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여자

57. 킹카 (4)

오늘의 쉼터 2014. 7. 30. 11:34

57. 킹카 (4)

 

 

 

 

이윤경은 숨을 죽이고 천상태에 시선을 준 채 강한의 등 뒤에 바짝 붙었다.

이윤경은 아직 천상태가 누군지 모른다.

그러나 카페에서 강한으로부터 작전 이야기를 들은 터라 가슴이 무섭게 뛰었다.

작전이 시작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문고리가 풀리는 소리가 나더니 곧 문이 열렸다.

그 순간 천상태가 와락 문을 밀치고 들어가는 바람에 안에 있던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들어가자."

강한이 이윤경의 팔을 잡고 말했다.

차분한 표정이었다.

이윤경이 얼떨결에 따라 들어간 것은 이미 동료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 증거로 복도에 누가 있나 살펴보고 따라 들어갔다.

그때 방 안에서 사내의 외침이 들려왔다.

"당신들 누구야!"

머리를 돌린 이윤경은 2초쯤 눈을 치켜뜨고 가만 있었다.

그때 소리친 사내도 이윤경을 보더니 입을 딱 벌렸다.

그때 여자가 악을 썼다.

"누구야!"

그 순간 천상태가 발길질을 했으므로 여자의 고함은 비명으로 바뀌었다.

그때 등 뒤의 문을 안에서 잠근 강한이 사내에게 말했다.

"옷 입어."

"너, 너, 여기…."

하고 사내가 이윤경에게 말했는데 그 순간 손에 쥐고 있던 목욕 수건이 흘러내려서

알몸이 드러났다.

"이 새끼."

이윤경의 입에서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사내는 민동수였던 것이다.

"아, 아니…. 나는."

수건으로 급히 물건을 가린 민동수가 더듬거렸을 때 천상태에게 허리를 채여

끙끙대던 여자가 울부짖었다.

"나, 갈래. 집에 갈래!"

그때 천상태가 주머니에서 포장용 테이프를 꺼내더니 익숙한 솜씨로 여자의 손을 묶었다.

소리를 지르려는 여자의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나서 느긋하게 발을 묶었다.

그동안 민동수는 돌아서서 팬티를 찾아 입었는데 당황해서 다리를 헛꿰고 넘어졌다가 일어났다.

민동수가 팬티를 다 입었을 때 다가간 강한이 어깨에 한 손을 얹는 것 같더니

다른 손으로 민동수의 배를 쳤다.

"어억!"

민동수의 긴 몸이 기역자로 꺾인 순간 강한이 무릎으로 머리를 쳐 올렸다.

민동수가 뒤로 벌떡 넘어지자 다시 천상태가 다가와 테이프로 묶었다.

마치 이삿짐을 싸는 것처럼 손발이 맞았고 익숙했다.

그동안 이윤경은 나무 인형처럼 서 있었지만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보았다.

둘이 짐짝처럼 묶여 침대 옆에 나란히 눕혀졌을 때 강한이 창가의 의자에 다가가 앉았다.

"너도 거기 앉아."

강한이 눈으로 벽쪽의 의자를 가리켰으므로 이윤경은 다가가 앉았다.

발을 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강한이 눈으로 모로 누워 꼼지락거리는 민동수를 기리키며 말했다.

"이놈은 이 여자애하고 만난 지 조금 됐다는군."

이윤경은 숨을 죽였고 그때 천상태의 말이 이어졌다.

"석달쯤 됐어. 여자애 이름은 신유진. 아버지가 한성텔레콤 부사장인데

민동수하고 이 호텔 단골이지."

그리고는 이를 드러내고 소리없이 웃었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온다는 거야."

그때 강한이 이윤경에게 물었다.

"이놈한테 주려고 했지?"

그러자 퍼뜩 시선을 들었던 이윤경이 어금니를 물더니 외면했다.

"돈이 아깝지 않아? 이런 쓰레기한테 퍼붓는 게 말이야."

그러더니 강한이 천상태에게 눈짓을 했다.

"야, 그놈 불알 까라."

