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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19장 인연 [10]

오늘의 쉼터 2014. 7. 30. 23:20

<206> 19장 인연 [10]

 

 

(407) 19장 인연 <19> 

 

 

 

단정한 크림색 정장 차림의 장치는 아름다웠다.

현직 국가원수급 퍼스트레이디 중 제일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정도였다.

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는 짧은 과정에서도 장치의 행동은 품위가 배어 나왔다.

이것은 시간을 정해놓고 연습을 해서 얻어지는 모습이 아니다.

오랫동안 주위 환경에 젖어 만들어진 것이다.

서동수는 옆에서 장치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

전용기에 올라 인사를 하는 기장과 승무원들에게 장치가 웃음 띤 얼굴로 악수를 청했다.

오만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태도였으며 웃음은 진심처럼 느껴졌다.

서동수의 전용실은 앞쪽이다.

침대와 소파까지 갖춰진 전용실에 들어섰을 때 장치가 활짝 웃었다.

가지런한 이가 드러났고 눈앞에서 꽃이 펴진 것 같다.

“멋있어요. 여보.”

장치가 한국어를 했으므로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놀란 것이다.

“한국말 배웠어?”

한국어로 물었더니 장치가 웃었다.

“그것만, 지금도 배우고 있으니까 여유를 갖고 기다려요.”

이것은 중국어다.

비행기가 출발한다는 안내가 울렸다.

의자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던 장치가 커튼 사이로 보이는 침대를 눈으로 가리켰다.

“여보, 저 침대에서 자 보았어요?”

그중에서 ‘여보’만 한국어다.

“여자하고는 자 보지 못했어.”

장치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오늘은 당신하고 자 보기로 하지.”

“싫어.”

했지만 장치는 웃음 띤 얼굴이다.

활주로를 달리던 비행기가 가볍게 허공으로 솟아올랐을 때

서동수가 옆에 놓인 인터폰을 들었다.

“네, 회장님.”

 

임청의 목소리가 송화구에서 울렸다.

“나, 쉴 테니까 부를 때까지 내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해.”

중국어로 지시한 서동수가 인터폰을 내려놓았더니 장치가 물었다.

 

정색하고 있다.

“왜?”

비행기는 어느덧 고공에 오르더니 위쪽 안전벨트 사인이 꺼졌다.

그때 서동수가 안전벨트를 풀면서 장치에게 말했다.

“네 품위 있는 모습을 보고 성욕이 솟아올라 참을 수가 없었어.”

장치의 얼굴이 붉어졌다.

입술이 달싹거렸지만 말은 뱉지 못했고 눈동자도 흔들렸다.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벗어.”

“싫어.”

장치가 안전벨트는 풀었지만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서 어떻게 벗으란 말야? 싫어. 라고스에 도착해서 해.”

그러나 장치의 얼굴은 더 상기됐고 물기가 밴 두 눈은 요염하게 반짝였다.

다가간 서동수가 장치의 팔을 끌어 일으켰다.

따라 일어선 장치가 서동수의 허리를 두 팔로 감아 안으면서 말했다.

“급해? 그럼 내가 입으로 해줄까?”

서동수의 심장 박동이 격렬해졌다.

그때 장치가 손을 뻗어 서동수의 다리 사이를 움켜쥐었다.

“성났네.”

장치의 목소리가 떨렸고 뜨거운 숨결이 서동수의 턱에 닿았다.

서동수가 장치의 이마에 입술을 붙이고는 허리를 감아 안았다.

그러자 장치가 가쁜 숨을 뱉으며 말했다.

“그럼 팬티만 벗고 하면 되겠다.”

장치가 몸을 떼더니 선 채로 스커트 밑의 팬티를 끌어 내렸다.

눈동자의 초점이 멀다.

“여보, 빨리 해야 돼.”

 

 

 

(408) 19장 인연 <20> 

 

 

 

라고스에서 계약을 마쳤을 때는 사흘 후다.

나이지리아 대통령까지 참석한 계약 조인식 현황은 한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로 방영되었다.

공사 수주처 대표인 서동수와 부인 역할의 장치가 함께 세계 매스컴에 등장한 것이다.

조인식이 끝난 날 저녁, 지난 사흘간은 나이지리아 정부 요인,

중국에서 온 고위층들과 연거푸 오찬, 만찬으로 접대해온 터라 서동수와 장치는 지쳤다.

그래서 사흘째 되는 날 저녁에는 장치가 쉬겠다면서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한국 식당 없나?”

응접실에 남은 서동수가 비서실장 유병선에게 물었다.

오후 5시 반, 이제 내일 오전에 라고스를 떠날 예정이다.

서동수가 지친 듯 소파에 몸을 기대앉으면서 말했다.

“역시 한국 사람한테는 한식이 보약이야.

김치나 된장찌개, 얼큰한 육개장을 먹으면 기운이 날 텐데.”

마침 장치도 저녁을 룸서비스로 시켜먹으며 쉬겠다고 한 것이다.

그때 유병선이 대답했다.

“제가 한식당 예약해 놓겠습니다.”

아프리카를 막론하고 세계 각 도시에 한식당이 없는 곳이 없다.

하다못해 현지인이 한식을 배워 한식당을 열만큼 되어있다.

그래서 오후 7시가 되었을 때 서동수는 유병선과 수행비서 최성갑만을 대동하고

시내의 한식당 ‘서울’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40대쯤의 여사장과 지배인, 현지인 종업원들이

서동수를 맞았는데 식당은 깨끗했다.

홀에는 드문드문 손님이 있었지만 모두 현지인이다.

여사장은 서동수 일행을 안쪽의 방으로 안내했다.

“곧 식사를 올리겠습니다.”

원탁에 자리 잡고 앉았을 때 여사장이 서동수에게 말했다.

웃음 띤 얼굴이 귀여웠고 날씬한 체격이다.

서동수가 여사장의 시선을 잡고 말했다.

“미인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전에 어디서 만난 사람 같단 말입니다.

미인 기준이 평준화되어서 그런가 봐.”

“어머, 그런가요?”

여사장이 이를 드러내고 더 활짝 웃었다.

“저를 미인으로 쳐주시는 건가요?”

“그럼 아닙니까?”

“서 회장님한테 그런 칭찬까지 받고 영광입니다.”

여사장이 말대답을 따곡따곡 했는데 더 낯이 익은 것 같다.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허리를 굽혀 보인 여사장이 몸을 돌리자 날씬한 종아리가 드러났다.

뒤태는 20대 같다.

여사장이 나갔을 때 서동수가 시치미를 떼고 있는 유병선에게 물었다.

“저 여자 남편은 출장 갔나?”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유병선이 정색하고 말했으므로 서동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만둬. 이 사람아.”

“제가 예약을 했더니 깜짝 놀라더군요.”

“…….”

방송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낯이 익어.”

머리를 기울이면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미인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어디서 전에 본 것 같아.”

“그럼 제가….”

“아, 됐어. 그만두라구.”

손까지 들어 보인 서동수가 말렸을 때 종업원과 함께 여사장이 다시 들어섰다.

손에 반찬이 담긴 쟁반을 들고 있다.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쟁반을 내려놓은 여사장이 머리를 들었을 때다.

서동수가 눈을 크게 떴다.

“혹시 진윤화 씨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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