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여자

61. 강한여자 (3)

오늘의 쉼터 2014. 7. 30. 11:41

61. 강한여자 (3)

 

 

 

탁자 위에 사진을 펴놓은 천상태가 옆에 앉은 사내를 보았다.

"자, 박사장. 말씀드려요."

박사장이라고 불린 사내는 30대 중반쯤으로 왜소한 체격에 도수가 높은 안경을 끼었고

양복도 후줄근했다.

그리고 방안에 들어온 지 5분 가깝게 되었지만 강한과 한 번도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눈동자가 어지럽게 흔들리거나 불안한 태도는 아니다.

시선이 항상 강한의 가슴께에 머물렀다가 떼어지는 것이다.

박사장 이름은 박기준. 용역회사 사장으로 강한과 천상태가 대성금융에 근무할 때부터

거래해온 인물이다.

박기준이 입을 열었다.

"나이트에서 일어난 일은 웨이터들이 빠삭하게 꿰고 있습니다.

제비들이 아무리 날고뛰어도 고참 웨이터들을 당하지 못하지요.

몇 수 위니까요."

강한과 천상태는 경청했고 박기준의 말이 이어졌다.

"용의자는 여기 이 세 놈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만일 아니라면 다시 조사를 해야겠지만."

말을 멈춘 박기준이 탁자 위의 사진을 한 장씩 가리켰다.

"약을 먹이고 찍을 정도의 수준으로 춤도 제법 춘다면 이 세 놈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인상착의로 보면 여기 있는 고병수가 맞는 것 같은데요."

박기준이 세 장의 사진 중 왼쪽 사진을 가리켰다.

사내는 단정하게 가르마를 탄 머리에 웃음 띤 얼굴이다.

정현수가 말해준 인상과는 달랐다.

"내가 가지고 가서 보일 테니까."

강한이 사진을 쓸어 쥐면서 말했다.

"저녁때 다시 만나기로 합시다."

박기준이 사진을 가져온 것은 대단한 성과였다.

웨이터 중에서 손님 보호 차원으로 제비나 꽃뱀 부류로 보이는 뜨내기를

몰래 찍어놓는 사람도 있다.

당사자가 알면 죽이려고 덤비겠지만 때로는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꽃뱀이나 제비족은 지금 많이 없어졌어도 고참 웨이터들 한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공생 관계로 지내고 싶어하는데 공범이 되지 않는 한 어렵다.

따라서 그들의 천적은 웨이터인 셈이다.

강한이 하루 만에 다시 들어서자 정현수는 생기 띤 얼굴로 맞았다.

오늘도 저택 안에는 둘 뿐이었는데 강한의 앞에 앉은 정현수는 이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강한이 탁자 위에 사진 세 장을 나란히 놓았다.

"천지 나이트에 드나든 놈 중에서 셋을 추렸습니다."

강한이 설명하자 정현수는 사진을 유심히 보았다.

"웨이터한테 사진 값을 주고 샀지요.

이럴 경우에 대비해서 웨이터들은 사진을 확보해 놓기도 합니다."

박기준은 사진 한 장에 1백만원을 주었다고 했다.

그때 정현수가 손끝으로 사진 한 장을 짚었다.

"이놈이에요."

시선을 돌린 강한은 그것이 바로 고병수의 사진인 것을 보았다.

머리를 끄덕인 강한이 사진을 집어들었다.

"그럼 됐습니다. 이놈을 찾아야죠."

"머리 스타일을 바꿨지만 틀림없어요."

정현수의 목소리가 떨렸고 얼굴은 상기됐다.

강한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정현수가 바짝 다가섰다.

정현수한테서 옅은 향내가 풍겨왔다.

"꼭 좀 부탁드려요."

"최선을 다할테니까 기다리고 계세요."

그러자 정현수가 강한의 소매를 잡더니 눈물을 주르르 쏟았다.

"잠도 못 잤어요. 너무 너무…."

"그런데 집안에 아무도 없습니까?"

강한이 집안을 둘러보는 시늉을 하자 정현수가 손끝으로 눈물을 닦았다.