마치 돼지 불알을 까라는 것처럼 강한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 알량한 연장, 아예 쓰지 못하게 말야."

그때 그 말을 들은 민동수가 눈을 부릅뜨고 몸부림을 쳤다.

그 서슬에 신유진이 옆으로 밀려났다.

 

 

 

"사…여 주시우."

테이프의 찢어진 틈으로 민동수가 말했다.

천상태가 입에 붙인 테이프를 칼끝으로 가로 5cm쯤 찢은 덕분이었지만,

살려달라는 말이 그렇게밖에 나오지 않았다.

두 눈에서 줄줄 눈물이 흘러내렸고, 온몸을 쉬지 않고 떨었다.

지금 천상태는 날이 선 회칼을 민동수의 오그라진 물건 끝에 붙이고 있다.

"사여…주시…."

민동수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칼이 닿은 하반신은 아예 굳어버린 듯 꼼짝하지 못했다.

옆에 누운 여자도 몸을 떨고 있었지만 민동수보다는 나았다.

눈을 딱 감고 신음도 뱉지 않는다.

"자, 떼어 내."

하고 강한이 말한 순간이었다.

"어엇."

놀란 소리와 함께 천상태가 허리를 펴고 몸을 젖혔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아, 뭐야."

그때 강한은 입맛을 다시고는 머리를 돌렸다.

민동수가 오줌을 쏟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젠장."

바짝 붙어 있던 천상태는 오줌 벼락을 맞은 것이 분명했다.

얼굴이 붉어진 천상태가 손과 옷을 털었을 때 강한이 머리를 돌려 이윤경을 보았다.

이윤경은 외면하고 있었지만 그 꼴을 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어어어어."

오줌을 싸면서 김동수가 헛소리처럼 신음을 뱉었다.

여전히 몸을 떤다.

"이 시키 똥까지 싸겠는데."

겁에 질린 듯한 목소리로 천상태가 말했다.

"미친 것 같기도 하고."

"떼어 내 이 새끼야."

강한이 버럭 소리쳤으므로 천상태는 한걸음 다가가 섰다.

이제 얼굴은 험상스럽게 일그러져 있었다.

오줌 벼락까지 맞은 터라 화가 증폭됐다.

"이 놈이…."

다가선 천상태가 옆에 쭈그리고 앉더니 칼끝을 다시 물건 밑에 붙였다.

그 순간이다.

"어이쿠."

천상태가 비명 같은 고함을 지르면서 펄쩍 뛰며 물러났다.

그때 이윤경은 민동수의 엉덩이에서 뭔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다음 순간 방안에 냄새가 진동했으므로 이윤경은 숨을 참았다.

그로부터 20분쯤 후에 셋은 올림픽대로를 달려가는 차 안에 앉아 있었다.

국산 최고급 승용차인 제로니모는 안정성, 힘, 안락함에서 세계 최고 등급의 판정을 받은 차다.

핸들은 천상태가 쥐었고 뒷좌석에 강한과 이윤경이 기대어 앉았는데 차는 소음 없이,

그야말로 미끄러지듯 밤길을 달려 나갔다.

차 안 공기는 쾌적했다.

운전석 옆에 놓인 향 박스에서 장미향이 은근하게 풍겨왔다.

20분 전에 맡았던 구린 냄새는 이제 씻겼다.

차가 미사리를 지났을 때 강한이 머리를 돌려 이윤경을 보았다.

그러자 이윤경이 시선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얼굴은 여전히 앞쪽을 향하고 있다.

"그래요. 이제 돈 필요 없어요."

차안에 맑은 이윤경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 거짓말이었어요. 그놈한테 주려고 그랬던 거죠."

그러더니 갑자기 피식 웃었다.

"아유, 드러워."

와락 소리치고나서 깔깔 웃었으므로 놀란 천상태가 백미러로 강한을 보았다.

이윤경이 이제는 몸까지 숙이며 웃었다.

그러자 강한도 소리내 웃었고 천상태도 따랐다.

"그놈 똥에 콩나물이 있었어, 형."

