줄였다.
돌아가려는 것이다.
문득 서동수는 올해가 분단 69년이 되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1945년 8월 15일부터 계산하면 그렇다.
해방일을 남북한 분단일로 계산해도 된다.
“예, 장관께서 실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으십니다.”
유병선이 청와대 비서실장실에 말하고 있다.
(422) 20장 신의주특구 <12>
오후 5시 반, 청와대 비서실장실 안에는 넷이 둘러앉았다.
비서실장 양용식과 서동수, 통일장관 윤병준과 국정원장 박기출이다.
양용식이 박기출을 참석시킨 것이다.
그것은 곧 대통령의 지시라고 보면 된다.
인사를 건성으로 나누고 나서 바로 양용식이 본론을 꺼내었다.
“김 대장이 괜히 서 장관하고 뒤늦게 인사하자고 부른 게 아닐 겁니다.”
셋을 둘러본 양용식이 말을 이었다.
“대통령께선 내일 서 장관과 김 대장의 회담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다.”
양용식은 계속 김 대장이라고 직급을 부르고 있다. 그때 국정원장 박기출이 말했다.
“내일 평양에 가시기 전에 중국 측에서도 여러 가지 조언을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들이 정보를 분석한 결과, 북한 측이 이미 한·중 양국이 신의주특구를
자치령으로 변환시키려고 한다는 정보를 받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박기출이 숨을 돌렸을 때 양용식이 말을 잇는다.
“김 대장이 서 장관께 북한 측의 결정을 말해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한·중 양국 정부가 나서기 전에 그런 식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중국 측에서 미리 북한 측에 정보를 흘려 충격을 완화시키려는 의도도 보였습니다.”
다시 박기출이 말했을 때 통일장관 윤병준이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서 장관께선 부담 갖지 마시고 김 대장의 의견을 들으시면 됩니다.”
서동수는 다시 심호흡을 했다.
한국 고위층의 호흡이 잘 맞는 것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통령과 먼저 회합을 하고 나서 자신을 만난 것이다.
“알겠습니다.
여기 오면서 들었는데 북한 측에선 보도 금지를 요청하지 않았더군요.
제가 평양에서 돌아오면 언론사에서 몰려들지 않겠습니까?”
서동수가 묻자 대답은 윤병준이 했다.
“제가 중국 정부하고 절충해서 서 장관께 말씀드리지요.”
그렇게 결정이 되었다.
서동수의 전용기가 베이징(北京)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7시가 다 되어갈 무렵이다.
중국 측의 요청으로 인천에서 곧장 베이징으로 날아온 것이다.
서동수는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헬리콥터를 타고 이화원 근처의 안가에 닿았는데
이번에도 총리 저커장과 산둥(山東)성 당서기 리정산이 맞았다.
“한국 측 의견도 다 들으셨겠지만.”
인사를 마쳤을 때 저커장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내일 김 장군이 신의주 자치령에 대해서 이야기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서동수는 잠자코 시선만 주었고 저커장의 말이 이어졌다.
“평양에 가시기 전에 우리를 만난 것도 김 장군이 알고 있을 테니
중국 측 입장을 전해 주셨으면 합니다.”
서동수는 숨을 죽였다. 중국은 적극적이다.
자치령 제안을 내놓은 것도 중국이었기 때문이다.
“신의주 자치령으로 중국은 동북 3성(省)의 동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해 주십시오.
또한 북한 정권의 안정을 바란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북한 정부도 잘 알 겁니다.”
저커장은 웃음 띤 얼굴이었지만 입술은 굳게 닫혀 있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총리님.”
“다 만족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불쑥 말한 저커장이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길게 숨을 뱉었다.
“자기의 분수를 알고 최선을 다하고 나서 운에 맡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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