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여자

62. 강한여자 (4)

오늘의 쉼터 2014. 7. 30. 11:43

62. 강한여자 (4)

 

 

 

 

 

다음 날 오전 11시, 시티호텔의 라운지로 이윤경이 들어섰다.

창가쪽에 앉아있는 강한을 보더니 이윤경은 활짝 웃었다.

"작업 있어요?"

앞 자리에 앉은 이윤경이 불쑥 그렇게 물었으므로 강한은 입맛을 다셨다.

"인마, 돈이 또 필요해?"

지난번에 85억원에서 30%를 떼어 주었으니 25억원이 넘는 거금을 챙긴 이윤경이다.

강한의 시선을 받은 이윤경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돈 많은 사람들이 돈 욕심을 더 내는 이유를 알 것 같더라구요."

"어이구."

다시 입맛을 다신 강한이 이윤경의 위아래를 훑어보는 시늉을 했다.

이윤경은 며칠 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강한은 여자 옷에 대해선 문외한이라 명품인지 아닌지 구분은 못한다.

하지만 훨씬 세련돼졌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냥 봐도 옷은 최고급으로 보였으며, 헤어스타일까지 달라졌다.

"돈은 그런데 쓰려고 번 거야?"

강한이 위아래를 훑어보며 묻자 이윤경은 거침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고급 옷, 액세서리를 사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모를 거예요, 오빠는."

"그렇게 치장하는데 얼마나 들었는데?"

"몇 천만원 안돼요."

"몇 천만원?"

놀란 강한이 눈을 치켜떴다가 곧 길게 숨을 뱉었다.

그러나 이윤경을 나무라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자기 돈 쓰는 건 자유다.

지금까지 못 입고 못 먹고 살았기 때문에 한풀이를 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것이 보통 인간들의 심성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잠깐 가엾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윽고 머리를 든 강한이 이윤경을 보았다.

"네가 할 일이 있어서 불렀어."

이윤경이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강한을 보았다.

생기 가득한 얼굴이었다.

강한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하는 짓 오래 못 간다.

세상이 우리 생각처럼 녹록하지 않단 말이야.

그러니까 방법을 바꿔야 해."

"어떻게?"

금방 진지해진 이윤경이 정색했다.

그때 마침 다가온 종업원에게 커피를 시키고 나서 강한이 이윤경을 보았다.

"내가 충청도에 실버타운을 만들고 있어.

이미 허가도 받았고 건물 공사 중인데 너도 그 사업에 참여해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어리둥절한 표정이 된 이윤경이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실버타운이 뭔데요?"

"복지시설인데 노인, 고아, 장애인을 위한 대형 타운이야.

유료 시설도 있고 무료 시설도 있어."

그래도 아리송한 표정인 이윤경을 향해 강한이 웃어 보였다.

"네가 타운 안에 대형 마켓이라도 지어 놓으면 장사가 잘 될거다.

내가 허가를 내주지."

"마켓?"

"가면서 설명해주지.

마켓 뿐만 아니라 외지 손님을 위한 호텔도 있고 사우나, 유흥 시설까지 있어."

그러면서 강한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아마 나한테 좋은 자리를 달라고 사정하게 될걸?"

"도대체 얼마나 투자했는데요?"

이윤경이 아직도 펴지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난데없었기 때문이다.

"그 실버타운이란 데 말이에요."

"1천2백억 정도."

"응? 1천2백억?"

놀란 이윤경이 눈을 크게 떴다.

"정말?"

"가보면 알아."

"빨리 가봐, 오빠."

아직 주문한 차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윤경이 서둘렀다.

실버타운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었고 이제는 같이 일할 사람을 찾아야 할 시점이 됐다.

이윤경에게는 이것이 삶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또 있다.

지금까지 작업으로 연결된 사람들도 다 끌어들인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어렵다지 않은가?

 

 

 

그 다음날 오전에는 충청도의 실버타운 공사현장으로 정현수가 찾아왔다.