천상태가 또 오버했지만 이번에는 잘 먹혔다.

이윤경이 자지러졌고 강한은 웃다가 눈물까지 닦았다.

차가 미사리를 지나 경춘국도에 접어들 때까지 차 안의 웃음은 그치지 않았다.

그쳤다가 또 누군가 웃으면 나머지가 다시 웃었다.

겨우 진정됐을 때 이윤경이 마무리를 했다.

"작업은 그대로 시작해도 되는 거죠?"

태도가 마음에 들었으므로 강한이 손으로 이윤경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장미의 전화가 온 것은 결혼한 지 20일째 되는 날이었다.

전화를 받은 순간 강한이 날짜를 떠올린 것은 날마다 세고 있었다는 증거가 되겠지만

자신은 의식하지 못했다.

"너, 요즘 바쁘다면서?"

장미가 대뜸 물었을 때 강한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장미는 김마담 한테서 들었을 것이다.

강한에게는 연락하지 말라고 해놓고는 김희선을 통해 동정을 체크해왔다.

물론 그것을 예상하고 강한은 필요한 만큼만 김희선에게 정보를 주었다.

"누가 그래?"

그래도 놀란 척, 못마땅한 척 튕겨보자 장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런 건 알 필요 없고, 내 말 잘 들어. 나, 열흘만 더 채우고 이 짓 그만둘거야. 그러니까 준비해."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강한의 목소리에도 짜증이 섞였다.

"호적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릴 텐데 그 일이 어디 지하철 갈아타는 것처럼 쉽나?"

"입 닥치고 내 말 잘 들어."

"더구나 그놈이 놔 줄까? 몇백억 선금까지 내준 상황인데 말이야."

"글쎄, 입 닥치라니깐!"

하고 장미가 목소리를 높였을 때 강한이 조곤조곤 말했다.

"넌 지금도 수배 중인 인물이야.

그놈이 경찰에 신고만 하면 넌 당장 TV에 나오게 돼. 범인을 찾습니다 프로."

"이놈은 그렇게 못 해."

마침내 장미가 강한의 분위기에 끌려들었다.

화제에 빨려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화가 난 듯 목소리가 쨍쨍했다.

눈을 치켜뜬 모습이 훤했다.

강한은 입을 다물었고 장미의 말이 이어졌다.

"이놈은 곧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미국으로 튈 작정이야."

"뭐라구?"

놀란 강한이 전화기를 고쳐 쥐었다.

그때 장미가 뱉듯이 말했다.

"지금 벌써 시작했어. 회사 경영상태가 나빠지고,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어서

곧 주가가 반값 이하로 된다는 거야.

그래서 몇 놈하고 작전 짜는 이야기를 다 들었어."

"……."

"주가 조작을 해서 주가를 띄운 후에 팔아치우고 떠나려는 거야.

이미 비행기표까지 다 끊어놓았고, 어머니도 지난주에 미국으로 보냈어."

"……."

"나한테는 미국으로 같이 여행 가자고 했어. 황공하신 제의지."

강한은 저절로 쓴웃음을 지었다.

장미는 수배된 상태여서 출국할 수 없다.

장미의 말이 이어졌다.

"장난을 쳐서 이번에 만들 금액은 3천억 정도,

시가 1천억대 주식을 세 배로 부풀려 먹는 거야."

"그놈, 그렇게 안 봤더니 도둑놈이군."

"옆에서 꼬드기는 놈이 있어."

"마찬가지야."

"그래서 내가 휩쓸리기 전에 빠져 나오려는 거야."

"그렇다면."

전화기를 바꿔 쥔 강한이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오후 7시반이다.

이윤경과의 약속이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강한은 소파에 등을 붙이고는 차근차근 말했다.

"그냥 몸만 빠져나오기는 좀 미안한데 그래,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너."

무슨 말인가 금방 알아챈 장미의 목소리가 또렷해졌다.

"난 내 몫은 이미 챙겼어. 너무 욕심부리지 마. 적당히 하란 말이야."

"너."

