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여자

56. 킹카 (3)

오늘의 쉼터 2014. 7. 30. 11:33

56. 킹카 (3)

 

 

 

다음날 오후 3시 정각, 리버호텔 라운지에 앉아 있던 강한은 입구로 들어서는 여자를 보았다.

라운지 안에는 손님이 대여섯 테이블 있었지만 혼자 앉아 있는 남자는 강한 하나 뿐이다.

잠깐 안을 둘러보던 여자는 곧장 강한에게 다가왔는데 자세도 반듯했고 시선도

똑바로 이쪽을 향한 채였다.

강한은 시선을 마주친 그대로 기다렸다가 거리가 다섯 걸음쯤 되었을 때 일어섰다.

"이윤경씨?"

강한이 묻자 다가선 여자가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앉읍시다."

자리를 권한 강한이 앞에 앉는 여자를 또바로 보았다.

여전히 정색한 표정이다.

"난 강한이라고 하고 벤처기업 사장이죠."

이미 윤수정한테서 들었을 테지만 강한이 차분하게 말했다.

"정직한 놈은 아니지만 동업자간 신의는 지킬 자신이 있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어요."

이윤경이 똑바로 강한을 보았다.

눈동자가 유난히 검었고 입술은 얇다.

속눈썹은 인조가 아니었는데 길고 짙었다.

흰 이마위에 한줌 가량 머리칼이 흘러내려와 있는 것을 쓸어 올려주고 싶은 충동이 울컥 일어났다.

심호흡을 한 강한이 말을 이었다.

"돈이 필요해서 돈 많은 남자를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는데…."

그때 이윤경의 눈썹이 희미하게 흔들렸지만 곧 진정되었다.

대신 눈동자가 더 짙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럼 먼저 이윤경씨가 돈이 얼마 필요한지, 그리고 조건은 뭔지 들읍시다."

그리고는 잊었다는 듯이 덧붙였다.

"참, 이윤경씨 조건은 합격입니다.

그것은 내가 거래를 할 준비가 되었단 뜻입니다.

이윤경씨가 나하고 거래를 원한다면 말이지요."

그 순간 이윤경의 시선이 처음으로 내려졌다.

동시에 속눈썹이 반쯤 눈을 가리면서 이윤경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것을 본 강한이 길게 숨을 뱉었다.

그때 문득 강한의 눈 앞에 장미의 모습이 떠올랐다.

평소에는 억지로 떠올리려고 해도 윤곽만 희미하게 나타났던 장미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인 것이다.

장미와 이윤경은 대조적이었다.

장미는 밝고 강하며 반짝인다.

마치 무지개같다.

그러나 이윤경은 어둡고 서늘하며 은근했다.

마악 진 석양의 하늘처럼 쓸쓸했다.

이윤경이 머리를 들었으므로 강한은 긴장했다.

강한을 정면으로 응시한 채 이윤경이 말했다.

"5억이요."

강한은 시선만 주었고 이윤경이 말이 이어졌다.

"엄청난 금액이란 거 알아요.

그만큼 모으려면 제가 피아노를 50년 동안 매일 쳐야 되는 것도 알아요."

"……."

"몸을 팔아도 그래요. 2차값 모아도 10년, 아니 5년은…."

이윤경이 2차값 계산은 안해 보았는지 허둥대다가 그쳤다.

그리고는 두 볼을 빨갛게 붉힌 채 말을 이었다.

"하지만 돈 많은 사람한테는 5억이 1년 용돈일 수도 있겠죠.

주식투자 잘못해서 한 달만에 날린 금액일 수도 있고."

"……."

"저는 그런 남자가 필요해요. 부담없이 5억 주실 분."

"……."

"물론 그 대가로 제가 내놓을 수 있는 건 다 하겠어요."

그때 강한이 입을 열었다.

"그만큼 간절하게 5억이 필요한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

그리고 덧붙였다.

"5억은 큰 돈이야. 아무리 돈이 많다는 놈들한테도.