정현수가 탄 은색 벤츠600이 공사현장 사무실 앞에서 멈추자 모든 사내들의 시선이 모였다.

정현수는 기다리고 있던 강한의 안내를 받아 귀빈실로 들어갔다.

40대 초반이지만 정장 차림에 옅게 화장을 한 정현수는 10년은 더 젊어보였고 아름다웠다.

강한과 나란히 앉아있는 것도 어울렸다.

현장소장의 브리핑을 받고난 정현수는 강한이 운전하는 차의 옆자리에 올라 현장을 둘러보았다.

"놀라워."

둘이 되었을 때 정현수가 손을 뻗더니 강한의 빈 손을 쥐면서 말했다.

"자기가 이런 사업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정현수는 몸을 섞고 나서는 강한을 자기라고 불렀는데 자연스러웠다.

현장은 넓었다.

아파트동을 지나 백화점 건설현장 옆에 섰을 때 정현수가 물었다.

"저 백화점은 누가 관리해?"

"누군 누구야? 재단에서 하지."

"재단 이사장은 자기지?"

"그거야 당연히…."

"투입된 자금이 1천2백억이라고 했지?"

"1천250억."

"그 돈 다 어디서 난거야?"

"누님도 보태줬잖아?"

"그럼 다 그렇게 해서…."

정현수가 말을 그쳤으므로 강한이 머리를 돌려 시선을 주었다.

"다, 그렇게 하다니? 무슨 말이야?"

"아냐, 아무 것도…."

"다 여자 등쳐서 만든 돈이냐구?"

그러자 정현수의 눈밑이 조금 붉어진 것처럼 보였다.

시선을 준 채 강한이 말을 이었다.

"대충은 맞아. 빼앗거나 등친 돈이야. 하지만 정직하고 열심히 산 사람은 건드리지 않았어."

그리고는 강한이 빙그레 웃었다.

"누님은 특별한 경우지. 나한테 도움을 요청했으니까."

"나도 끼워줘."

불쑥 정현수가 말했으므로 강한은 보기만 했다.

앞을 향한 채 정현수가 말을 이었다.

"나도 이렇게 살기 싫어."

"그럼 투자해. 재단 이사로 지분을 낸 만큼 줄테니까."

"나하고 같이 살자."

정현수가 앞쪽을 향한 채 낮게 말했다.

"여기서 같이, 노인하고 장애인 돌보면서 말이야."

"그래, 같이 살자."

강한이 가볍게 대답했을 때 정현수가 심호흡을 했다.

"바보야, 나하고 결혼해서 살잔 말이야."

"결혼?"

놀란 듯 강한이 머리를 돌렸지만 정현수는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누님, 지금 진심으로 말한 거야?"

"그래."

앞쪽을 향한 채 정현수가 또렷하게 대답했다.

"내 나이 지금 마흔넷이야."

"마흔인줄 알았는데."

"장난치지마."

눈을 치켜뜬 정현수가 주먹으로 강한의 어깨를 세게 쳤다.

"넌 서른이고, 내가 인감 떼어봤어."

"인감까지."

"여기 오기 전에 실버타운 조사도 다 했고. 내가 보통 여자인줄 알아?"

"잘났다. 그래서 약먹고 그런 사진이나 찍혔구나."

"시끄러!"

꽥 소리친 정현수의 눈에서 마침내 눈물이 몇방울 떨어졌다.

정현수가 강한을 노려본 채 물었다.

"자기야, 어쩔래? 내 재산도 다 투자할 테니까 같이 여기서 살자."

"내가 손해인 것 같은데. 누님은 곧 폐경기가 될 것 아냐?"

했다가 강한이 팔을 뻗쳐 정현수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정현수가 입을 벌렸다가 도로 닫았고 강한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 누님. 우리 같이 살아."

 

 

 

 

장미한테서 전화가 온 것은 미국으로 떠난 지 한달쯤 지난 후였다.