강한도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정도 배 맞추고 나니까 마음이 약해진 거야?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너, 금방 도둑놈이라고 욕했지? 그래 놓고도 한몫 잡자는 거야?"

"이런."

입맛을 다신 강한이 쓴웃음을 지었다.

"외국으로 들고 튀면 도둑놈이야."

 

 

강한이 30분이나 늦게 왔지만 이윤경은 웃음 띤 얼굴로 맞았다.

파크호텔의 라운지 안이다. 저녁 시간이어서 손님이 많았지만 이윤경의 모습이

가장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자신도 그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다가선 강한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조용한 데로 가자."

"그래요."

강한이 앉지도 않고 말했지만 이윤경은 두말하지 않고 일어섰다.

"8층의 바로 가요."

라운지를 나온 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 바로 들어섰다.

이윤경이 말한 대로 어둑한 바에는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다.

다가온 종업원에게 음료수를 시킨 강한이 탁자에 두 팔꿈치를 받치고는 이윤경을 보았다.

이윤경은 여전히 웃음 띤 얼굴로 시선을 받는다.

"첫 작업이야. 작품 만들어 봐."

"해볼게요."

이윤경이 화답했다.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낸 강한이 차분하게 읽었다.

"상대는 성형외과 의사, 강남에서 개업하고 있는데 43세, 10년 동안 5백억쯤 벌었어."

"강남에서 그 정보는 보통이죠."

"자기는 5억 때문에 별 사기를 다 치려고 해놓고는…, 그것도 실패했잖아?"

"그러네요."

이윤경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마침 음료수가 왔으므로 잔을 쥔 강한이 말을 이었다.

"윤마담이 물어온 호구야. 작업 끝나면 10% 줘야돼."

"저는요?"

"20%."

"30% 주세요."

그러자 쓴웃음을 지은 강한이 머리를 끄덕였다.

"왠지 낯뜨겁군. 그러자."

"작전을 말해주세요."

"내일 윤마담이 호구를 데려올 거야.

그놈은 가게에서 널 몇 번 봤다는데, 너도 얼굴이 기억날지 모르겠다."

"글쎄요. 남자가 하나 둘이어야죠."

"내일 밤에 바로 따라가."

"내일?"

"그래."

"따라가기만 하면 돼요?"

"좀 튕겨야겠지."

그러자 한 모금 주스를 삼킨 이윤경이 똑바로 강한을 보았다.

"가서 자요?"

"당연히 자야지."

"마악 하려고 할 때 왕자가 나타나는거 아녜요?"

"요즘 왕자는 하고 있을 때 나타나."

그러자 이윤경이 시선을 내렸다가 들었다.

눈동자가 반들거리고 있었다.

"어쨌든 거기에 나타나긴 하는군요. 그죠?"

"그놈은 여자를 꼬시면 용인에 있는 제 별장으로 데려가.

 TV에도 출연하는 사회 저명인사여서 호텔 같은데 출입은 안되지."

강한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 별장은 그놈 와이프도 모르는 곳이야.

산속 골짜기에 있는데 거기서 요절이 난 여자가 수십명이지."

"……."

"하지만 별장 위치를 아는 여자가 없어,

데려갈 때 술을 잔뜩 먹여 인사불성으로 만들거나 어떤 때는

약을 먹여 기억나지 않도록 한다니까.

이건 그놈하고 자고 나온 여자들의 증언이야."

"그렇지만 별장에서 나올 때는 다 봤을거 아녜요?"

이윤경이 묻자 강한은 머리를 저었다.

"합의하에 두 눈을 가리고 나와서 서울 톨게이트 근처에 왔을 때 풀어준대.

모두 2차비를 듬뿍 받은 터라 순순히 따랐다고 했어."

"얼마 주는데요?"

"이번에 공식적으로 합의한 금액은 1천만원, 내일부터 2박3일간이야."

강한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전에서 그놈한테 1백억은 뜯어낼 계획이야.

그럼 네 몫은 20억, 아니 30억인가?"

 

 

 

 

그 순간 이윤경이 눈을 크게 떴다.

눈동자도 반들거렸고 몸도 굳은 것처럼 보였다.