"잠깐 내보냈어요. 이런 얘기 들으면 어떻게 해요?"

"걱정마시고 기다리세요."

"제가 은혜는 꼭 갚을게요."

그러더니 정현수가 생각난 듯 물었다.

"돈은 그대로 준비해두는 거죠?"

"예,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강한이 발을 떼면서 말했다.

250억원이다.

 

 

 

"그놈이 천호동 동양호텔 옆의 천지사우나에서 논다고 들었습니다만."

101번 웨이터 김갑생이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강한을 보았다.

김갑생이 고병수의 사진을 준 것이다.

논다는 것은 그곳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말이다.

"찾으시려면 제 보조를 데려가시지요.

애가 고병수도 알고 눈치도 빨라서 요긴하게 쓰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고맙고."

강한이 정중하게 말했다.

밤에 나이트클럽에서 만나면 어두운데다 다 제복을 입고 있어서

나이가 잘 안보이지만 낮에 만나면 달라진다.

101번 김갑생도 밤에는 30대쯤으로 보였는데 지금 보니까 50대 아저씨였다.

하긴 고병수같은 제비를 눈여겨보고 미리 증거 사진까지 박아놓고 있을 정도의 고참이다.

김갑생이 휴대폰을 꺼내더니 번호를 눌렀다.

보조 웨이터를 부르려는 것이다.

"이거 고마워서."

김갑생이 통화를 끝냈을 때 강한은 지갑에서 1백만원 수표를 꺼내 내밀었다.

숫자가 위로 가게 당당히 건넸고 김갑생은 황송한 표정을 지었지만 얼른 두 손으로 받는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김갑생에게는 사진값으로도 1백만원을 주었다.

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강한과 천상태가 보조 웨이터를 데리고 천지사우나 건너편 커피숍에 들어갔을 때는

오후 3시경이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박군이라는 보조 웨이터가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사우나로 떠났을 때

천상태가 사우나 주차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쟤들한테는 일당 백만원씩만 주면 돼요. 형."

주차장에 주차된 승합차에 대고 한 말이다.

승합차에는 천상태 친구 네 명이 타고 있었는데 고병수를 데려가려고 고용한 것이다.

박군이 사우나에 들어간 지 10분쯤 지났을 때 강한의 휴대폰이 진동으로 떨었다.

발신자는 박군이다.

휴대폰을 귀에 붙였을 때 박군의 목소리가 울렸다.

"여기 있습니다. 사장님."

"알았어.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한테도 연락해."

강한이 생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잘 부탁해."

"염려 마십시오. 사장님."

박군은 고병수와 같이 있다가 사우나를 나올 때 따라나올 것이다.

그러면 천상태 친구들이 잡아서 승합차에 태우면 된다.

만일에 고병수 동행이 붙어서 넷이 처리하기가 부담이 될 경우에는 상황을 봐서 해결하면 된다.

대상을 알았고 어디 있는지 확인도 된 이상 놓칠 리는 없다.

그로부터 두 시간쯤이 지난 오후 5시경에 개운한 표정으로 천지사우나를 나섰던 고병수는

갑자기 둘러싼 사내들을 보자 안색이 확 변했다.

"당신들 누구야?"

하고 고병수가 물은 순간에 뒤통수가 빠개지는 것 같은 충격이 왔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늘어져버린 고병수를 사내 셋이 들쳐 승합차에 태우는 데 10초도 안 걸렸다.

지나던 행인 서너명이 그것을 보았지만 얼른 외면하더니 총총히 사라졌다.

승합차가 떠나는 것을 본 천상태가 차를 발진시켰다가 곧 세웠다.

박군이 길을 건너 이쪽으로 오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박군이 차 옆으로 다가왔을 때 강한이 창문을 내렸다.

"박군, 수고했다."

강한이 지갑에서 꺼낸 1백만원 수표를 내밀자 박군의 얼굴이 순식간에 상기됐다.

놀란 듯 손을 내밀지도 않고 수표를 보고만 있다.