그러니까 그 용도를 물어보는 것이 돈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강한이 자연스럽게 반말을 썼지만 이윤경은 바라만 보았다.

이윽고 강한의 시선을 받은 이윤경이 입을 열었다.

"그 돈으로 내 어머니를 미국에 보내려고 해요. 미국에 있는 어머니 남자한테."

 

 

 

 

어머니의 남자. 입안으로 그 말을 되씹어본 강한이 이윤경을 보았다.

이윤경이 말을 이었다.

"네, 제 아버지요."

"……."

"아버지가 미국에 계시거든요.

그곳에서 재혼했다가 사업에 실패하고는 이혼하고 혼자 사는데…."

"……."

"거기서 돌아가시고 싶대요. 그 남자하고 같이 살다가."

"……."

"어머니는 지금 췌장암 말기죠.

 배신한 아버지를 저주하면서 저희 남매를 키웠어요.

재혼도 하지 않구요."

"어머니가 그 돈을 받으실까?"

불쑥 강한이 묻자 이윤경이 번들거리는 눈을 크게 뜨고 대답했다.

"받구말구요."

"……."

"가고 싶다고 난리예요. 맨날."

"……."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를 해요. 그 놈도 그렇고."

그놈이란 말에 강한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가 외면했다.

그때 이윤경이 말을 이었다.

"엄마는 얼마 못살아요.

자꾸 말라가는데 반년 아니면 길어야 일년."

"……."

"그놈하고 제가 얼마 전에 통화를 했죠.

엄마 상태를 말했더니 좋은 병원이 있대요.

근데 돈이 있어야 된대요.

집도 없는 처지라 집도 얻어야 되고."

그리고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웃었다.

"엄마가 5억쯤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했다는데 정말이냐고 묻더군요."

"……."

"엄마가 그렇게 말했대요.

집을 팔면 6억쯤 나오고 주식하고 현금 합치면 또 4억쯤 된다고.

그래서 애들한테 5억 남겨주고 5억 갖고 간다고 했대요."

그러더니 이윤경이 이번에는 힘없이 웃었다.

"미쳤죠, 집도 없는데. 어머닌 애들 과외 가르치고, 마트 계산원, 파출부까지 했지만

우린 지금 상암동에서 4500짜리 반지하 전세 살아요.

동생도 등록금 준비 못해서 집에서 알바 다니고."

"……."

"엄마 췌장암 진단받고 병원 치료비도 내기 힘들었다구요. 그런데…."

"그만."

손바닥을 들어보인 강한이 이윤경의 가슴께에 시선을 주고 물었다.

"그래, 돈 주겠어. 근데 어머니 꼭 보내 드려야 할까?"

"그럼 행복할 것 같아요."

"누가?"

"제가요."

손바닥으로 자기 가슴을 짚어보인 이윤경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으므로

강한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내려앉은 이유는 모른다.

이윤경이 말을 이었다.

"엄마는 아파요. 가끔 열이 나면 헛소리를 해요."

"그런데 어떻게…?"

"엄마는 꿈을 꾸고 있는거죠.

5억을 들고 미국에 가면 그놈이 반갑게 맞는 꿈을요.

그놈이 온갖 감언이설로 꼬셨을 테니까요."

"돈만 버리는 거 아닐까?"

그러자 이윤경이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얼마 동안은 행복하겠죠.

동생이 엄마 따라갈 테니까

그놈은 돈만 갖고 내빼지는 못할 거예요."

"……."

"그놈은 우리가 어렸을 때 떠났어요.

이모 이야기를 들으니까 엄마를 철저하게 배신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이윤경이 길게 숨을 뱉더니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재밌죠?"

불쑥 그렇게 물은 이윤경이 다시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이번에는 강한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좋아."

마침내 강한이 정색하고 말했다.

"내가 5억을 주지. 하지만 조건이 있어."

그러자 이윤경도 정색했다.

"말씀하세요. 시킨대로 다 할게요."