"30억."

이윤경이 혼잣소리처럼 말하더니 눈의 초점을 모으고 강한을 보았다.

"오빠."

강한은 숨을 멈추고는 이윤경을 바라보았다.

이윤경이 오빠라는 호칭을 처음 사용했기 때문은 아니다.

지금 이윤경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흔히 눈빛을 읽는다고 하지만 몸에서 가장 의사를 표현해내는 기관이 바로 눈이다.

그 눈이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이윤경이 그것을 입으로 여지없이 표현해 버렸다.

"오늘밤 나 데리고 가요."

그러더니 그것도 미흡한지 덧붙였다.

"오빠하고 자고 싶어요."

"얘좀 봐."

그러면서 쓴웃음을 지었지만 강한의 가슴에 세차게 뛰었다.

그 말을 듣고보니 이쪽도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윤경이 말을 이었다.

"방에서 그놈 이야기를 더 해줘요."

"방에서?"

강한이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아직 9시도 되지 않았다.

그때 이윤경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빠, 내가 키 받아올게요."

이윤경은 이제 적극적이었다.

머리도 좋은 편인데다 성품도 마음에 든다.

그러고보니 침대에서의 테크닉이 궁금하기도 했다.

장미처럼 완벽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보통 수준은 넘어야 한다.

밋밋하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부끄럼을 타는 시늉을 해서 분위기를

망쳐버리는 스타일도 있지 않은가?

또 몸의 구조도 그렇다. 탄력이나 신축성, 그리고 위치나 크기도 중요하다.

여러번 계속할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하룻밤 같이 뒹굴고나서 지갑을 열 때

아깝지 않은 기분이 들도록 해줘야 한다.

그 순간 강한은 쓴웃음을 짓고는 의자에 등을 붙였다.

지금 자신은 이윤경과 섹스를 하려는 핑계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이윤경이 바 안으로 들어오더니 강한의 옆으로 다가와 섰다.

"나가요, 오빠."

이윤경이 아까 라운지에서 강한이 했던 것처럼 말했다.

시치미를 딱 뗀 표정이 귀여웠지만 강한도 정색하고 일어섰다.

밖으로 나온 이윤경이 복도를 걸어 엘리베이터 앞에 서더니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서 내려 605호실 안으로 들어설 때까지

이윤경은 앞장을 섰는데 강한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고 입도 열지 않았다.

그러나 방 문을 닫고 돌아섰을 때

이윤경이 와락 강한의 목을 두 팔로 감아 안고 몸을 붙였다.

놀란 강한이 눈을 크게 뜨자 이윤경이 턱을 쳐들고 말했다.

"해줘요."

무엇을 해달라는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강한은 먼저 이윤경의 반쯤 벌어진 입술을 보았다.

이윤경은 이미 눈을 감았다.

강한의 입술이 붙였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이윤경의 혀가 마중나왔다.

탄력있고 부드러운 혀였다.

강한이 빨아들이자 혀는 금방 잡힌 물고기처럼 퍼덕였다.

밀고 부딪쳤다가 다시 엉킨다.

겨우 입술을 뗀 강한이 이윤경의 귓볼에 대고 말했다.

"서두르지 마."

"오빠. 나 흥분했어."

이윤경이 허덕이며 말했다.

하반신을 밀착시켜 놓고 비틀어대는 바람에 강한의 남성은 이미 단단해졌다.

"오빠가 그놈 똥 싸게 만들었을 때부터."

다시 몸을 비틀면서 이윤경이 말했다.

"나 그날 밤, 집에 가서 오빠 생각하면서 혼자 했어."

이윤경이 겨우 몸을 떼더니 그 자리에서 스커트부터 벗어 던지면서 말했다.

두 눈이 번들거렸고 눈 주위는 붉다.

요염했다.

다시 숨을 멈춘 강한이 홀린 듯한 표정으로 이윤경을 보았다.

이윤경이 이제는 팬티까지 벗는다.

순식간에 하체가 알몸이 되었다.

그러나 상체는 아직도 정장 차림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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