강한은 실버타운 공사 현장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장미의 목소리는 밝았다.

"여긴 밤이야. 거긴 오후 두시쯤 됐겠다. 그렇지?"

장미가 물었으므로 강한은 손목시계를 보려다가 말았다.

"잘 있는가 보구나."

하고 인사로 대신했을 때 장미가 웃음 띤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잘 있어. 한국 소식도 실시간으로 듣고."

"그럼 내가 말 안해도 다 알겠네."

강한이 천천히 어깨를 늘어뜨렸다.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미가 유진홍과 함께 한국을 떠난 지 열흘쯤 지난 후 사건이 터졌다.

유진홍의 벤처회사 주가는 대폭락해서 휴지 조각이 됐고 수천명의 투자자가 이른바 쪽박을 찼다. 언론에서는 피해액이 수천억이라고 떠들었고 유진홍의 사진과 실명이 TV 화면과 신문지상에

도배를 하다시피했다.

유진홍의 계획적인 주가 조작과 해외 도피는 여론의 공분을 일으켰고 마침내 정부는 미국 정부에 협조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유진홍의 인도를 요청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의 사건 현황이다.

그동안 강한은 걱정되긴 했지만 장미의 연락처도 모르는 터라 기다리고만 있었다.

그때 장미가 말을 이었다.

 

"여긴 뉴욕이야."

"뭐? LA가 아니고?"

 

놀란 강한이 묻자 장미는 큭큭 웃었다.

 

"거기서 도망나왔어."

 

"……."

 

"여기서 다시 마이애미로 갈 거야."

 

"그럼 어머니하고 선이는?"

 

"LA에 있지."

 

장미가 당연한 일을 묻는다는 것처럼 말했다.

 

"어머니하고 선이는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으니까 좋은 집 사서 걱정없이 살아.

 

돈도 충분히 드렸으니까."

 

"그럼 넌?"

 

"따라 다녀야지."

 

"……."

 

"의리상."

 

그러더니 장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여긴 밤 12시야."

 

"그래서?"

 

"그 사람은 술 마시고 자."

 

다시 잠자코 있는 강한의 귀에 장미의 목소리가 울렸다.

 

"내가 인생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

 

"……."

 

"그 사람도 그런 것 같아. 사건이 오픈된 지 20일밖에 안됐는데도 많이 지쳤어.

 아까는 술 마시고 울었어."

 

"……."

 

"도망다니고는 있지만 꼭 누가 우리를 쫓는 건 아냐.

그냥 불안해서 한군데 가만 있지 못하는 거야."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야?"

 

마침내 강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던 양민정이 눈을 크게 뜨더니 다시 밖으로 나갔다.

 

"말해, 네가 뭐든 결심하면 도와줄 테니까."

 

강한이 말했다.

"돌아오고 싶어?"

 

그러자 장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가 걱정할까봐 이야기 해주는 거야. 돌아가진 않아.

이 사람하고 끝까지 같이 있을거야. 끝까지."

 

끝까지를 반복했으므로 강한의 이맛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조심해, 장미."

 

어쩔 수 없이 그렇게만 말했을 때 장미의 목소리가 다시 밝아졌다.

 

"내 운명이 그런가 봐."

 

"네가 선택한 거야. 운명 핑계대지마."

 

"나로선 이게 최선이었어."

 

그러더니 장미가 생각난 듯 말했다.

 

"너하고 같이 있을 때가 내 인생의 황금기였던 것 같아."

 

장미의 목소리가 또 금방 낮아졌다.

 

"특히 너하고의 밤이 가장 좋았어."

 

 

"누구예요?"

양민정이 문득 물었으므로 강한이 머리를 들었다.

이쪽을 바라보는 양민정의 눈이 가라앉아 있었다.

차 안인데다 건물의 그늘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구 말이야?"

 

강한도 어중간하게 되묻자 양민정이 눈썹을 찡그렸지만 입술로는 웃었다.

