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20장 신의주특구 [1]
(411) 20장 신의주특구 <1>
“진윤화 씨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해.”
호텔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서동수가 유병선에게 지시했다.
유병선은 머리만 숙였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러나 서동수가 지시한 이유를 아는 터라 대책까지 준비해놓을 것이었다.
호텔방으로 들어선 서동수를 장치가 맞았다.
기운을 회복한 듯 장치는 밝은 표정이다.
“오늘 TV에 우리 사진 잘 나왔어요.”
저고리를 받아든 장치가 뒤에서 서동수의 허리를 두 팔로 감아 안았다.
“당신한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현지 TV에서 조인식을 계속해서 방영하고 있는 것이다.
장치는 TV에 나오는 제 사진을 보면 들뜬다.
몸을 돌린 서동수가 장치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얼굴을 붙여 입을 맞추자 장치는 몸을 딱 붙이더니 혀를 내밀었다.
반쯤 감긴 눈에서 눈동자가 흐려졌고 더운 숨결이 뿜어나왔다.
서동수는 장치의 말랑한 혀를 빨았다.
장치의 몸이 점점 늘어지면서 숨소리가 가빠졌다.
“장치, 나 씻고 와야겠다.”
입술을 뗀 서동수가 말하자 장치가 꿈에서 깬 것처럼 눈을 크게 떴다.
아직 벌려진 입술은 물기에 젖어 번들거렸고 눈동자의 초점은 멀다.
“같이 씻어요, 여보.”
장치가 서동수의 넥타이를 풀면서 말했다.
가운 차림의 장치는 팬티와 브래지어만 걸쳤을 것이다.
순식간에 옷을 벗어던진 서동수가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몸을 눕히고 물을 받았다.
뒤를 따라 들어선 장치도 알몸이다.
발을 뗄 때마다 젖가슴이 출렁였고 짙은 숲과 선홍빛 골짜기도 거침없이 드러난다.
욕조 안에 들어온 장치가 옆에 나란히 붙어 앉았다.
둘의 알몸 위로 뜨거운 물이 덮이기 시작했다.
서동수가 장치의 어깨를 감아 안으면서 말했다.
“난 카이로에 들렀다가 갈 테니까 당신은 곧장 베이징으로 돌아가.”
“그럴게요.”
몸을 맡긴 장치가 눈을 감은 채로 대답했다.
어느덧 장치의 사지가 뱀처럼 서동수를 휘감고 있다.
“당신의 손이 닿으면 온몸이 뜨거워져요, 여보.”
서동수의 남성을 감싸쥔 장치가 헐떡이며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서동수가 장치에게 입을 맞췄다.
“너는 점점 요부가 되어간다, 장치.”
“당신이 만들어준 거야.”
신음과 함께 장치가 말했다.
서동수의 손가락이 장치의 샘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물이 차오르면서 부력이 생긴 몸이 가볍게 엉켰다.
“여보, 그럼 언제 베이징에 오실 건가요?”
서동수가 장치의 몸을 들어 위로 올려 놓았다.
그러고는 곧장 자세를 잡았더니 신음과 함께 장치는 서동수의 목을 두 손으로 감아 안았다.
물이 넘치기 시작했으므로 서동수는 손을 뻗어 꼭지를 잠갔다.
그 사이에도 장치는 몸 위에서 열중하고 있다.
신음이 점점 높아지면서 출렁거리던 물결도 거칠어졌다.
“카이로에서 곧장 신의주로 가야 돼.”
서동수가 말했지만 장치는 들은 것 같지 않았다.
“장치, 신의주가 이제는 동북아의 경제 중심이 될거야.”
장치의 허리를 들어올렸다가 내리면서 서동수가 말했다.
장치는 이제 비명 같은 신음을 내뱉고 있다.
“내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거야. 그러니 겁날 것도 없다.”
미련이 없으니 두려움이 있을 리가 없다.
애시당초 빈손으로 시작하지 않았던가?
장치의 움직임이 격렬해졌다.
터진다.
(412) 20장 신의주특구 <2>
카이로에 머문 지 이틀 째 되는 날 오후 3시경,
기자의 쿠푸 왕 피라미드 아래쪽 돌 위에 앉아있던 서동수에게 수행비서 최성갑이 다가와 말했다.
“지금 호텔에서 출발하셨습니다.”
서동수는 잠자코 머리만 끄덕였다.
잘 어울리는 모자에 선글라스를 쓰고 셔츠 차림인 서동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다.
한 무리의 중국인과 한국인 관광객이 지나갔지만 여자 서넛이 끌린 것처럼 힐끗거렸을 뿐이다.
서동수는 카이로에서 내렸지만 장치는 전용기를 타고 곧장 베이징으로 돌아갔다.
그때 옆에 선 최성갑이 손목시계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30분쯤 걸릴 것 같습니다.”
지금 이곳으로 진윤화가 오고 있는 것이다.
다시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옆쪽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를 보았다.
유병선이 진윤화의 신상조사를 끝낸 것은 어제 오후다.
진윤화가 외국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유병선은 외국의 정보업체들을 이용해야만 했다.
“진윤화는 LA에서 살았는데 남편이 의사였습니다.
그런데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이혼하고 혼자 살게 되었습니다.”
유병선이 내민 자료는 진윤화의 인생이 순탄하지 않았던 것을 보여주었다.
결혼 5년 만에 이혼한 진윤화는 LA에서 식당 종업원 등을 하다가
부동산 거래에서 큰 돈을 벌었다.
그러나 곧 다 날리고 나서 프랑스 파리로 옮아갔는데 그것이 10년 전이다.
그곳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한국 남자를 만나 2년 동거했는데,
남자가 주벽이 심하고 의심이 많아서 결국 스페인령 라스팔마스로 떠났다.
라스팔마스에서 한식당을 했지만 실패하고 나서 4년 전에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로 간 것이다.
“역마살이 낀 인생입니다, 회장님.”
서동수가 서류를 다 읽었을 때 유병선이 말했다.
유병선답지 않은 표현이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운도 따르지 않았고요.”
“그럴까?”
정색한 서동수가 똑바로 유병선을 보았다.
“내 생각은 조금 달라.
그렇게 되는 원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그런 생각은 안 드나?”
“조사를 더 하면 원인은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결과하고 당연히 연결이 되겠지요.
원인 없는 결과는 없으니까요.”
이번에도 유병선답지 않게 말했다.
유병선은 직책에 맞게 사실과 현실을 중요시해왔던 것이다.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쁜 쪽으로만 굴러가는 인생도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의 차이야. 분명히 좋은 일도 있었을 거야.
그것을 무시했거나 받아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진윤화의 인생 조사를 놓고 서동수는 유병선과 토론까지 했던 것이다.
어쨌든 진윤화는 계속해서 악운이 겹친 인생을 살았다.
그것을 서동수는 진윤화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유병선은 원인이야 있겠지만 계속 불운이 따르는 인생도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아, 저기 오십니다.”
최성갑의 말에 서동수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앞쪽에서 이집트 법인 직원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진윤화가 다가오고 있다.
흰색 셔츠에 바지 차림의 진윤화는 멀리서 보아도 날씬한 몸매에 뛰어난 용모여서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19년 전 스물셋이었을 때보다 몸매나 용모가 더 세련되었고 농염한 분위기가 풍겨나왔다.
이제 진윤화도 서동수를 발견하고는 얼굴을 펴고 웃는다.
서동수가 손을 흔들었더니 진윤화의 얼굴이 더 환해졌다.
유병선이 진윤화를 찾아가 정중히 이집트로 초대했더니 5초쯤 망설이다가 승낙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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