"자, 받아."

강한이 수표를 더 내밀자 박군은 두 손으로 받더니 허리를 깊게 꺾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101번 한테는 받았다고 하지 마."

"예, 사장님."

박군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그때 천상태가 차를 발진했으므로 강한은 의자에 등을 붙였다.

돈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돈으로 해결되기도 한다.

 

 

 

 

인간은 강한 것 같으면서 약하다.

또한 약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없이 강하다.

지금 지하실 의자에 묶여있는 고병수는 눈을 부릅뜨고 있었지만

발밑에 흥건하게 물이 고여 있었다.

겁에 질려 오줌을 질질 싼 것이다.

지하실 안에는 강한과 천상태 둘 뿐이다.

천상태 친구 넷은 각각 돈 100만원씩을 수당으로 받고 희희낙락하면서 떠났다.

강한이 손에 쥔 가위를 들고 바짝 다가서자 고병수의 입에서 억억거리는 외마디 소리가 났다.

입에 공업용 테이프가 붙여졌고 가로로 3㎝쯤 중간 부분을 찢어놓았기 때문이다.

강한이 쥔 가위는 나무 전지용이다.

끝이 휘어졌고 강해서 나뭇가지를 산뜻하게 자른다.

의자 팔걸이에 묶인 고병수의 왼쪽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강한이 방금 고병수의 새끼손가락을 딱 중간 부분에서 긁은 것이다.

"자."

가위를 벌린 강한이 말했다.

"이번에는 네 잘난 고추를 잘라주마."

그리고는 가위로 고병수의 허리띠를 잘라버렸다.

지퍼를 내리고 드러난 팬티도 가위로 찢듯이 자르자 고병수의 외마디 고함이 더 길어졌다.

"형. 이놈이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천상태가 말했지만 강한은 고병수의 팬티를 갈갈이 찢고 하체가 드러난 후에야 머리를 들었다.

"뭐라고?"

"이놈이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필요 없어."

그리고는 가위를 고병수의 급소에 붙인 강한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오그라져서 번데기가 된 물건에서 오줌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린내가 진동했다.

"이런 빌어먹을 놈, 자르면 오줌도 안나오겠지."

강한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요동치는 고병수의 물건을 가위 사이에 끼어 놓았다.

그러자 고병수의 온몸이 빳빳하게 굳어졌다.

"아으으으으."

길고 낮게 울부짖는 고병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얼굴도 땀으로 젖었고 입에 붙인 테이프 틈으로는 침방울이 떨어졌다.

"형, 자르기 전에 말이나 듣지."

하고 천상태가 말했을 때 강한은 가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테이프 사이로 흘러나왔고 부릅뜬 고병수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나 가위는 아직 성기에 물려있다.

하지만 잔뜩 물려 있어서 피까지 배어 나왔는데 힘을 조금만 더 주면 잘라질 듯했다.

"그래? 어디?"

하고 강한이 그 자세 그대로 한쪽 손을 들더니 고병수의 입에 붙여진 테이프를 반만 떼었다.

그러자 고병수가 헐떡이며 말했다.

"살려주십시요."

"왜?"

강한의 시선을 받은 고병수가 정신없이 말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뭘?"

이맛살을 찌푸린 강한이 가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이구, 사람살려."

고병수의 비명이 제대로 들렸다.

"이자식이 뭐 때문에 이러는지 아직 제 입으로 불 생각이 없구만."

강한이 가위를 더 붙였을 때 고병수가 울먹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요즘 정신이 나간 짓을 했습니다.

테이프 다 지우고 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이거 자르고 나서 생각해 보자."

하고 강한이 가위에 힘을 주자 고병수가 악을 썼다.

"살려주십시오. 다 드리겠습니다. 번 돈 다 드리지요. 예."

"미친놈,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있습니다, 있습니다."

고병수가 기를 쓰고 말했다.

 

 

고병수의 아파트에는 정현수와의 녹화장면 뿐만아니라

다른 두 여자의 테이프에다 사진, 녹음테이프가 한 박스나 있었다.