 

 

 

천상태는 대성금융에 다닐 때부터 추적 담당이었다.

채무자의 신용상태부터 가족관계, 도망친 위치 등을 찾는데 발군의 능력을 보였다.

다음 날 오후 6시가 되어갈 무렵 천상태가 북창동의 일식당 안으로 들어섰는데 40대로 보이는

사내와 동행이었다.

식당 홀에서 혼자 회에다 소주를 시켜 먹고 있던 강한이 그들을 맞았다.

"박사장이 수고를 많이 했어, 형."

앞에 나란히 앉은 천상태가 사내를 치켜줬으므로 강한은 눈인사만 했다.

박사장은 전직 경찰로 현재는 꽤 큰 용역센터 사장이다.

강한이 잠자코 잔을 들어 술을 권하자 사양한 박사장이 입을 열었다.

"이윤경은 정화여대 불문과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 상태입니다."

그리고는 박사장이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이윤경의 성적증명서였다. 한눈에 봐도 이윤경의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이윤경의 말이 맞다. 박사장이 말을 이었다.

"이윤경의 가족은 어머니하고 남동생까지 셋입니다.

아버지가 어머니하고 일찍 이혼을 해서."

맞다. 강한의 머리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어제 이윤경과 만나고 나서 바로 천상태를 시켜 신원조사를 시킨 것이다.

만 하루 만에 천상태는 박사장과 함께 뒷조사를 다 해왔다.

모두 돈의 위력이다.

그 때 박사장의 말이 이어졌다.

"어머니가 아파서 집에 있습니다."

맞다. 강한이 다시 머리를 끄덕였을 때 박사장은 다시 서류를 내밀었다.

"얼마 전에 관절염 수술을 했죠. 그래서 아직도 거동이 불편합니다."

틀리다. 서류는 병원기록이었다.

서류를 훑어보는 강한에게 박사장이 말을 이었다.

"세 식구는 사당동 연립주택에 삽니다.

40평형인데 이모 이름으로 명의가 되어 있지만 실소유주는

 이윤경 어머니인 김금자씨죠.

김금자씨가 남대문에서 가게를 하다가 그만두고 나서 재산을 이모,

이모부 이름으로 많이 분산시켰습니다."

"……."

"그리고."

이번에는 박사장이 가방에서 사진 몇 장을 꺼내 강한 앞에 놓았다.

"이윤경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에 들어갑니다.

거기 사진은 이윤경과 동거하는 남자입니다."

사진을 본 강한이 다시 머리를 끄덕였다.

미남이다.

여자처럼 고운 얼굴이었다.

머리가 길고 어깨도 좁았지만 키는 컸다.

여자들이 좋아할 남자였다.

박사장의 말이 이어졌다.

"모델입니다.

하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했지요.

그놈의 인적사항은 여기 있습니다."

다시 서류를 내민 박사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놈 여자관계가 복잡하던데요.

하루 동안 조사해서 네 명이나 나왔습니다.

특징은 그놈이 네 여자 모두를 등쳐 먹었다는 건데…."

"……."

"이윤경도 그 민동수라는 놈하고 오피스텔에서 반년째 동거 중인데 온전할 리가 없습니다.

아마 뜯겼거나 뜯기게 되겠지요.

이런 놈한테는 여자가 뿅 가게 되어 있으니까요."

"……."

"그래서."

이번에는 천상태가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사당동 연립주택 근처 가게에서 들은 말인데 한 달쯤 전에 집에서 난리가 났다고 했어.

이윤경이 이모 명의의 연립주택을 은행에 담보로 넣고 돈을 빼내려다가 이모한테 들켰다는 거야."

"……."

"나무라는 이모한테 이윤경이 대들었다는구만. 화가 난 이모가 가게 아줌마한테 하소연했고."

그리고는 천상태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하여간 남자는 잘생기고 봐야 한다니까."

강한은 다시 머리만 끄덕였다.