 

양민정은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깝게 보면 볼의 솜털도 드러나 있을 때가 있다.

 

강한의 시선을 받은 양민정이 말했다.

 

"아까 사무실에서 전화하셨던 사람."

 

장미를 말하는 것이다. 양민정은 통화하는 강한을 보고나서 사무실을 도로 나갔다.

 

시선을 돌린 강한이 의자에 등을 붙이고는 길게 숨을 뱉었다.

 

오후 7시 20분. 공사 현장은 이제 텅 비었다.

 

강한도 양민정을 태우고 서울로 퇴근하려다가 빈 현장을 돌아보는 중이었다.

 

"여자야."

 

"여자인지는 알아요. 그런데 누구?"

 

하고 양민정이 묻더니 어깨를 움츠리고는 팔짱을 꼈다.

 

"내가 이렇게 물을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알죠.

하지만 속으로만 삼키고 있다면 내가 너무 불쌍해질 것 같아서요."

 

"얼씨구."

 

앞쪽을 향한 채 강한이 코웃음을 쳤다.

 

"엄청 불쌍하구나. 할 말은 다 하면서 앞뒤로 말은 그럴듯하네."

 

그러자 양민정이 눈을 크게 떴다가 곧 피식 웃었다.

 

"진심이란 말예요."

 

"누가 뭐래?"

 

"언제 내가 질투한 적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오빠가 집에 와 주는 것만으로 만족했죠."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그래서 양민정은 이곳 충청도 현장에 차도 안가지고 내려와서는 강한의 차로 상경하는 것이다.

 

둘은 곧장 양민정의 아파트로 갈 작정이었다.

 

"미국으로 떠난 여자야."

 

불쑥 말한 강한이 머리를 돌려 양민정을 보았다.

 

"돈 많은 남자한테 떠났지. 그런데 내 생각이 난다는구나. 특히 밤에."

 

"……."

 

"그런데 그 남자 옆에는 끝까지 남아 있어야겠다는군. 지금 그 남자 형편이 좋지 않거든."

 

"……."

 

"이해가 가더라구. 마음은 딴데 있지만 몸이 붙어있는 경우가 말이야."

 

"해줘요."

 

양민정이 말하더니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하고나서 스커트 밑의 팬티를 끌어 내렸다.

 

놀란 강한이 눈만 크게 떴을 때 어느새 팬티를 벗은 양민정이 똑바로 강한을 보았다.

 

어느덧 주위는 어두워졌다. 위쪽의 짓다 만 건물이 마치 험한 절벽처럼 보였다.

 

"오빠, 내가 그쪽으로 가요?"

 

아직도 눈만 크게 뜨고있는 강한을 보더니 양민정이 바지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쉴새없이 말했다.

 

"흥분돼요. 이게 질투인지 뭔지 모르겠어. 오빠 여자 이야기만 나오면 그냥 오빠를 갖고 싶어."

 

허리띠를 푼 양민정이 지퍼를 내렸다가 서둘러 팬티까지 끌어내렸다.

 

"오빠, 내가 위에서 해?"

 

하더니 양민정이 자리를 넘어 강한의 몸 위로 올랐다.

 

주위는 조용했다.

 

이곳은 공사현장 구석이어서 경비도 오지 않는다.

 

몸 위로 오른 양민정이 서둘러 남성을 넣었으므로 강한은 이를 악물었다.

 

"아아, 좋아."

 

양민정이 턱을 한껏 젖히면서 소리쳤다.

 

그리고는 거칠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한은 양민정의 갑작스런 이런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도 여러번 비슷한 충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강한은 양민정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그렇다. 이것이 현실이다.

 

양민정과 이렇게 둘이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

 

 

 

 

윤수정은 강한을 보더니 얼굴을 활짝 펴고 웃었다.

지난번 정현수의 작업을 끝내고 나서 두 달만에 만나는 것이다.

국제호텔의 스카이라운지에는 손님이 서너팀 뿐이어서 조용했다.