컴퓨터를 켜보았더니 가관이었다.

저장한 동영상이 1백개도 넘었던 것이다.

천상태는 처음 몇 장면을 지우다가 신경질이 나서 컴퓨터를 때려 부숴 버렸다.

강한한테 야단을 맞더니 더 열이 나서는 불 질러 버리겠다고 아예 들고 나와 차에다 실었다.

집 안에는 고병수가 말한 대로 현금이 6천만원 정도, 통장에는 3천만원 정도가 들어 있었는데

강한과 천상태는 다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용인 별장으로 가져와 증거물을 분류해서 보관했다.

일을 다 마친 강한과 천상태가 다시 지하실로 들어섰을 때는 다음 날 오후였다.

고병수는 만 하루 동안 지하실에 갇혀 있었는데 물만 먹었을 뿐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물론 씻지도 못했고 대소변도 못 보았다.

묶인 채였고, 다친 손가락에다 천상태가 구급약을 처바르고 붕대로만 건성으로

감아주었을 뿐이다.

하지만 상처가 난 성기에는 강한이 손도 못 대게 하는 바람에 다 벗겨진 아랫도리에

저고리가 덮였을 뿐인 험한 꼴이었다.

지하실에는 피비린내에다 소변 냄새까지 섞여있어서 코로만 숨을 쉬었다.

다가간 천상태가 입에 붙인 테이프를 조금 떼었을 때 강한이 말했다.

"돈도 다 찾아왔는데 이런 상황이 되면 네가 죽어야 사건이 깨끗하게 수습되는 것 아냐?"

"네?"

깜짝 놀란 고병수가 눈을 치켜떴다.

만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도 고병수는 10년쯤 폭삭 늙은 얼굴이다.

눈이 퀭하게 들어갔고 눈 밑이 퍼렇게 변색했다.

얼굴색도 부옇게 썩은데다 입끝까지 늘어졌다.

강한이 다시 말했다.

"널 풀어주고 나서 내가 개운하겠느냐고 물은 거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정색을 한 고병수가 절절하게 말했다.

"저는 서울을 떠나겠습니다.

아니 한국을 떠나지요.

내일 당장 중국으로 떠나 거기서 살겠습니다."

"돈도 내가 다 찾았는데?"

"아, 아파트를."

"그렇지. 아파트가 남았구만."

눈을 가늘게 뜬 강한이 고병수를 노려 보았다.

"내가 이거 무슨 짓이지 모르겠네. 그냥 팍 묻고 처분하면 되는 건데."

"살려주십시오."

고병수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눈물과 콧물이 같이 흐른다.

"살려만 주신다면 그 은혜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죄짓지 않고 열심히… 예, 아주 열심히 일해서 먹고살겠습니다. 사장님."

"무슨 일을 한다고?"

"공사장 일이라도…, 아무 일이나."

"야, 거기 도끼 있지? 그걸로."

강한이 옆에선 천상태에게 말했다.

"도끼 가져와."

"아이고 어머니."

고병수가 어머니를 부르며 흐느껴 울었지만 천상태는 지하실 밖으로 나가더니

장작을 패는 커다란 도끼를 들고왔다.

"아이고. 살려, 살려주세요."

고병수가 숨이 끊어지는 시늉을 하면서 대성통곡했다.

"한번만 용서해주십셔, 선생님."

그때 도끼를 받아쥔 강한이 손바닥에다 침을 뱉었다.

"아이고요."

악을 쓰던 고병수가 다음 순간 눈을 까뒤집더니 머리가 벌떡 뒤로 젖혀졌다.

입가에서 게거품이 일어났고 뒤집힌 눈은 원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자 입맛을 다신 천상태가 방바닥에서 생수병을 집어들더니

고병수의 얼굴에 대고 부었다.

"으으악."

고병수가 진저리를 치면서 깨어나더니 치켜뜬 눈으로 강한과 천상태를 보았다.

"아버지, 삼촌."

고병수가 소리쳤을 때 강한이 도끼를 던졌다.

겁을 주려고 했을뿐인데 반응이 예상 이상이다.