천상태는 이윤경이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모른다.

알면 웃을 리가 없다.

 

 

 

그날 저녁 강한은 이윤경을 다시 만났다.

이윤경에게 돈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천상태와 만났던 일식당에서 50미터 거리인 카페에서 강한은 이윤경과 마주앉았다.

이윤경은 허벅지까지 올라온 짧은 스커트 차림이었다.

어둑한 카페 안은 손님이 꽤 있었지만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되어 있어서

밀담을 나누기에 적당했다.

그래서인지 손님들의 연령도 20대가 대부분이다.

먼저 와 기다리던 강한이 양주를 시켜 놓았기 때문에 종업원은 주문받으러 오지 않았다.

"저기요."

강한의 시선을 잡은 이윤경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조건을 말해주세요. 이젠."

강한은 아직 조건을 말해주지 않은 것이다.

이윤경의 잔에 술을 따른 강한이 길게 숨을 뱉었다.

"어머니한테 돈을 줘서 보내려는 네 심정을 생각해보니까 가슴이 미어졌어."

"아마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엄마는 미국에 가려고 하지 않았을 거죠."

쓴웃음을 지은 이윤경이 한 모금 술을 삼켰다.

"오늘 아침에 엄마한테 엄마, 내가 5억 만들어 줄게 미국 갈래?

하고 물으니까 엄마 눈이 반짝이는 거 있죠?"

옆모습을 보인 채 이윤경이 말을 이었다.

"돈을 제가 어떻게 만들 것인지 아예 묻지도 않았어요.

그러더니 오늘 오후 미국에다 전화를 하데요. 그놈한테 곧 가겠다구요."

"……."

"엄마 얼굴에 혈색이 돌았고 오후에는 죽을 반공기나 먹었어요."

"……."

"동생한테 빨리 미국 비자를 받으라고 독촉하구요."

그러더니 이윤경이 길게 숨을 뱉었다.

"할 수 없죠. 뭐, 엄마 그런 모습을 보니까 가슴이 미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뻤어요.

설령 그 돈을 그놈이 사기 치더라도 말이죠.

"……."

"어쨌든 엄마는 얼마 못사니까요.

좋아하는 사람 옆에서 죽는 게 소원인 것 같아요."

"조건이 뭐냐면…."

강한이 입을 열자 이윤경은 긴장한 듯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시선은 똑바로 강한을 향하고 있다.

"나하고 파트너가 되어야겠는데 먼저."

그리고는 강한이 지그시 이윤경을 보았다.

"남자 친구가 있으면 곤란한데. 어쩌지? 남자 친구 있어?"

"아뇨."

정색한 이윤경이 머리를 저었다.

"그건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래?"

"생활이 바빠서 못 만들었어요."

그리고는 이윤경이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집적대는 남자들은 꽤 있었지만요. 지금은 전혀."

한숨을 길게 뱉은 이윤경이 말을 이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나한테 몸 맡길 수 있지?"

"그거야."

시선을 내렸던 이윤경이 결심한 듯 머리를 번쩍 들고 똑바로 강한을 보았다.

"각오하고 있어요."

"내가 시킨 대로 해야 되는 거야.

예를 들면 저 남자하고 호텔에 같이 가줘야겠다 하면 가야 해. 알았어?"

그러자 이윤경이 눈을 크게 떴다.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가 곧 고정됐다.

"언제까지요?"

그렇게 묻더니 다시 정정했다.

"언제까지 그 일을 해야 하죠?"

"그건 잘 모르겠는데."

해놓고 강한이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 둘은 팀이 되는거야.

목표는 돈 많은 남자.

그래서 작전이 성공하면 이윤경씨는 배당을 받게 돼.

5억과는 별도로 말이야."

"……."

"10억을 뜯어낸다면 내가 1억을 주지.

작전은 모두 내가 수립하고 경비까지 대야 하니까 말이야."

그러자 이윤경이 눈을 치켜떴다.

 

 

 

 

"그럼 사장님은."

