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 19장 인연 [2]
(391) 19장 인연 <3>
오후 6시 반, 저녁식사 시간이었지만 대통령은 ‘밥’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더구나 장소는 청와대 집무실이다.
소파에 둘러앉은 면면은 대통령 한대성과 국무총리 조수만, 한국당 대표 임종규와
청와대 비서실장 양용식이다.
그야말로 당·정·청의 수뇌들이 다 모여 있었으므로 서동수는 긴장했다.
군더더기가 끼어 있지 않는 실세들이다. 이들이 ‘한국호’를 운전하고 있는 것이다.
인사를 마치고 얼굴에 띤 웃음이 지워졌을 때 대통령이 바로 본론을 꺼냈다.
“야당도 전폭적으로 호응할 테니까
신의주 경제특구는 한국이 총력을 기울여 돕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서동수는 숨을 죽였고 대통령의 말이 이어졌다.
“특구에 투자하려는 한국 기업이 많아요. 신의주특구는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그렇다. 한국 기업은 중국계 ‘동성’과 컨소시엄을 형성한 상태로 진출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안전판이 만들어진 터라 이제 한국 기업들의 투자는 거침없이 추진되고 있다.
오히려 ‘동성’ 측에서 선별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서동수를 보았다. 정색한 얼굴이다.
“서 회장님, 상황이 이렇게 발전될지 나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서동수는 그냥 웃음만 띠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기에는 너무 엄숙한 분위기다.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
“중국 측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서 회장님을 믿고 있습니다.
그것뿐입니다.”
서동수는 소리 죽여 숨을 뱉는다.
이 시점에서 중국의 계획을 분석한답시고 자료를 읽으면서 토론을 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우습다.
구의원 선거에도 수많은 변수가 등장하는 법이다.
신의주특구의 미래에 대해서는 대국(大局)만 보면 된다.
사소한 수(數)에 좌지우지하지 말고 멀리, 그것이 서동수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의 의중도 비슷한 것 같다. 믿을 뿐이라니,
과연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말을 멈췄을 때 이번에는 조수만이 나섰다.
“정부는 전 행정력을 동원해서 신의주특구 발전을 지원할 겁니다.”
3선 의원 출신의 조수만은 청문회 때 위장전입 문제로 야당 의원과 대판 싸운 전력이 있다.
자료를 흔들며 따지는 야당 의원을 향해 ‘넌 뭐가 떳떳하다고 지랄이냐!’고 소리친 것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변덕이 죽 끓는 것 같은 여론이 조수만을 폭발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그만큼 다혈질이고 솔직한 성품의 조수만이다.
조수만이 말을 이었다.
“물론 중국 정부와 긴밀한 협조 체제를 형성해야겠지요. 그런데….”
말을 멈춘 조수만의 뒷말을 서동수가 이었다.
“행정청 부장관에 한국 측 인사를 기용할 것입니다.
그것은 제 권한이니까 한국 정부에서 추천해 주시지요.”
“알겠습니다. 바로 맥을 짚으시는군요.”
조수만의 얼굴이 금방 환해졌다.
50대 후반이지만 웃는 얼굴이 동안이다.
그때 한국당 대표 임종규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난 서 회장님을 한국당 차기 대선후보로 모시겠다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안 되겠네요.”
그러자 비서실장 양용식이 혀를 찼다.
“저 봐, 저 양반은 저런 식으로 할 소리는 다한다니까. 정치인은 왜 저러는지 몰라.”
임종규가 바로 말을 받는다.
“그저 한국 사람들은 여의도만 벗어나면 정치인 욕을 해쌓지.
하지만 한번 정치인은 죽을 때까지 정치인이야.”
분위기가 좋아서 서동수는 활짝 웃었다.
(392) 19장 인연 <4>
방으로 들어선 박재은 회장이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또렷한 목소리, 75세, 백발이었지만 얼굴은 생기를 띠었고 허리도 곧다.
손을 내민 박재은이 말을 이었다.
“늦은 시간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늦게 도착해서요.”
서동수가 두 손으로 박재은의 손을 쥐었다.
박재은이 누구인가? 한국 제1의 재벌그룹 회장, 한국 경제의 리더,
연매출이 한국 총생산량의 20퍼센트를 차지하며 고용인원이 30만 명인 광일그룹의 사주다.
서동수는 박재은과 악수를 할 기회가 오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10년 전만 해도 동양전자의 팀장으로 동양전자 사장하고도 악수를 못해 본 서동수다.
순간이었지만 온갖 감회가 밀려오는 바람에 박재은과 동행한 광일그룹 기조실장 겸 사장인
유영수하고는 악수를 건성으로 나누었다.
잠시 후에 셋은 소파에 삼각으로 앉는다.
박재은을 상석으로 모시고 서동수와 유영수가 마주 보는 위치다.
오늘은 박재은의 요청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 회동이 끝난 후에 약속을 잡아 오후 9시가 되었다.
이곳은 시청 앞의 킹덤호텔 특실이어서 회의실과 응접실까지 딸려 있다.
응접실 안에 잠깐 정적이 덮여졌다가 박재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신의주특구 위치가 좋습니다. 면적도 그만하면 넉넉하고.”
박재은이 지그시 서동수를 보았다.
“특구 인력 공급은 어떻게 됩니까?”
“1년 안에 20만, 2년 안에 100만, 3년 안에 200만까지 합의했습니다.”
놀란 듯 박재은이 시선을 주었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것은 노동자 숫자입니다.
2차 연도부터는 가족까지 영입할 계획이니까 그 숫자를 조정해야 됩니다.”
“북한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박재은이 묻자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중국 측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적극적입니다.”
“…….”
“저는 지금까지 북한 측과 직접 협의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정부를 대리인으로 내세웠지요.”
“그렇군요.”
박재은의 시선이 유영수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자 유영수가 입을 열었다.
“광일그룹에서는 적극적으로 신의주특구 개발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제가 추진위원장에 임명되었습니다.”
서동수는 심호흡을 했다.
광일그룹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국내 기업들은 제방이 터진 듯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유영수의 말이 이어졌다.
“회장님께서는 신의주특구 개발이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하셨습니다.
오늘은 그 말씀을 드리려고 직접 오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동수가 앉은 채로 박재은을 향해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그때 박재은이 말했다.
어느덧 얼굴이 굳어져 있다.
“세상이 빨리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 회장께서도 그렇게 느끼셨을 겁니다.”
박재은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요즘 서 회장께서는 계속해서 관심의 초점이 되고 계시는데
그 과정이 전혀 작위적인 것 같지가 않습니다.”
갑자기 박재은이 빙그레 웃었으므로 서동수는 숨을 죽였다.
박재은이 한마디씩 분명하게 말을 이었다.
“사업도 운이 따르지요. 다 같은 조건이라면 운이 강한 사람이 이깁니다. 서 회장님은 운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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