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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18장 꿈꾸는 세상 [10]

오늘의 쉼터 2014. 7. 29. 16:24

<196> 18장 꿈꾸는 세상 [10]

 

 

(387) 18장 꿈꾸는 세상 <19> 

 

 

 

“어떤 소문을 들었길래 그래요?”

서동수가 묻자 장치가 다시 웃었다.

 

웃음도 여러 가지여서 어떤 이는 숨이 넘어가는 꺽꺽 소리를 내지만

 

장치한테서는 맑고 분명한 소리가 난다.

 

장치가 웃음을 그치고 말했다.

“미얀마 법인장의 인터뷰를 들었거든요.”

“그렇군.”

“그건 빙산의 일각이겠죠, 그렇죠?”

아마도.”

결혼해도 그 습성이 바뀌기는 힘들겠지요?”

그 순간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핵심을 찔린 것이다.

 

그러나 대답은 했다.

“노력은 해야겠죠.”

그것으로 부족한 것 같아서 덧붙였다.

“믿음을 배신하지는 않을 겁니다.”

전화상으로 말하는 게 편해서 말해 버리겠는데요.”

웃음 띤 목소리로 장치가 말을 이었다.

“내 전 남편 이야기 들으셨죠?”

“대충은 압니다.”

하지만 내막은 모른다.

 

장치의 전 남편 우더(吳德) 또한 명문가 출신의 장래가 촉망되는 외교부 관리였는데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장치가 말을 이었다.

“그 남자, 숨겨둔 여자가 있었죠. 나하고 5년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줄곧 이중생활을 했어요.”

“…….”

“난 결혼 직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5년 동안 서로 공생(共生)한 거죠.

 

전 남편도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서동수가 다시 소리 죽여 숨을 뱉었을 때 장치가 물었다.

“그런 적 있어요?”

“뭐 말입니까?”

“선물을 실수로 바꿔준 경우.”

“……”

 “그 여자 이름메이였는데 나한테 선물로 맞춰 왔다고 가져온 반지 안에

 

사랑하는 메이에게’, 그렇게 써 있었죠.”

“…….”

“물론 메이한테는 ‘사랑하는 장치에게’라고 박힌 반지를 줬겠죠.”

“…….”

“참, 서 회장님, 섹스 잘해요?”

불끈 눈에 열이 오른 서동수가 어금니만 물었을 때 장치가 말을 이었다.

“그 남자는 넣고 3분이었죠. 가장 길었던 것이 5분쯤 되었는데

 

그거 하는 도중에 전화를 받다가 그렇게 되었어요.”

숨을 들이켠 서동수의 콧구멍이 벌름거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감동적이다.

 

이런 순간이야말로 감동적이라고 표현해야 맞다.

 

서동수는 빨려들었고 장치의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답답해서 메이한테 묻고 싶었죠.

 

너도 3분이냐? 하고, 그러다가 죽는 바람에 그럴 기회도 놓쳤지만….”

“난 30분은 합니다.”

마침내 참지 못하고 서동수가 터뜨렸다.

 

이럴 때는 공자님이라도 억제하지 못할 것이다.

 

눈이 뜨거워진 채로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그건 보통이고 신경 좀 쓰면 한 시간도 됩니다. 전화 같은 건 받을 필요도 없고요.”

이게 무슨 꼴인가?

 

잠깐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났지만 서동수는 진지했다.

 

장치도 마찬가지인 모양으로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그, 레이라고 했던가요? 미얀마 법인장 말이죠. 그분도 그렇게 말했겠죠.”

다시 서동수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장치는 레이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이해심이 많다니.

 

 

 

 

(388) 18장 꿈꾸는 세상 <20> 

 

 

 

다음 날 오전 10시에 동성 본사의 회의실에서 최고경영자 회의가 개최되었다.

 

동성은 전 세계에 26개의 현지법인과 6개의 그룹 산하에 272개의 사업장이 있는 거대 기업이다.

 

오늘 회의에는 6개 그룹 대표와 각 구역의 대표 법인장들이 참석한 것인데 한 명이 더 늘어났다.

 

그것은 중국 현지법인장이었던 왕창궈(王長國)가 신설된 신의주 그룹장으로 옮아갔기 때문이다.

 

왕창궈는 신의주의 동성사업장을 총괄한다.

 

행정장관 서동수는 특구 전체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섬유는 다음 달부터 생산을 시작할 것이고 전자는 3개월 후에 시설 공사가 끝날 예정입니다.”

왕창궈가 보고했다.

 

이미 왕창궈는 동성을 대표하여 북한 당국과 합의를 했다.

 

중국 정부가 동성의 공식 후원사였으므로 합의는 일사불란하게 진행된 것이다.

왕창궈가 말을 이었다.

“호텔과 카지노는 내년 상반기에 오픈할 예정입니다.”

1차로 특구에 호텔 2곳과 카지노 3개를 개설할 예정인 것이다.

 

신의주 특구는 개성공단과 달리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동수가 행정장관에 임명되었다고는 해도 아직 북한 당국자를 만나지도 않았다.

 

왕창궈가 대표로 모두 만난 것이다.

 

그것은 중국 측이 왕창궈를 내세워 형식적이고 비현실적인 과정을 모두 생략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 측도 호응했으므로 개성공단에서 1년 걸렸던 과정이 한 달도 안 되어서 끝난다.

 

 의자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지그시 왕창궈를 보았다.

 

왕창궈는 50세로 공산당원이며 관리 출신의 전문경영인이다.

“왕 대표, 특구의 행정청 개소식 때 내가 갈거요.”

서동수가 말하자 왕창궈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이번에도 안 오실 줄 알고 걱정했습니다.

 

장관께서 오신다면 북한 측에서도 여러분이 오실 겁니다.”

 

“그 사람들, 내가 안 오기를 바랐는지도 몰라.

 

그러고는 왕 대표를 특구 장관 대접을 하면서 지내고 싶었을 거야.”

“그럴 리가요.”

왕창궈가 펄쩍 뛰는 표정을 지었지만 서동수의 시선을 받더니 곧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인 것이다.

 

서동수가 특구 장관직을 원하지도 않았지만 먼저 연락해온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왕창궈를 앞세우고 일을 처리했기 때문에 특구 장관 서동수의 존재는 잊혔는지도 모른다.

“신의주 특구를 상하이처럼 만들겠어.”

불쑥 서동수가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모아졌다.

 

그중에는 동남아지역 법인장 대표로 참석한 레이의 얼굴도 보였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5년 안에 신의주 특구의 인구를 500만, 특구 주민의 소득을 2만 달러로 만드는 것이 내 꿈이오.”

그러고는 서동수의 시선이 대표들을 훑고 지나갔다.

“내가 만들지는 않았지만 주변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어요.

 

나도 최선을 다할 테니 여러분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일 먼저 대답한 대표가 서울 본사의 박한재다.

 

엉겁결에 한국어로 말했던 박한재가 다시 영어로 되풀이하고는 상기된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파이팅.”

제각기 한마디씩 대표들이 내뱉는 바람에 회의장 분위기가 밝아졌다.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그렇다. 이 세상은 꿈꾸는 자들의 몫이다.

 

그래야 세상이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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