 

 

 

"한 번만 용서해주신다면 지금까지 지은 죄를 속죄하면서 살겠습니다. 맹세합니다."

그리고는 고병수가 눈물에 젖은 얼굴로 결의에 찬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현수는 외면했다.

정현수는 지금 비디오로 촬영한 고병수의 회개 필름을 TV 화면을 통해 보고있는 것이다.

고병수의 고백과 참회, 맹세로 이어지는 필름은 무려 20분 가깝게 계속됐다.

지은 죄를 다 털어 놓는 바람에 끝도 없이 이어진 것이다.

다시 용서를 비는 말이 이어지려고 했으므로 강한은 버튼을 눌러 화면을 껐다.

그리고는 머리를 돌려 정현수를 보았다.

"끝났습니다."

정현수가 시선을 들어 강한의 가슴께를 향하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정말 살았어요."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자기 죄를 자기 입으로 다 자백한 테이프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증거도 내가 갖고 있으니까 꼼짝 못합니다."

"저기."

이제는 정현수가 똑바로 강한을 보았다.

그러나 눈 주위는 아직 붉다.

"돈 준비했는데요. 은행에서 지금이라도 현금으로 250억 인출할 수 있어요."

"놔 두십시오. 다 끝났으니까요."

"사례금을…."

그러더니 정현수가 탁자 밑에서 서류봉투를 꺼내 강한 앞에 놓았다.

"양도성예금증서로 드릴게요."

강한의 시선을 받은 정현수가 말을 이었다.

"10억짜리 10장입니다."

100억원이다.

100억원을 100만원처럼 말하는 부자도 이 세상에 있는 것이다.

"고맙습니다. 받겠습니다."

강한도 100만원을 받는 것처럼 봉투를 받았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오늘도 저택 안은 조용했다.

"오늘도 혼자신가요?"

"네, 오늘도."

정현수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기가 떠올랐다가 금방 지워졌다.

"실례지만."

강한이 정색한 표정으로 정현수를 보았다.

"남자 필요하시면 절 부르시지요.

그런데 가셔서 이상한 놈이나 만나지 마시구요."

"네?"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가 안간다는 듯 정현수가 시선을 들었다가

3초쯤 후에 얼굴이 와락 상기됐다.

그러나 시선은 한사코 내리지 않는다.

"괜찮겠습니까?"

하고 강한이 낮고 분명하게 묻자

정현수가 다시 3초쯤 후에 머리를 끄덕였다.

소리죽여 숨을 뱉은 강한이 다시 물었다.

"지금 해도 좋습니까?"

그리고는 얼굴을 펴고 웃었다.

"난 약을 먹이지도, 찍지도 않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강한이 탁자를 돌아 정현수의 앞으로 다가가 섰다.

그러자 바지 바로 앞부분이 정현수의 눈 높이와 같아졌다.

강한이 정현수 앞에서 천천히 바지 허리띠를 풀었다.

숨을 죽인 정현수는 눈만 부릅떴고 바로 그 앞으로 강한의 남성이 뻗쳐나왔다.

강한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정현수의 어깨를 잡아 일으키고는 입술에 키스했다.

정현수가 하반신을 붙이더니 두 팔로 목을 감아 안고는 거침없이

강한의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정현수의 호흡은 거칠었고 숨결은 뜨거웠다.

"침실로 가요."

잠깐 입을 뗀 정현수가 허덕이며 말했을 때 강한은 머리를 저었다.

그리고는 난폭하게 정현수의 원피스를 들치고는 팬티를 끌어내렸다.

"여기서?"

헐떡이며 묻던 정현수가 이제는 강한의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끌어내렸다.

둘은 곧 소파위로 엉켜 쓰러졌고 정현수가 강한의 어깨를 감아 안으면서 말했다.

"거칠게 해줘, 아주 거칠게."

강한도 그럴 작정이었다.

정현수는 이 순간에 마구 다뤄지기를 바랄 것이다.

강한이 몸을 움직이자 정현수는 비명을 질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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