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20장 신의주특구 [4]
(417) 20장 신의주특구 <7>
“어서 오십시오.”
안쪽 소파에 앉아 있던 사내가 일어나 서동수를 맞았다.
광일그룹의 기조실장인 유영수 사장이다.
지난번처럼 청와대 회동이 끝나고 늦게 약속을 한 것이다.
서동수의 손을 쥔 유영수가 정색하고 말했다.
“회장님께서 다음에 집으로 초대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오.”
그룹 회장 박재은이 미국 여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광일그룹의 영빈관 같다. 넓은 응접실은 회의하기에 좋도록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고 벽에는 대형 TV가 부착돼 있다.
저택 안은 조용하고 넓다.
응접실의 소파에 마주보고 앉았을 때 유영수가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응접실에는 둘뿐이다.
“장관님께서 자치령의 장관이 되시면 대권과 멀어지겠다고 실망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서동수는 신의주특구 자치령 계획안 복사본을 먼저 유영수에게 보냈던 것이다.
광일은 한국 제1의 재벌그룹으로 규모가 동성보다 10여 배 큰 데다가 주력 업종이
전자, 중화학 등 고부가가치 품목이다.
신의주 개발에 광일의 투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광일은 또한 동성과의 연합이
투자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상황이었다.
신의주가 자치령이 된다면 광일의 안전판은 더욱 굳어질 것이었다.
유영수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빙그레 웃고 나서 말머리를 돌렸다.
“대통령께서 곧 중국 측과 합의한 후에 북한 측에 삼자협상을 제의하신다고 했습니다.”
“북한 측이 자치령으로 내놓을까요?”
“2개국이 제의하면 합의한다는 조항이 있으니까요.”
유영수도 중국 측이 먼저 제의를 한 것임을 아는 터라 머리를 끄덕였다.
중국 측이 북한을 움직일 카드를 쥐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대안도 없이 대사(大事)를 시작할 국가는 없다.
유영수는 60대 초반으로 30년 가깝게 박재은 회장을 그림자처럼 보좌해온 최측근이다.
유영수의 말이 곧 박재은의 말이라고 할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 존재다.
소파에 상체를 세우고 앉은 유영수가 서동수를 보았다.
오늘의 만남은 유영수가 제의했다.
자치령 계획안을 받고 나서 연락이 된 것이다.
“회장님께서는 특구가 자치령이 되면 생산시설을 자치령으로 집중시키겠다고 하셨습니다.”
서동수는 숨을 삼켰고 유영수의 말이 이어졌다.
“세계에 흩어져 있는 공장도 정리될 것이고 앞으로의 생산시설은 특구로 집중되겠지요.
그럼 5년 안에 광일의 기업체에서만 50만의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광일이 그렇다면 다른 기업체들도 따를 것이 분명하다.
마치 우두머리를 따르는 양떼처럼 모일 것이었다.
유영수가 열기 띤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신의주는 홍콩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자치령이 될 것 같습니다.”
서동수는 잠자코 들었다.
광일의 정보, 분석력은 국가기관 이상이다.
적재적소에 전문인력을 고용, 우대하는 터라 낙하산
또는 관피아로 자리를 채우는 정부 기관이 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유영수는 신의주 자치령의 미래를 말해주고 있다.
“신의주에서 남북한, 중국 대륙까지 아우르는 대국(大國)이 형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경은 물론 인종과 이념까지 초월한 경제대국 말입니다.”
그러더니 유영수가 길게 숨을 뱉고 나서 서동수를 보았다.
“장관님, 신의주의 미래에 비교하면 한국의 대권 따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418) 20장 신의주특구 <8>
다음 날 아침, 서동수는 침대에 누운 채로 핸드폰을 집어 보았다.
벨소리와 함께 발신자 이름이 깜박이고 있다. ‘한수정’이다.
다음 순간 서동수는 식도가 좁혀지는 느낌을 받고는 얼굴을 펴고 웃었다.
이름만 보아도 성욕이 솟구치는 상대가 있는 것이다.
경성건설의 사주(社主) 한수정이 바로 그렇다.
서동수가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응, 웬일이야?”
“오빠, 지금 어디야?”
나긋나긋한 한수정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어느새 입안에 고여 있던 침이 삼켜졌다.
“어디긴 어디야?”
우선 이렇게 되물은 것은 서울에 비밀리에 온 이유도 있다.
그때 한수정이 다시 묻는다.
“칭다오에 있어?”
“왜? 무슨 일 있어?”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는데.”
“특구 건설 오더(order) 때문이군.”
“봐 달라는 건 아냐. 동성건설하고는 손발을 맞춰 보았으니까 같이…….”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한수정의 경성건설은 기술력이 오히려 동성건설보다 낫다.
한국의 건설기술은 세계 일류인 것이다.
침대에서 상반신을 세운 서동수가 벽시계를 보았다.
오전 7시 반이 되어가고 있었으니 중국 시간은 6시 반이다.
중국 시간을 모를 리가 없는 한수정이 아침 6시 반에 오더를 달라고 전화한 것이다.
서동수가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너, 지금 몇 신 줄 알아?”
“칭다오는 6시 반이겠네.”
“이 시간에 내가 뭐 하겠냐?”
그때 숨 들이켜는 소리가 나더니 한수정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덮여졌다.
“누구 있어?”
“지금 막 시작하려던 참이야.”
“끊지 마.”
“…….”
“나, 역삼동 숙소에 있어.”
“응?”
놀란 한수정이 외침을 뱉었다.
그러더니 목소리가 높아졌다.
“서울이야? 서울이구나. 거기, 교회 뒤쪽 2층 주택 말이지? 아유, 나, 미쳐.”
“한 시간 내로 올 수 있니?”
“삼십 분 내로 갈게.”
“세워놓고 있을 테니까 빨리 와.”
“응?”
물었던 한수정이 소리 내서 웃더니 통화를 끝냈다.
다시 침대에 상반신을 기대고 앉은 서동수가 창밖을 보았다.
햇살이 환한 7월 중순의 아침이다.
그동안 바빠서 한수정의 얼굴 본 지도 오래된 것 같다.
그러나 오랜만에 연락이 되어도 만나는 데 부담이 없다.
그것은 서로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줘야 받고 받아야 준다.
그래야 뒤가 개운한 것이다.
한수정이 이층 침실로 들어섰을 때는 45분쯤이 지난 후였다.
집이 서초동이어서 가까운 편이었지만 빨리 온 셈이다.
한수정이 아직도 침대에 앉아 있는 서동수를 보더니 활짝 웃었다.
“아직도 세우고 있는 거야?”
“볼래?”
서동수가 시트를 들치는 시늉을 했더니 다가선 한수정이 눈을 흘겼다.
“진짜야?”
“뭘?”
“지금 하고 싶어?”
“내가 침대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보면 몰라?”
“하긴 나도 젖었어.”
한 걸음 뒤로 물러선 한수정이 원피스 단추를 풀면서 웃었다.
얼굴이 붉어져 있다.
“금방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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