앞 자리에 앉은 윤수정이 웃음 띤 얼굴로 강한을 보았다.

 

"오빠는 곡 내가 만나자고 해야해? 정말 존심 상하게 말야."

 

"요즘 바빴어."

 

강한이 부드러운 시선으로 윤수정을 보았다.

아폴로의 매니저 윤수정은 발이 넓은데다 인간성이 좋다.

뒤끝이 깨끗하고 입이 무거워서 강한이 신뢰하는 여자였다.

강한한테 오빠라고는 하지만 실제 나이는 몇 살 위일 것이다.

오늘은 윤수정이 할 말이 있다고 했기 때문에 강한은 작업 건으로 예상했다.

윤수정의 눈에는 남자가 다 호구로 보일지도 모른다.

종업원에게 주문을 마치고난 윤수정이 여전히 웃음 띤 얼굴로 강한을 보았다.

 

"오빠, 요즘 이윤경이 못만났지?"

 

알고 묻는 것 같았으므로 강한은 건성으로 머리만 끄덕였다.

이윤경을 실버타운 공사 현장으로 데려간 것이 한달쯤 전이었다.

그동안 공사 현장일이 바빴기 때문에 강한은 잊고 있었다.

그때 윤수정이 말을 이었다.

 

"윤경이 걔가 가수 유도라하고 같이 있어."

 

눈만 깜박이는 강한을 향해 윤수정이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오빠, 유도라 알아?"

 

"모르겠는데."

 

"3년쯤 전에 좀 인기를 탔던 애인데 히로뽕 먹고 시끄러웠잖아?"

 

"모르겠네, 난."

 

"그, 머리 길고 예쁘장했는데."

"아, 글쎄."

 

입맛을 다신 강한이 정색하고 윤수정을 보았다.

 

"그런 놈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게 어쨌단 말이야?"

 

"이윤경이가 유도라하고 살아."

 

다시 눈만 껌벅이는 강한에게 윤수정이 말을 이었다.

 

"집도 사주고 앨범내도록 20억인가를 투자했다는 거야.

유도라한테는 재벌 딸이라고 했다지? 그렇게 소문이 났어."

 

"……."

 

"오빤 연예계 소식은 꽝이로구나.

다 아는데. 이윤경이가 지난번 작업때 번돈을 다 쏟아부은 것 같아."

 

"그런 것 같군."

 

마침내 강한이 머리를 끄덕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쩔 수없지, 지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미친 년이야."

 

강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윤경은 처음 일을 시작할 때도 그랬다.

얼치기 모델한테 빠져서 없는 주제에 돈을 모아 주려다가 그 모델이 딴짓을 하는 현장을 보고나서 손을 뗐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수하고 다시 시작했다.

지난번 실버타운의 매장을 보여주고 나서 건전한 곳에 투자시키려고 했더니 허사가 된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윤수정이 똑바로 강한을 보며 물었다.

 

"오빠, 이젠 이윤경이는 정리해야지?"

 

"그래야겠군."

 

강한이 머리를 끄덕였다.

 

"내가 선생님도 아니고 끝까지 걔를 선도할 이유는 없지. 인연 끝났어."

 

"그럼 말이야."

 

상반신을 조금 강한쪽으로 기울인 윤수정의 두 눈이 반짝였다.

요염한 모습이다.

 

"오빠, 대타 어때?"

 

"대타? 누구? 너?"

 

강한이 연속적으로 묻자 윤수정은 눈을 흘겼다.

 

"난 뚜쟁이로 만족해. 가끔 오빠 상대나 하면서 말이야."

 

그러더니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여기로 오라고 했어. 스물넷인데 대졸, 이런 경험은 하나도 없는 애고 처녀야. 분명해. 그리고…."

 

숨을 고른 윤수정이 말을 이었다.

 

"애가 섹시해. 체격은 말할 것도 없고 얼굴도 말이야. 나, 그런 애 처음 봤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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