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 19장 인연 [3]
(393) 19장 인연 <5>
“유 실장 생각을 듣고 싶어. 장치 씨와의 결합을 어떻게 생각하나?” 정상적으로는 결혼이라고 했어야 된다. 그때 유병선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의식을 굳히게 될 것입니다.”
장치의 목소리가 울렸을 때 긴장으로 굳어졌던 서동수의 어깨가 스르르 내려갔다.
“나, 지금 서울에 있는데요.”
서동수가 소파에 등을 붙였다.
“어머. 그러세요?”
장치의 낭랑한 중국어는 마치 영롱한 방울소리 같다.
“이 시간에 웬일? 갑자기 내 생각이 난 건가요?”
“맞아요. 보고 싶어서.”
핸드폰을 고쳐쥔 서동수가 물었다.
“지금 어딥니까?”
“베이징.”
“내일 바쁩니까?”
“아뇨. 내일은 수업이 없는데.”
그래놓고 장치가 물었다.
“왜요?”
“그럼 여기로 오시죠. 여기서 나하고 만납시다.”
장치는 입을 다물었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서울을 떠나 고속도로를 달려 바닷가로 가보든지. 둘이서 말입니다.”
“…….”
“물론 장치 씨가 괜찮다면 바닷가에서 일박을 해도 좋고.”
“…….”
“둘이 술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합시다. 그럼 서로를 더 잘 알게 될 테니까.”
“갈게요.”
장치가 맑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첫 비행기로 갈게요.”
서동수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가 뱉었다.
“내일 오전에 장치 씨가 올 거야.”
서동수가 말하자 유병선이 긴장한 표정으로 시선만 주었다.
“같이 동해안에 가기로 했으니까 준비해 놓도록. 강릉 근처에서 일박할 거야.”
“알겠습니다.”
유병선이 대답부터 해놓고 물었다.
“차로 가십니까?”
“내가 운전할 테니까.”
비행기에 탑승하면 바로 눈에 띌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서동수를 모르는 성인은 없다고 봐야 한다.
결합이라고 표현한 것은 의도적이다.
“한·중 결합의 의미가 되겠습니다.”
서동수가 먼저 꺼낸 때문인지 유병선은 자연스럽게 결합이라고 했다.
“중국인과 한국인들에게 동성이 명실상부한 한·중 합작기업이라는
말을 멈춘 유병선이 심호흡을 했다.
“서로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것입니다. 회장님.”
(394) 19장 인연 <6>
밤 11시 반이다.
명동의 중국대사관 별관에서 주한 중국대사관 참사관 후방춘(胡邦春)과
문화담당 영사 저우린(周林)이 술을 마시고 있다.
술은 한국산 소주, 안주는 새우깡이다.
후방춘은 조선에서 가까운 지린(吉林) 출신인데다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 터라
조선 문제에 해박했고 저우린은 김일성대에 유학을 다녀온 후에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근무를 한 한국통이다.
술잔을 든 저우린이 술기운으로 붉어진 얼굴을 들고 후방춘을 보았다.
“참사관님, 한국에서 서동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만 나가면 서동수가 대권을 쥐게 될 겁니다.”
저우린은 정보책임자다.
그가 모은 정보는 미 중앙정보국인 CIA나 일본첩보기관보다
질과 양적인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알려졌다.
저우린이 말을 이었다.
“오늘 서동수가 청와대에 들렀을 때 차기 대권 문제도 상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총리, 당 대표까지 모였으니까요.”
한 모금에 술을 삼킨 저우린이 새우깡을 들고 말했다.
“한국당이 정권을 연장하려면 서동수를 잡는 것이 필승의 카드를 쥐는 겁니다.”
새우깡을 씹고 난 저우린이 말을 이었다.
“놓칠 수가 없지요. 정권이 바뀌면 망하는 판이니까요.”
“…….”
“중국에 비하면 손바닥 만한 땅에서 서로 원수처럼 싸우는 것을 보면 가관입니다.
반면교사라고 그 꼴을 볼 때마다 우리 중화인민공화국 체제의 우월성을 느끼지요.”
“…….”
“신의주특구에 대해서 남북 양쪽이 제각기 동상이몽을 하고 있겠지만
결국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 두 마리일 뿐입니다.”
그러고는 이를 보이며 소리없이 웃었다.
저우린은 서동수의 호텔방에서 광일그룹 박재은 회장이 나온 것까지 보고한 것이다.
후방춘은 55세로 46세인 저우린보다 세상 물정을 많이 겪었다.
정보원은 눈 앞의 정보에만 집중하면 된다. 대국(大局)을 읽을 필요는 없다.
따라서 후방춘은 저우린과 함께 있을 때는 주로 듣는 편이었다.
그때 저우린이 다시 말했다.
“참사관님, 우습지 않습니까? 서동수 같은 잡놈이 뜨고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그때 후방춘이 머리를 들었다. 얼굴에 옅게 웃음이 덮여져 있다.
“그것이 한국의 장점이지. 두려운 점이기도 하고.”
눈썹을 모은 저우린이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후방춘은 잠자코 소주를 삼켰다.
그렇다. 중국 정부는 ‘동성’ 이름으로 신의주 경제특구에 중국과 한국의 투자를 유치하여
3국 간의 경제협력을 극대화시키며 동북아의 평화 기반을 조성한다.
이것이 아시아의 대국(大國)인 중국의 의도이다. 후방춘은 저우린을 보았다.
“조선성(朝鮮省) 이야기는 들었지?”
저우린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지린성은 물론 동북 3성인 헤이룽장(黑龍江)성, 랴오닝(遼寧)성 주민들에게 진즉부터 퍼진 소문이다.
북조선이 곧 동북 4성 중의 하나로 편입될 것이라는 것이다. 후방춘이 말을 이었다.
“서동수는 물론 남북한 당국자들이 모두 앞을 내다보고 있다고 봐야 돼.
이 기회에 북조선을 조선성으로 편입시킬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심호흡을 한 후방춘이 들고만 있던 새우깡을 던졌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남북한이 모두 중국 연방이 될 수도 있지.”
그러고는 이제 이를 드러내고 소리없이 웃었다.
“그런 꿈을 꾸는 사람도 있어.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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