이윤경이 말을 멈추고는 술잔을 쥐었다가 놓았다.

눈동자가 다시 흔들리더니 곧 멈췄다.

금방 균형을 잡는 것이다. 빠르다.

"도대체 무슨…."

"내가 누구냐고 묻는 거야?"

정색한 강한이 똑바로 이윤경을 보았다.

"윤수정이 말해준 대로야. 돈많은 벤처기업 사장, 하지만 이런 일은 부업이지."

"……."

"잘 알겠지만 세상은 불공평해, 악당이나 게으른 놈.

또는 운이 좋은 놈이 엄청난 재산을 갖고 거들먹거린단 말야.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은 맨날 그 모양 그꼴이고.

아폴로에도 그런 놈들이 대부분이지."

"……."

"난 오늘 오후까지 너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어. 용모나 지적 수준은 최상급이었지만 말야."

"……."

"그런데 지금은 확신해, 너하고 난 멋진 팀이 될거야."

"어떻게 확신하게 되셨죠?"

불쑥 이윤경이 물었으므로 강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곧 알게 돼."

"전 아직 얼떨떨해요."

"일년에 100억은 모을 수 있어. 네 몫으로 말야."

그순간 놀란 이윤경이 입을 딱 벌렸다.

"100억요?"

"그래."

"그럼 사장님 몫은 900억이군요."

"벌서 그것까지 계산하나?"

그때 바지 주머니에 넣은 핸드폰이 진동을 했으므로 강한이 말을 그쳤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귀에 붙이고 몇번 응답만 하더니 통화를 끝냈다.

"나하고 갈 데가 있어."

자리에서 일어선 강한이 정색하고 말했다.

이윤경이 엉거주춤 일어섰다.

"어딜요?"

"가면 알게 돼."

"저기요."

따라 나오면서 이윤경이 강한을 보았다.

"그거, 언제 주실건데요?"

5억을 말하는 것이다.

강한의 시선을 받은 이윤경이 말을 이었다.

"조건은 받아 들이겠어요. 10% 조건도. 그럼 5억은 계약금이 되겠죠?"

"그렇군."

"그럼 오늘 주시는 거죠?"

"알았어."

쓴웃음을 지은 강한은 계산을 끝내고 다시 말했다.

"저기 갔다가 10억 달라면 10억을 주지."

카페 앞에서 택시를 탄 그들이 도착한 곳은 강남의 작은 호텔 앞이었다.

일본인 단골이 많은 곳으로 소문난 호텔이었는데 마침 일본인 단체관광객이 도착해서

로비는 혼잡했다.

"여깁니다."

기다리고 있던 천상태가 일본인들을 헤치고 다가왔으므로 이윤경은 긴장했다.

이윤경을 훑어본 천상태가 머리를 돌려 강한을 보았다.

"지금 가실까요?"

"그래."

그러자 천상태가 엘리베이터로 다가갔다.

"어디 가는데요?"

천상태의 뒤를 따르는 강한에게 이윤경이 물었다.

따르고는 있지만 반발짝쯤 떨어졌고 불안한 표정이다.

이윤경을 본 강한이 풀썩 웃었다.

"너한테는 무슨일 없어. 그리고."

강한이 금방 정색했다.

"난 네가 지금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다.

방에 들어가서 계약을 확실하게 하도록 하자."

엘리베이터에 올랐을때 천상태가 버튼을 눌렀고 마침 손님들도 동승해 있어서

이윤경은 입을 다물었다.

5층에서 천상태가 내리자 둘은 잠자코 따라 내렸다.

앞장 선 천상태가 504호실 앞에 서더니 거침없이 벨을 눌렀다.

긴장한 이윤경이 강한의 뒤에 붙어섰다.

그때 방 안에서 여자 목소리로 누구냐고 물었고 천상태가 재빠르게 옆쪽으로 비껴서며 대답했다.

"히터가 고장이 나서요. 잠깐이면 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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